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한령 해제서 롯데만 콕 찍어 제외롯데마트 매각 차질 생길까 좌불안석
내주까지 순차적으로 금한령을 해제할 예정이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롯데'만 콕 찍어 제외시켰다. 롯데호텔 숙박이나 롯데면세점 쇼핑 일정을 단체여행 상품에 포함시키면 안된다는 지침을 내렸다. 시장 철수를 선언한 롯데에 '괘씸죄'를 적용한 것이다. 롯데가 사드부지를 제공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마트 사업 철수는 신 회장의 자발적 결정이라는 이유에서다.
중국 당국은 마트 철수에 대한 못마땅함을 노골적으로 표현했음에도 매각을 강행하는 롯데에 본격적으로 보복의 칼날을 휘두를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 112곳 매각 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中, 금한령 완화 가이드라인서 '롯데'만 제외= 2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관광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여유국은 전날 베이징과 산둥 지역에 한해 일반 여행사의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했다. 하지만 사드부지를 제공해 금한령의 단초를 제공한 롯데에 대해서는 어떠한 협력도 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세부지침에는 롯데호텔 숙박이나 롯데면세점 쇼핑 일정을 단체 여행 상품에 포함 시키면 안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 롯데마트 매각으로 시장을 철수하겠다는 롯데에 대해 앙심을 품은 중국당국의 보복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당국은 롯데가 사업 철수를 선포했을 때부터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예비실사에 중국 현지 기업들도 몇몇 관심을 보였지만 당국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중국 기업 자금이 어떤 식으로든 롯데에 흘러가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롯데가 매각을 강행하자 '괘씸죄'를 적용해 본격적으로 롯데 흠집내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계약이 임박한 롯데마트 통매각 작업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롯데 내부에서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드보복 직격탄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롯데가 정작 해빙으로 인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경색됐던 한중관계가 풀릴 조짐이 보이자 롯데는 돌아올 유커를 맞이하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도 추진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프리패스'상품을 꼽을 수 있다. 롯데는 금한령이 풀리면 여행사와 협업해 롯데 전 계열사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프리패스'상품을 기획 중이었다.
1,2,3 단계 등급으로 가격대를 나눠 1등급의 경우 롯데 타워 시그네엘 호텔을 포함한 타워 전 시설부터 호텔 리조트, 롯데월드, 시네마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롯데에 마음 상한 중국 관광객들의 심기를 풀어주기 위한 서비스 차원의 상품이다. 하지만 중국의 보이콧에 더이상 진전 시키지 못하고 스톱 시켰다.
중국 당국이 금한령에 그치치 않고 롯데마트 철수를 빌미로 전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 및 추가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가할 경우 남아있는 20여개 계열사들의 연쇄적인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3조원을 투자한‘중국판 롯데월드’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는 지난해부터 중국 당국의 보복성 조치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라 매각도 어려운 상태다.
롯데 관계자는 "사드보복으로 중국에서만 1조원 손실을 보고 금한령으로 호텔과 면세점 사업 피해도 상당했는데 우리만 금한령 해제에서 제외시킨다고 하니 당황스러울 뿐이다"며 "롯데마트 매각이 못마땅한 중국이 마음먹고 보복에 나설 경우 중국서 진행하고 있는 여러가지 사업부터 국내 호텔 면세 사업까지 파장이 엄청날 텐데 그 상황으로 치닫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롯데마트 매각작업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따른 것인데 롯데는 한중관계 해빙 대상에서 제외되고 고스란히 피해를 감당해야 하느냐"며 "기업 입장에서 어찌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매각 무산될까 좌불안석 = 그동안 신 회장은 급작스런 해빙무드가 상당히 불편했다. 롯데마트 매각이 성사되기도 전에 양국 화해로 사드 갈등이 해소된다면 매각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는 태국 CP그룹에 112개 롯데마트를 통으로 매각키로 하고 가격 협상 중에 있는데, CP그룹 측에서 장부 가격보다도 한참 낮은 가격을 제시해 합의점을 못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지난달 마무리 하려던 계약이 계속 늦춰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당국이 작정하고 방해 전략을 펼치면 이마저도 무산될 수 있다.
롯데로서는 마트를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상황에 부딪힐 수 있다. 양국이 화해를 하고 중국 당국이 그동안 스톱 시켰던 롯데 사업들을 다시 정상적으로 돌려 놓으면 중국에서 발 빼는 것이 양국 관계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 중에 있는 신 회장 입장에서는 더욱 부담스럽다. 신 회장은 내달 22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마트 철수가 못마땅한 중국당국이 노골적으로 또 한번 롯데 때리기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데, 최악의 경우 중국서 철수 못하고 발목 잡힐 수 있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며 "다음달 22일 1심 판결을 앞둔 신 회장은 실형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라 정부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을 텐데, 중국이 한중 해빙에 롯데를 걸고 넘어질 경우를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부에 밉보인다면 재판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고 반대로 롯데마트 매각 건이 공판을 유리하게 이끌어 줄 수 있는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어 ‘실형이냐, 막대한 손실이냐’를 두고 선택 해야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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