이재용 피고인 신문, 재판 이후 처음으로 입열어“전자 관련 계열사 외에는 그룹 전반 관여 안해”“미전실 해체·전경련 탈퇴는 최지성 부회장 조언”
이 부회장은 또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 이외의 업무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았고 미래전략실 해체와 전국경제인연합회 탈퇴도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의 조언을 받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임원 재판에서 마침내 이 부회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진행됐다. 이 부회장은 이번 재판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고 자신의 입장을 털어놨다.
먼저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각사의 최고경영자들이 결정하고 미래전략실에서 검토한 이후 결정된 것이라고 밝히면서 자신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엘리엇이 반대하고 나선 이후 최 전 부회장에게 원점에서 재검토하는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는 동의를 하고 넘어갔지만 엘리엇 등장 이후 최 부회장에게 재검토를 건의했다”며 “사업차 미국에서 사람들 만날 때 행동주의펀드가 들어오면 몇 달 동안 본업에 시간을 못쓰고 회사 경영이 안된다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사나 주변에서 실제로 고생하는 것도 많이 봤었다”며 “나중에 엘리엇에 대해 들어보니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악랄하다’ ‘벌처펀드’ 등의 얘기를 듣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우리 경영진이 이런데 시간을 뺏기면서까지 합병을 해야하나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에 재검토를 건의한 것”이라면서 “결국 합병하는게 좋겠다고 해서 동의는 했지만 전자 계열사였다면 확실히 제가 거부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그룹을 대표해 전면에 나서는 일은 많았지만 경영에 있어서는 아직까지 전자와 전자계열사만 챙기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회장님 와병 이후에 최 실장님과 미전실을 통해 그룹 중요 현안에 대해 보고받는 빈도가 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제가 어떤 의사 결정은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전자 업무 이외에는 발표 이전에 미리 알려주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특검이 ‘대통령과의 독대에 나간 것이 그룹을 대표하는 총수이기 때문이 아니냐’고 묻자, “청와대에서 저를 만나기로 요청해서 제가 나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은 ‘국정농단 청문회에 나가서 미전실 해체와 전경련 탈퇴를 약속한 것은 그룹 전반을 관여하기 때문이 아니냐’고 묻자, “최 부회장과 협의해 결정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그날 오전에 미전실 해체와 전경련 탈퇴 등을 묻는 의원들이 많았다”면서 “점심시간인가에 최 부회장에게 전화가 와서 ‘오후에 같은 질문이 나오면 미전실도 해체하고 전경련도 탈퇴한다고 대답하라’고 조언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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