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매출, 7000억 육박 전망···전년比 220%↑리니지M 5100억 기여 예상···모바일 비중도 확대김택진 대표, 개발자 명성高···우군 넷마블로 경영 안전다른 대표작 안보여···게임BJ들 사행성조장 방송도 부담
단 리니지의 힘이 너무 커 다른 작품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경쟁사들도 모바일게임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대작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리니지M이 엔씨소프트에 드리운 그림자도 있다. 게임 출시에 맞춰 주가가 고공행진하는 새 회사 부사장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이 한 때 일었다. 개인방송 진행자(BJ)들의 리니지M 아이템 뽑기 방송이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논란도 발생하고 있다.
23일 게임업계와 시장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올 3분기 매출은 69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0.7% 급증이 예상된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각각 같은 기간 대비 424.9% 불어난 3418억원, 454.3% 폭증한 2677억원이다.
◇리니지의 힘, 모바일로 확대=이 같은 호실적은 엔씨소프트가 지난 6월 출시한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M의 성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는 리니지M의 일평균 매출액은 57억원, 3분기 매출은 5139억원으로 보고 있다.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의 리니지M은 시장에 나온 후 구글의 애플리케이션(앱) 오픈마켓인 구글플레이에서 1위를 고수 중이다. 12세 이상이 이용 가능한 리니지M(12)도 10위권 내 머물고 있다. 시장에선 엔씨소프트가 리니지M을 발판 삼아 올해 매출 1조원 달성이 유력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김성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니지 1’을 포함한 기존 PC게임들의 매출 반등은 제한적이겠지만 리니지 M의 흥행 기조가 꾸준히 유지되면서 3분기는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했다.
리니지M의 실적 견인 효과는 올 2분기 성적에서도 드러났다. 2분기 모바일게임 매출은 937억원으로 전분기(234억원) 대비 300.4% 늘었다. 지난해 2분기 2억원과 비교하면 폭발적으로 불었다. 2분기 전체 매출 중 모바일게임 비중도 36.2%로 전년 동기(8.3%) 대비 가파르게 상승했다.
리니지M 효과가 톡톡히 증명된데다 올 하반기엔 더 큰 결실이 기대되면서 김 대표는 최근 지상파와 케이블TV,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 송출되는 리니지M 광고 2편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자사 게임 광고 영상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니지M이 모바일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보이는 배경에는 원작인 온라인 PC게임 리니지가 있다. 리니지는 국내서 1998년 첫 서비스된 후 20년째 인기게임으로 운영 중이다. 지난해 국내 단일게임 중 최초로 누적 매출 3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리니지는 출시 당시 10~30대 젊은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현실에서 게임 이용자끼리 만나 싸우는 ‘현피’, 리니지를 하는 아저씨 합성어인 ‘린저씨’라는 용어도 리니지에서 나온 신조어다.
당시 리니지를 즐겼던 이용자들은 현재 경제력을 갖춘 30~50대가 돼 리니지M의 핵심 이용자층을 구성하고 있다. 10~20대가 모바일게임을 주로 이용하는 현상과 비교하면 특기할 만하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청소년 이용불가 리니지M을 하는 연령별 비율은 30대가 51.8%로 1순위다. 그 뒤로 ▲40대 23.9% ▲20대 20.1% ▲50대 2.4% ▲10대 1.9% 순이다. 리니지M(12) 이용자 연령대를 봐도 ▲30대 44.4% ▲40대 23.8% ▲20대 15.8% ▲50대 11.3% ▲10대 4.7% 순을 나타내고 있다.
리니지 지적재산권(IP)의 힘은 넷마블게임즈(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레볼루션)’이 엔씨소프트에 지불하는 로열티로도 확인할 수 있다. 넷마블은 지난해 12월 14일 리니지 IP를 활용한 모바일 MMORPG 레볼루션을 출시했으며 한달도 안 된 기간 동안 2060억원을 벌어들이고 엔씨소프트엔 220억원 상당에 로열티를 제공했다.
증권업계는 엔씨소프트가 올 3분기에도 레볼루션의 로열티 효과로 볼 것으로 판단한다. 김 연구원은 “로열티 매출액은 레볼루션의 일본 출시와 동남아 매출 온기 반영으로 전년 대비 88.6% 증가한 456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으로 쓴 성공 신화를 올 하반기 신작으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말 모바일 RPG ‘리니지 레드나이츠’를 내놓은 후 1년도 안 돼 의미 있는 성과를 낸 점도 자신감을 붙여준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외 자사의 인기 PC게임인 블레이드앤 소울의 IP를 활용해 모바일 MMORPG 작품을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리니지의 뒤를 잇는 기대작으로 꼽혔던 유명 PC게임 ‘아이온’의 IP도 활용해 모바일 RPG ‘아이온 레기온즈 오브 워’를 만들고 연내 먼저 북미·유럽 시장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더불어 리니지M도 콘텐츠를 지속 업데이트하며 1등 자리를 놓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안에 국내를 넘어 대만에 우선 진출하고 이후 일본 공략하는 등 세계 시장에 나서는 계획도 마련됐다.
