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사정 본격화···숨죽인 금융권]③최흥식 금감원장, 과감 인사로 혁신 의지 피력할까

금감원, 임원 13명 전원 교체 가닥

쇄신 요구·공공기관 재지정설 의식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 사진=이수길 기자 [e-mail]

‘채용비리’ 여파로 거센 외풍에 시달리는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사상 최대 규모의 임원 인사로 강력한 혁신 의지를 드러낼지 관심이 쏠린다. 감사원 감사와 국정감사를 거치며 금감원의 신뢰도가 급격히 추락한 만큼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신임 원장의 보다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조만간 이뤄질 임원 인사를 통해 부원장과 부원장보 등 임원 13명을 모두 교체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국감이 끝나면 이 같은 내용의 인사를 발표할 전망이다.

금감원의 임원은 수석부원장 1명과 부원장 3명, 부원장보 9명 등 총 13명이며 서태종 전 수석부원장 등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된 임원 4명은 면직 처리로 금감원을 떠난 상태다. 이렇다보니 이미 금융권 전반에서는 이들의 자리를 대신할 인사가 속속 거론되고 있다. 이해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양현근 한국증권금융 부사장,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금감원 측은 임원 인사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금감원에 불어올 ‘인사태풍’이 과거 저축은행 사태 때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원 인사를 둘러싼 최 원장의 고민은 고강도 혁신을 주문하는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감사원 감사 결과 채용비리와 방만경영에 대한 정황이 속속 발견되면서 금감원에 대한 질타가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19일 열린 기획재정부 국감에서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 이후 금감원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는 양상이다. 금감원은 금융감독기구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혁상으로는 정부로부터 독립돼 있다. 그러나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인사·예산 등에서 정부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이 부분은 금융감독기관으로서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킬 수 있겠냐는 논쟁이 진행 중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최 원장이 적극적인 행보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외부의 손을 빌리지 않고도 스스로 충분히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는 의지를 내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그간 금감원 안팎에서는 신임 원장의 역량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임기를 시작한지 2개월도 채 되지 않은데다 최 원장이 피감기관인 하나금융과 밀접한 관계라는 게 주된 이유다. 그의 앞서 금감원 노조는 이에 대한 우려를 직접적으로 표시한 바 있으며 국감에서도 관련 발언이 흘러나왔다.

때문에 최 원장이 취임 초기에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이번 임원 인사에서부터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유능한 인사를 영입하는 한편 기존 임원의 성과를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조직기강이 바로 잡히는 것은 물론 각종 쇄신 작업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와 국감을 거치면서 ‘쇄신’이라는 금감원의 과제가 보다 명확해졌다”면서 “이 가운데 외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고강도 조직 개혁이 필수적인 만큼 최 원장의 단호한 의지가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