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부회장 취임 후 55차례 장내 지분 확보“권 회장과 주주간 계약 때문에 매입했다” 해명권 회장측, “신주매입(투자)를 전제한 약속” 반박지분 집중 매입시기와 권 회장 검찰 조사 맞물려일찌감치 경영권 탈취 노린 작전이었단 의혹 나와
3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KTB투자증권 부회장으로 영입된 이후부터 꾸준히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매입했다. 현재 이 부회장의 KTB투자증권 보유 주식 수는 988만4000주(16.39)로 권 회장과 지분율이 5.57%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단기간 지속적인 지분 매입을 두고 경영권을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 부회장 측은 “권 회장과의 대주주 간 약정 때문으로 당시 이 부회장이 일정정도까지 지분을 늘리기로 약속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권 회장과 이 부회장은 지난해 3~4월 주주간 계열을 체결한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계약 내용에는 양측이 각각 이사 추천권을 갖고 보유 주식에 대한 상호 양도 제한 및 우선매수권, 각자 지분 매각시 상대방 지분을 함께 처분할 수 있는 매도참여권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부회장측은 여기에 이 부회장이 지분을 늘리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하지만 KTB투자증권 내외부 관계자, 업계 등 취재를 종합한 결과 이 부회장측 해명은 어느 정도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내용이 계약서에 명시된 것이라기
보단 권 회장과 이 부회장 사이에 구두로 한 약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분확대 방법도 구주가 아닌 신주매입 방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시장에서 지분을 매입하는 게 아니라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 다시말해 투자를 통한 지분확대가 권 회장과 이 부회장 사이의 약속이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취임 이후 여지껏 취임 당시 자사주 매입을 위한 시간외 매매를 제외하고서는 모두 장내매수를 통해서만 지분을 확보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3월 22일 장내매수를 통해 처음으로 KTB증권 주식 352만7738주(4.99%)를 매수한 데 이어 같은 달 24일 57만1941주를 추가 매입했다. 또 4월에는 총 8차례 장내매수를 통해 84만2238주를 매입했다. 이 시기 권 회장과 이 부회장간 계약이 체결됐다.
취임 이후에도 이 부회장의 지분 매수는 쭉 이어져 모두 55차례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확보했다. 지난 8월 권 회장이 배임·횡령 혐의에 따른 검찰 조사, 직원 폭행 논란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당시에도 4차례(23만1686주) 주식을 추가 매수하며 권 회장과의 불화설을 가중시켰다.
특히 횡령·배임 등으로 권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지난 달 서울 여의도 본사와 도독공 자택까지 압수수색을 당하면서는 이 부회장 배후설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검찰 수사 대상에는 미술품 구매 등 개인 목적의 출장을 포함해 지난 수년간 출장으로 회삿돈을 썼다는 내부 사정을 잘 알지 않으면 모르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포함되면서 회사 고위층이 일부러 흘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이 부회장이 경영권 장악을 위해 권 회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목적으로 내부 자료를 흘린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한 빌미를 제공했다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부회장의 지분매입이 평소 해명과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며 “대외적으로는 권 회장과 힘을 합쳐 회사를 이끌겠다고 했었지만 주식 매수와 사내 주요 요직 장악 등 행보는 충분히 의심을 살만하다”고 말했다.
물론 이 부회장이 시장에서 매입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KTB투자증권은 현재주가가 액면가 밑이어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라 유상증자를 하기엔 어려움이 있는 구조”라며 “권 회장과 이 부회장이 약속을 했더라도 유증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살 수밖에 없었을 것”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서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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