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 오는 22일 ‘경영비리’ 1심 선고 앞둬3~5년 실형 땐 호텔롯데 상장 추진 잠정 연기재계 “뉴롯데 구상 좌초 가능”···번지는 위기론
신 회장은 총수 일가에 508억원의 부당 급여를 지급하게 하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씨와 장녀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에게 롯데시네마 매점 사업권 등을 밀어줘 회사에 778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부실화한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타 계열사를 동원하면서 총 1300억원대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그룹 안팎에서는 재판에 앞서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는 조심스러운 반응이 흘러나오고 있다. 외부에선 만약 신 회장이 3~5년의 실형을 받을 경우 호텔롯데 상장을 비롯해 계획 중인 ‘뉴롯데’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판 준비 중에도 롯데마트 매각 지휘와 일본 주주 독려까지 ‘투 트랙’ =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신동빈 회장은 재판 준비 중에도 안팎의 일을 직접 챙기며 현장 경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의 롯데마트 매각 작업에 따라 현안을 직접 챙기면서도 최근 롯데쇼핑 지분을 처분해 2100억원의 실탄을 마련하는 등 그룹 내 지배력 강화
전략을 펼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신 회장의 이같은 노력에도 그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 우선 롯데마트 매각은 중국 당국에서 곱게 보내줄 수 없다는 식의 몽니를 부리면서 안갯속에 갖혀있다.
지난달 초에는 신 회장이 직접 인도네시아 출장길에 올라 현지 10여개 롯데 계열사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이후 정부에서 한창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해 대한스키협회장 자격으로 스위스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지난 1일 신 회장은 일본으로 출국해 5박 6일간의 현지 일정을 소화하고 오는 8일 귀국할 예정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일본 롯데 경영권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현지 주주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일본은 기업 경영자의 도덕성을 중시해 자칫 재판에서 신 회장의 실형이 선고되면 이사회에서 이를 문제로 거론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찌감치 일본 주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신 회장이 직접 출장길에 올랐다는 게 중론이다.
◇실형 받으면 뉴롯데 ‘키’ 호텔롯데 상장 추진 물음표 = 22일 재판에서 신 회장이 실형을 받을 경우 롯데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에 빠진다. 롯데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뉴롯데’ 계획은 총수 부재라는 암초를 만나 방향키를 잃는다.
뉴롯데 계획은 이따금 비판적인 여론에서 뻗어 나오는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오명을 떨치기 위한 기초 작업이다. 롯데는 그동안 일본롯데홀딩스가 사실상 그룹 전체 지주사 역할을 했는데 이를 바꾸는 게 핵심 목표다.
신 회장은 지금까지 이런 계획들을 일본 주주들에게 충분히 알리고 설득하는 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신 회장이 구속된다면 당장 그의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직 유지 자체가 불투명해진다.
이제껏 한국 롯데는 중간 지주사인 호텔롯데를 통해 지배력을 행사했다. 그런데 호텔롯데 지분 99%는 일본 주주들 손에 있다. 이 구조를 끊기 위해 지난 10월 출범한 게 ‘롯데지주’다.
롯데지주는 국내 계열사 91개 중 42개사를 편입했다. 그러나 호텔롯데→롯데물산→롯데케미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고리는 여전히 일본 롯데홀딩스와 L1~L12 투자회사가 100% 지배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력을 떨어뜨리고 신 회장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호텔롯데의 상장을 키워드로 내걸었다. 호텔롯데 상장으로 일본 주주 지분율을 낮추는 동시에 호텔롯데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가져온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신 회장이 재판에서 실형을 받게 될 경우 뉴롯데의 초석인 호텔롯데 상장이 무기한 연기될 수 있다. 호텔롯데 상장에는 일본 롯데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조타수’인 신 회장이 빠지게 되는 셈이다.
신격호 총괄회장 시대의 롯데는 100조 원이 넘는 사업체는 한국에 있고 지주회사는 일본에 있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유지해왔다. 2015년 ‘형제의 난’ 이후 신 회장은 ‘원 롯데 원 리더’ 체제를 추진하는 동시에 일본 롯데로부터 한국 롯데를 분리하는 작업을 목표로 삼았다. 호텔롯데 상장은 신 회장이 그때부터 전면에 내세운 필수 과제인데 이제는 재판 결과에 모든 게 맡겨진 셈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 입장에서 이유를 떠나 총수 재판에 신경 쓰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냐”며 “그룹 내에서 재판 결과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dori@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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