엔씨스포트는 PC게임들에도 공을 들인다. 리니지는 리니지M과 자기시장잠식(카니발리제이션)이 발생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도록 꾸준한 콘텐츠 업데이트가 예정돼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1분기 리니지의 매출이 일시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는 리니지M 신작 대기효과로 일부 이용자들이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6월 북미·유럽 지역에 먼저 정식 서비스된 슈팅 액션 PC게임 ‘마스터X마스터(MXM)’도 올 하반기 국내 서비스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성공한 개발자 겸 사업가=리니지 성공이 이어지자 엔씨소프트를 이끄는 김 대표의 존재감도 게임업계에 다시 부각되고 있다. 김 대표는 회사 창업자이기 전에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인사다.
김 대표는 1989년 한글 워드프로세서인 ‘아래아한글’을 공동 개발했으며 한메소프트를 세워 도스용 ‘한메타자교사’를 개발한 바 있다. 이후 현대전자에 입사해 세계 최초 인터넷 기반 PC통신인 아미넷을 개발하기도 했다. 1997년 현대전자에서 일하던 동료 16명과 함께 자본금 1억원으로 엔씨소프트를 설립했으며 1998년 리니지를 출시한다.
김 대표는 경영면에서도 안전성을 확보해 사업가 면모를 강화했다. 엔씨소프트는 2015년 대학교 선후배 사이인 김정주 NXC 대표와 경영권 다툼이 벌이기도 했지만 넷마블을 우군으로 확보해 위기에서 벗어났다.
엔씨소프트는 2012년 넥슨과 미국 최대 게임업체인 일렉트로닉아츠(EA)의 경영권 인수를 위해 협력관계를 맺었다. 넥슨 일본법인은 엔씨소프트 지분 14.6%를 인수해 김 대표 지분율을 넘어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넥슨은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EA 경영권 인수가 불발되고 여러 합작 프로젝트들이 무산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넥슨은 2014년 10월 엔씨소프트 주식의 0.4%를 추가로 매입해 지분율 15.08%로 늘렸다. 공정거래법상 다른 회사 지분을 15% 이상 보유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고 해당 기업을 인수할 수 있다.
넥슨은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설명했지만 엔씨소프트는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2015년 1월 넥슨은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한다고 공시했고 엔씨소프트이 반발하면서 양사 대표 간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엔씨소프트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2015년 2월 넷마블과 상호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엔씨소프트가 넷마블의 신주 9.8%을 3800억원에 인수하고 넷마블이 3900억원으로 엔씨소프트의 자사주 8.9%를 샀다. 결국 넥슨은 같은해 10월 엔씨소프트 지분 전량을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엔씨소프트는 9월 말 기준 최대주주는 지분율 12.34%의 국민연금이지만 경영권이 없어 사실상 김 대표(11.98%)가 최대주주 역할을 하고 있다.
◇벼르는 경쟁사들, 리니지 다음은?=소프트웨어 겸 게임개발자, 사업가로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 김 대표와 엔씨스포트 다음 행보에 업계 이목이 쏠리지만 한편으론 우려도 따른다. PC게임에서나 모바일게임에서나 리니지 IP의 의존도가 너무 크다 보니 또 다른 성장 동력이 될 작품이나 IP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리니지로 게임시장을 호령했던 엔씨소프트는 모바일게임이 급부상하면서 2015년 매출 순위에서 3위였던 넷마블에 2위 자리를 내준 바 있다. 리니지M으로 모바일게임 시장 판도를 주도하고 있지만 경쟁사들 역시 리니지M을 거꾸러트릴 작품을 대거 준비 중이다.
