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안에 시장만 더 달아 올라거래금지 등 규제 현실적으로 어려워 전문가 ‘규제 실용성 낮아’ 한목소리
정부는 지난 13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투기과열 및 가상화폐 이용 범죄행위를 막기 위해 긴급 대책안을 발표했다. 해당 대책안에는 신규투자자 무분별한 진입에 따른 투기과열을 막기 위해 우선 은행이 거래자 입출금 과정에서 이용자 본인을 확인하도록 하고, 본인 계좌에서만 입출금이 이뤄지도록 관리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또한 고교생 이하 미성년자와 비거주자(외국인) 등의 계좌개설 및 거래금지를 추진하며 금융기관의 가상화폐 보유‧매입‧담보취득‧지분투자 등을 금지하도록 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 때에도 몇 가지 제약이 붙는다.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부과하고 은행 등의 의심거래 보고의무를 강화했다. 아울러 고객자산의 별도 예치, 설명의무 이행, 이용자 실명확인, 암호키 분산보관, 가상통화 매도매수 호가·주문량 공개 등 의무화를 검토 중이다.
정부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조속한 시일 내 입법 조치를 거쳐 투자자 보호 및 거래투명성 확보 조치 등의 요건 없이 암호통화 거래가 이뤄지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정부 뿐 아니라 금융권내에서도 규제를 향해 잰걸음 중이다. 정부의 대책안 발표 전후로 신한은행과 기업은행은 가상계좌 추가 개설 중단을 알렸다. 우리은행 역시 올해 안 거래소에 제공하던 가상계좌를 폐쇄할 방침이다. 산업은행 역시 거래소 가상계좌를 폐쇄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이미 지난 7월부터 신규 가상계좌 개설을 중단했으며, 하나은행은 애초부터 암호화폐 계좌를 개설하지 않았다.
암호화폐 거래를 위해서는 거래소 가입 후 주어진 가상계좌에 돈을 입금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입금된 돈을 투자금으로 거래소 내에서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러한 조치는 해당 은행들을 통한 암호화폐 거래의 사실상 차단을 의미한다. 단 일부 거래소의 경우 시중은행 개설 계좌 없이도 거래할 수 있어 완전히 거래가 막히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규제안을 두고 거래소와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정부 규제안이 이미 거론됐던 수준에 머무른 점과 이를 계기로 오히려 난립 분위기인 가상화폐 거래소의 옥석을 가릴 수 있게 된 탓이다. 실제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는 이미 고객자산의 별도 예치, 설명의무 이행, 이용자 실명확인, 암호키 분산보관 등의 서비스를 투자자에게 제공 중이다.
전면 금지가 아닌 시장 질서 바로잡기 수준이라 암호화폐 시장 육성안으로 받아들이는 투자자들도 있다. 온라인상에서 한 투자자는 “정부의 질서 재정립으로 가상화폐 시장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며 “모든 돈을 끌어다 투자하겠다”고 주장했다. 다른 투자자 역시 “가상화폐 일종인 리플을 사서 이틀 만에 100%의 수익률을 얻었다”며 “다시 재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부 규제안을 통해 암호화폐가 금융투자 제도권 안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동안 법적인 기준이 없었으나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한 정부의 관리로 인해 장기적으로 시장안정화가 진행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암호화폐 가격은 규제 발표로 급락할 것이란 전망과 달리 우호적인 흐름을 보인다. 빗썸에 따르면 거래 중인 암호화폐 중 비트코인과 라이트코인을 제외한 전 종목이 상승세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비트코인은 전일 보다 3%, 라이트코인은 2% 정도 소폭 하락했다. 이에 반해 이더리움은 15% 이상 올랐으며, 비트코인 캐시 및 리플은 각각 30%, 40% 급증했다. 이오스는 100% 이상 급증했으며 제트캐시 역시 28%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연구원은 “현재로써는 정부 규제안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억제 효과는 제한적으로 나타날 것”이며 “암호화폐 거래가 우리나라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 암호화폐 거래 수요가 해외로 이전되는 효과가 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황 연구원은 “암호화폐의 향후 방향성에 대해 정부가 규제를 적용할 것이냐 아니면 제도권 안으로 포용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하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빠른 시간 내에 법적인 성격을 부여하고 관련된 투자자 보호 및 정보 투명성 규제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암호화폐 시장을 규제하면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미국과 일본, 유럽처럼 제도권 안으로 끌어 들여 이를 시장에서 평가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장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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