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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가액, 법 따르다 보니 문제” 발언 논란 일파만파

황영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가액, 법 따르다 보니 문제” 발언 논란 일파만파

등록 2017.10.23 19:30

수정 2017.10.23 22:35

서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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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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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가액 법으로 규정말고 시장에 맡겨야”업계선 황 회장 발언 의미 두고 해석 엇갈려‘삼성맨’ 삼성 두둔 vs 정부 향한 ‘쓴소리’일각선 자본시장법 개정 계기 마련 기대도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23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금융투자업계의 ‘30대 핵심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 김소윤 기자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23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금융투자업계의 ‘30대 핵심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 김소윤 기자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사례를 언급하며 법에 정해진 방식에 따라 합병가액을 정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주장을 펼쳐 파장이 예상된다.

다른 나라는 인수합병은 물론 이에 따른 합병가액도 기업이 이사회 등을 통해 결정하는 데 우리나라는 정부가 법으로 정해 이를 일률정으로 정해 놓다보니 큰 인수합병 건이 있을 때마다 합병가액의 적절성 논란이 계속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단체장인 황 회장의 발언이 정적한 것인지 갑논을박이 한창이다.

업계에서는 임기만료를 앞두고 규제 일변도인 정부에 일침을 가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일각에서는 삼성 출신인 황 회장이 대놓고 삼성을 두둔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23일 여의도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증권회사 균형발전을 위한 30대 핵심과제’를 발표하며 “인수합병(M&A) 대상기업의 합병가액 산정방식을 기업 이사회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률을 지키다 보니 투자자들과 이해가 충돌하는 가격이 산정된다는 의미로 합병가액 선정 전체를 시장에 맞겨야 한다는 의미다.

황 회장은 “영국·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은 합병비율을 시장에 이사회에서 합병가액을 정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국내 현행 자본시장법 제165조 4항은 투자자보호를 위해 외부의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합병가액을 평가받도록 하고 있다. 또 제176조 5항에 의거 비상장사의 경우 합병가액을 회사의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 산술평균한 가액을 기준으로 결정하도록 명시했다.

황 회장이 문제제기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공시 당시 합병가액은 1주당 각각 15만9294원, 5만5767원으로 책정됐다. 두 사의 합병 비율은 1대 0.35로 정해졌다.

당시 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자산 총계가 제일모직(8조1833억원)의 3배가 넘는 26조1556억원의 삼성물산이 저평가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이와 관련해 삼성물산의 옛 주주였던 일성신약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무효 소송을 내기도 했다. 다만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두 회사의 합병이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황 회장이 주장한 대로라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가액 산정 기준을 법에 정해 놓지 않았다면 이 부회장에 대한 특혜논란이나 합병무효 소송은 발생하지 않을 사건이었던 셈이다.

업계에서는 황 회장이 굳이 논란의 핵심에 있는 제일모직-삼성물산간 합병을 예로 들었는 지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맨’ 출신인 황 회장이 삼성을 두둔하기 위해 발언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황 회장은 1975년 삼성물산에 입사하면서 삼성맨으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다. 이건희 회장의 신임을 받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국제금융팀장 및 인사팀장, 삼성전자 자금팀장, 삼성생명 전략기획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고 이 회장의 대외행사에서도 통역을 도맡다시피했다.

2000년대 초반 삼성투자신탁운용, 삼성증권 사장을 잇따라 역임한 이후 우리금융과 KB금융지주 회장으로 보폭을 넓혀왔다.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와 권오현 부회장의 갑작스런 사퇴발표 등으로 혼돈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삼성에 대한 애정이 무의식적으로 말로 나왔다는 분석이다.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황 회장이 정부에 일침을 가했다며 그 대범함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15년 금투협회장으로 선임된 황 회장은 내년 2월 임기가 끝난다. 임기 말이면 되도록 말을 아끼는 금융기관 수장들과 달리 황 회장은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어 대조적이라는 평가다. 황 회장은 연임도전 여부를 아직까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연임포기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황 회장은 그동안 ‘기울어진 운동장’론을 들며 증권업 발전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 왔다. 법인대상 지급결제 업무 허용,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자 확대, 외국환 업무 허용 주장 등 은행권과의 마찰을 불사하면서 소신을 밝혔다.

이렇듯 이날 황 회장의 발언으로 엇갈린 시각들이 나오고 있지만 일단 금투업계에선 이를 계기로 합병과 관련한 법개정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협회 측은 “그간 시장을 반영하지 않고 법에 정해진 산정방식에 따라 가격을 정하다보니 당시 합병비율이 사회적 통념에 맞지 않았다”라며 “법령(시행령)을 통해 정하고 있는 합병가액 산정방식을 시장의 자율화에 맡겨야 한다는 게 황 회장의 생각”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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