넷마블은 레볼루션과 ‘테라M’을 앞세워 역전을 노리고 있다. 레볼루션은 지난해 12월에 시장에 나왔지만 현재까지 플레이스토어 최고매출 3위권 내서 거의 흔들림 없는 모습이다. 오는 11월에 나올 테라M은 원작인 인기 PC게임 테라가 호평 받은 그래픽, 캐릭터성, 파티플레이 등을 모바일게임에 맞게 구현한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넥슨은 지난 8월 출시한 모바일 MMORPG ‘액스(AxE)’가 양대 앱 마켓 최고매출 5위권 내를 지키고 있다. 앞서 지난 7월에 나온 모바일 액션 RPG ‘다크어벤저3’도 10위권 내 성적을 내며 넥슨 흥행작이 됐다. 넥슨은 연내 수집형 RPG ‘오버히트’와 3D 횡스크롤 액션 MMORPG ‘열혈강호M’ 등을, 내년엔 개척형 오픈월드 MMORPG ‘야생의 땅 듀랑고(듀랑고)’ 등을 연이어 선보일 계획이다. 듀랑고는 공룡이 살고 있는 세계라는 독특한 배경으로 해외서도 주목하고 있다.
중견기업 게임빌도 올 하반기 대표작으로 모바일 MMORPG 로열블러드와 아이에이지 비긴즈를 출시한다. 로열블러드는 100여명의 개발진이 2년 넘게 준비한 작품이다. 국내 모바일 MMORPG에서 첫 시도되는 ‘이벤트 드리븐 방식’의 돌발임무가 특징이다. 아키에이지 비긴즈는 엑스엘게임즈가 글로벌 시장에 서비스 중인 온라인게임 아키에이지가 원작이다.
엔씨소프트의 효자인 리니지M이 가져온 고민거리도도 있다. 리니지M 출시가 임박했을 때 배재현 엔씨소프트 부사장이 게임의 주요기능으로 꼽혔던 거래소 시스템이 빠졌다는 미공개 정보를 미리 알고 보유한 회사 주식을 팔아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배 부사장은 엔씨소프트 주가가 장중 42만6500원의 연고점을 경신한 지난 6월 13일과 15일 이틀에 걸쳐 소유 지분 8000주를 매각했다. 언론 매체들이 리니지M 출시 전날인 6월 20일 게임 이용자 간 아이템 거래가 가능한 거래소 시스템이 게임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을 보도하자 회사 주가는 급격히 30만원대로 떨어졌다. 종가가 다시 40만원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달부터다.
공교롭게도 20일 엔씨소프트 공매도 물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금융당국은 같은달 22일 미공개정보 이용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공매도는 어떤 주식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그 주식을 사지 않고 빌려서 나중에 주가가 떨어졌을 때 싼 값에 되사서 갚고 차익을 얻는 투자방법이다.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엔씨소프트는 같은날 배 부사장이 회사 신주 1만주를 취득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상황은 어느 정도 일단락됐다. 엔씨소프트는 배 부사장의 주식 매도 이유에 대해선 “2013년 2월 4일 부여받은 5만주의 주식매수선택권 행사를 위한 주식대금, 세금 등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수천만원 쏟는 아이템뽑기 쇼=리니지M이 사행성 논란에 시달리는 점도 부담이다. 리니지M은 높은 인기만큼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서 개인방송 진행자(BJ)들이 직접 게임하는 모습을 방송하는 사례가 많다. 문제는 리니지M의 아이템 뽑기에 수백에서 수천만원의 돈을 쏟아 붓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한탕주의를 부추기는 방송들이다. 리니지M 이용자들로부터 계정 정보와 거액의 돈을 받아 대신 로그인을 하고 아이템 뽑기를 해주는 방송도 있다.
리니지M을 비롯해 유료 결제하는 확률형 아이템을 제공하는 게임들은 좋은 아이템일수록 낮은 확률을 책정한다. 게임을 무료로 앱 마켓에 유통시키는 대신 확률형 아이템이 주 수입원인데다 많은 비용을 낸 이용자에겐 그만큼의 높은 확률이 따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일부 BJ들은 매우 낮은 확률의 좋은 아이템을 노리며 무분별하게 현금 결제를 하는 선정적인 방송을 한다. 이런 방송으로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고 유료 후원이나 광고를 받을 수 있는데다 실제 좋은 아이템이 나오면 아이템 거래소나 아이템 중개 업체들에서 최대 수천만원 수준으로 거래할 수도 있다.
엔씨소프트는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원사로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강령을 성실히 따르고 있지만 이런 선정적 개인방송이 이어지면서 골치를 앓고 있다. 자율규제는 아이템 등급·제공 수·구성비율 등 정보와 등장 확률을 공개한다는 내용, 뽑기 결과물로 유료 캐시나 꽝을 주면 안 되며 아이템 가격이 유료 판매 가격보다 낮으면 안 된다는 등 내용을 담고 있다.
뉴스웨이 김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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