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이사 물러나 은행 경영 올인‘포스트 김정태’ 후계 경쟁 지상 과제남은 임기 1년, 성과로 능력 입증해야
함영주 행장은 지난 17일로 2기 임기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그는 지난 2015년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쳐져 탄생한 KEB하나은행의 초대 통합 은행장으로 취임했고 지난해 연임에 성공해 2년의 임기가 늘어났다. 내년 3월까지가 함 행장에게 보장된 임기다.
현재까지의 성과로만 보면 함 행장의 롱런 가능성은 매우 높다. 통합은행 출범 첫 해 9699억원(하나은행-외환은행 순이익 단순 합산치)이던 KEB하나은행의 순이익은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지난해에는 은행 출범 이후 최고 실적인 2조1035억원을 기록했다.
은행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꾸준히 개선됐다. KEB하나은행의 지난해 4분기 기준 NIM은 1.53%로 2016년 같은 기간(1.38%)보다 0.15%p 개선됐다.
이처럼 수익성 측면이나 자산의 건전성 등 건실한 경영의 지표가 될 만한 수치들은 매우 안정적인 수준의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쉽게 말해 은행을 경영하는 능력 자체에 대해서는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는 평가다.
꾸준한 실적 개선 외에도 함 행장의 롱런 가능성을 더해주는 배경으로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존재가 꼽힌다.
김정태 회장은 통합은행 초대 행장으로 함 행장을 직접 발탁했다. 옛 서울은행 출신이라는 인연도 있었지만 조직의 화학적 통합을 수행할 적격자로 김 회장이 함 행장을 눈여겨봤다는 것이 KEB하나은행 측의 설명이다. 그 결과 함 행장은 김 회장의 기대에 부응하며 조직을 매끄럽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의 3기 임기가 이달 말부터 시작되면 함 행장은 더욱 안정적 환경에서 은행 경영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올해부터는 하나금융지주 사내이사에도 제외됐기 때문에 그룹 경영 전반에 대한 책임 업무가 줄어들었고 은행 본원의 영업력 강화에만 주력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나름의 호재라면 호재다.
물론 사내이사진 제외가 마냥 호재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내이사에서 빠졌다는 것을 뒤집어서 해석하면 나중에 사내이사가 될 만한 후보군의 일원이 됐고 앞으로 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는 금융당국 요구에 따라 미래의 회장 후보자들을 경쟁시키는 형태로 CEO 진용을 짜고 있다. 함 행장이 다른 CEO들보다 한발 앞선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은행 경영을 통해 확실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후계자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1년은 함 행장이 더 큰 길로 가느냐 아니면 답보하느냐의 기로가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함 행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우선 전체적인 이익 규모의 극대화가 필요하다. 현재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연간 순이익 기준으로 KB국민은행에 이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익 극대화를 위해서는 대출 포트폴리오 조정, 디지털 뱅킹 대응, 글로벌 시장 확장이 필수적 과제로 꼽힌다. 특히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로 대출 포트폴리오의 무게중심을 옮기게 되면 당국의 지적을 덜 받으면서도 수익 전반의 증가 효과를 낼 수 있다.
기관 영업 강화도 과제로 꼽힌다. KEB하나은행은 다른 은행과 비교할 때 기관 영업 부문에서 조금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함 행장의 재임 기간 중 기관 영업 부문의 역량과 범위를 강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기관 영업은 가시적으로 높은 이익을 보장해주지 않지만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 등 상징적 의미에서 남다른 무게를 지니는 부문이다. 다른 은행들이 기관 영업에 관심을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KEB하나은행은 올해 입찰에 들어가게 될 서울특별시금고와 인천광역시금고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수탁고가 40조원(서울 32조·인천 8조)에 이르고 1300만여명이 사는 수도권의 대형 자치단체 금고인 만큼 이 곳을 따내기 위해 상당한 공을 쏟고 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함영주 행장의 경영 능력은 이미 은행 안팎에서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면서 “수익 구조의 다변화와 글로벌 시장 확장 가속화를 통해 은행권 안에서 파워를 키우겠다는 것이 일관된 경영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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