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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 벽에 반쪽된 ‘한국판 골드만삭스’

[자본시장 액티브X를 없애자/증권①] 정부 규제 벽에 반쪽된 ‘한국판 골드만삭스’

등록 2018.02.19 17:29

수정 2018.05.17 12:27

서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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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마련된지 6년 지났지만 초대형IB 사업 영위 1곳 뿐한투 제외 발행어음 인가 모두 불발···환업무도 가로막혀증권업계 “깐깐한 잣대·규제로 초대형 IB 의미 퇴색” 지적

한국판 골드만 삭스를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정책이 당초의 취지를 잊어버렸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초대형 투자은행을 만들어 벤처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였지만 갑작스레 높아진 문턱에 외형만 초대형IB에 그친 증권사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11년 투자은행의 모험자본, 혁신기업 지원 등 중요성을 인지하고 초대형IB 육성 계획을 마련했다. 육성안이 구체화돼 초대형IB가 본격적으로 출발한 것은 지난해로 증권사들은 초대형IB 육성정책에 맞춰 자기자본 규모를 키우고 따로 신설팀을 마련하는 등 초대형IB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정부 규제 벽에 반쪽된 ‘한국판 골드만삭스’ 기사의 사진

미래에셋대우는 자사주 교환, M&A 등을 통해 자기자본 7조3000억까지 키운 상태며 최근 실시한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자기자본 8조원 증권사로 성장하면서 발행업무 사업 뿐만아니라 IMA 업무 영위 조건까지 마련했다. KB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도 자기자본을 4조원대로 확대해 초대형IB 조건을 달성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금융당국의 태도가 보수적으로 돌아섰고 발행어음 인가 등 초대형IB 주요 사업에 대한 심사 잣대가 깐깐해지면서 초대형IB를 준비한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닭 쫒던 개’ 꼴이 됐다.

우선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초대형IB의 핵심사업인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은 곳은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은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미래에셋대우는 박현주 회장의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진행 중이라 심사가 보류됐다.

삼성증권은 대주주 위치에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일부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심사가 중단이 더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유일하게 심사 대상으로 올랐지만, ‘금감원 채용비리’가 문제가 됐다. KB증권은 발행어음 인가를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자 결국 인가 신청을 자진 철회하기도 했다.

자본금 규모만 맞추면 바로 시작할 수 있다던 환전업무도 정부가 말을 바꾸면서 불발에 그쳤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초대형IB 지정 증권사가 기업 환전 등 일반 외국환 업무를 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새로 내렸다. 당초 자기자본 4조원 이상만 되면 환업무를 할 수 있다는 육성안을 뒤집은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4개 대형사들은 이렇다 할 초대형IB 관련 신사업을 전개하지 못하고 있다. 대형사 모두 다자간 비상장주식 매매 중개업무는 발행어음 인가 이후로 미뤄 논 상태이며 외국환 업무는 유권 해석상 발행어음 사업을 해야 할 수 있는 것이라 모두 막혀 있는 상태다.

증권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까다로운 잣대와 규제가 초대형IB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으며 더 나아가 증권사들의 경영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초대형IB를 준비한 증권사들은 물론 초대형IB시대를 맞아 전략을 새로 짠 중소형 증권사까지 금융당국의 모호한 기준 탓에 혼란을 겪을 수 있어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신사업 승인을 받기 위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며 말을 아끼는 상황이지만, 대주주 적격성 등 해외보다 국내 기준이 너무 깐깐한 것은 사실”이라며 “금융당국의 제재 탓에 자본 확충 의미가 사라진다면 메르츠종금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차기 초대형IB가 굳이 발을 담그겠냐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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