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패싱’이 남북문제에만 쓰이는 건 아닙니다. 구직자들 역시 친구 사이에서 소외되는 일명 ‘취준생 패싱’을 경험하는 것.
8월 28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발표한 ‘취업 준비 과정에서의 관계적 상처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구직 경험자의 76%가 취업에 성공한 또래 친구들로부터 소외감을 느꼈던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감정은 직장생활 이야기만 하는 친구를 만날 때 가장 컸습니다(‘취준생 패싱’ 경험자의 30%).
SNS 또한 ‘취준생 패싱’의 바다. 응답자들은 먼저 취직한 친구들이 SNS에 분위기 좋은 휴양지나 고급스러운 음식점 등의 방문기를 남길 때도 소외감을 느낀다고 답했지요(25%). 안 보는 게 상책인데, 잘 안 되나 봅니다.
가족·친구에게 좋은 선물을 사줬다는 자랑(15%), 결혼·출산 등 인생계획에 대한 이야기(13%), 모임에서 (취준생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이 결제하려고 할 때(9%)도 취업준비생들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는 했습니다.
긁혀버린 자존심, 그렇다고 화를 내기도 어렵지요. 이런 상황을 맞이한 구직자의 다수는 거슬리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되뇄거나(32%), 그냥 참았다고 답했습니다(24%).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 자신도 모르게 위축되기 마련. 응답자의 51%는 취업 준비기간 동안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맺게 됐으며, 22%는 가족 등을 제외하고는 사람을 아예 만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 취준생 A씨 “배려 없는 친구도 싫고, 지나친 배려는 오히려 부담스럽기도 하고··· 사람을 안 만나는 게 편하다.”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취업난을 견디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구직 기간 중에는 주변 시류에 휩쓸리지 말고 나만의 가치관을 유지하려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불안감과 경제난에 더해 자존감 훼손, 인간관계 축소 등 복합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구직자들. 역대 최악 청년실업 시대의 씁쓸한 단면입니다.
뉴스웨이 이성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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