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노조 주주제안 안건에 반대 입장노조도 이사회 추천 사외이사 후보 반대결국 국민연금·외국인 주주들 손에 달려
KB금융 이사회는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면서 노조가 제안한 정관변경안과 사외이사 추천안 등 3개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이사회는 “주주제안 안건 내용을 검토한 결과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주주총회의 해당안건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한다”고 공시했다.
먼저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정관변경을 요구한 제7-1호 의안 ‘정관 제36조 변경의 건’에 대해서는 공정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낙하산 인사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며 이사 후보자의 인재 풀을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꼽았다.
또 대표이사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참여를 제한하도록 한 ‘정관 제48조 변경의 건’을 놓고는 이미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반영된 내용이라며 이사회 내 위원회 운영은 이사회에 위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최근 금융당국의 지주사 지배구조 지적이 이어지자 사추위에서 빠진 바 있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의 사외이사 추천 안을 놓고 이사회는 “현행 사외이사 후보군 관리 및 검증 제도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않은 후보가 KB금융의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정당한 주주권리 침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박홍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주주들에게 보내는 권고에서 “현재 KB의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제’가 인선자문위원 비공개 독점 선임 등 불투명성, 부정청탁 유발 가능성으로 인해 최근까지 ‘셀프연임’, ‘참호구축’ 등의 비판을 받는 상황”이라며 “주주들이 직접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들이 모두 선임된다면 향후 KB금융지주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주주위원회(shareholder committee)를 구성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사회가 추천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인 선우석호 후보에 대해서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는 뉴라이트 사관을 지닌 세력들을 비호하는 활동을 했다는 언론의 지적을 받았다”며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직을 사임해야 할 위치에 있다고 판단한다”고 압박했다.
금융권에서는 이사회가 직접 주주제안 안건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것에 대해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며 이달 열릴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 양상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양측 모두 주주들에게 서면을 통한 의결권 위임을 해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겠다는 계획이어서 의견권을 위임받기 위한 사전 노력에 많은 공을 들일 것이란 관측이다. 정관 변경과 사외이사 추천은 의결 정족수를 충족해야 통과나 부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관 변경은 출석 주주의 의결권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되고 추천된 사외이사의 선임은 출석 주주의 의결권 과반수, 발행주식수의 4분의 1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KB금융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9.79%)과 외국인 지분율이 지난 6일 기준 68.1%에 달하는 만큼 어떠한 선택을 할 지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1월 KB금융노동자협의회가 주주제안서로 제출한 노동이사제(근로자이사제)에 찬성의사를 밝힌 바 있지만 가결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경영진의 일부로 참석해 목소리를 내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당시 관심을 모았다.
특히 국민연금공단은 3월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에 적극적인 의사를 나타내는 스튜어십 코드를 행사할 것으로 전망돼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도 주목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 지침을 말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임시주총에서와 마찬가지로 노조와의 갈등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사회가 노조의 주주제안을 공식적으로 반대 표명한 것에 대해 국민연금 등 다른 주주들의 입장이 어떻게 나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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