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삼성전자와 출자 고리가 문제지분 팔면 경영권 혼란·주가 하락 우려그대로 두면 자본총액 70% 더 채워야일각서 ‘오너家 구원투수 출동論’ 대두
- 편집자주
- 오는 7월부터 그룹의 금융자산 총 보유량이 5조원이 넘는 복합금융그룹에 대해 금융당국이 통합감독을 실시할 예정인 가운데 감독 대상이 된 7대 복합금융그룹 중 일부 기업들의 고민이 크다. 특히 상호·순환출자 구조를 지닌 기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금융당국은 올 7월부터 삼성, 한화, 롯데, 교보생명, DB, 미래에셋, 현대차그룹 등 7대 복합금융그룹을 대상으로 통합감독 체계를 도입·시행한다. 이 방안은 지난 1월 말 확정돼 지난 3일 모범 규준 초안이 공개됐다. 사실상 체계 도입의 시작인 셈이다.
<뉴스웨이>는 금융당국으로부터 특별한 감독을 받게 될 7대 복합금융그룹의 지배구조를 집중 해부해 각 기업이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으려면 어떤 대안을 선택해야 할 것인지 분석·전망해본다.
순환출자나 내부거래 의존도가 큰 금융그룹은 위험 관리 실태 조사 결과 자본적정성이 적정 수준을 미달할 경우 내부적 자본 확충 계획이나 내부거래 축소계획 등을 금융당국에 제시해야 한다.
또 비금융 계열사의 부실이 금융 계열사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비금융 계열사와 금융 계열사 사이의 방화벽을 강화하도록 하고 있다.삼성생명은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지분 8.23%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화재도 1.44%의 삼성전자 지분을 갖고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이다. 감독을 받게 되는 7대 복합금융그룹 중에서 삼성처럼 금융 계열사와 비금융 계열사가 지분을 순환출자한 형태의 사례는 삼성이 사실상 유일하다.
통합감독 규준에는 그룹 내 계열사에 출자한 지분은 적격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이 출자한 삼성전자 지분이 적격자본에서 빠지게 될 경우 삼성생명의 자본 적정성 지표는 크게 하락할 수 있다.
현재 상태로는 그룹 내 계열사 출자분에 어떤 방식으로 위험 가중치를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보험업계 지급여력비율(RBC)의 정량 위험 평가 방식을 기준으로 개별 비금융사 출자분 중 보험사 자기자본의 15% 초과분을 필요자본으로 쌓게 하는 방안을 참고사례 중 하나로 제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의 자본총액은 31조1215억원(연결기준)이다. 9일 코스피 종가 기준으로 환산한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생명의 출자분는 26조1321억원이다.
위에 언급된 정량 위험 평가 방식을 준용할 경우 삼성생명은 자본의 15%(4조6682억원)의 초과분에 해당하는 21조4639억원을 필요자본으로 쌓거나 이 금액에 상당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 할 수도 있다. 자본총액에서 70%에 해당하는 돈을 내부에 더 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삼성 안팎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상당한 고민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2일 금융감독원장으로 새로 부임한 김기식 원장이 국회의원 시절부터 이 사안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 시각을 고집해왔던 만큼 삼성의 행보에 따라 금융권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김기식 원장은 19대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로 활동하던 시절 “다른 업권의 금융회사와 달리 현행 보험업법에는 보험회사가 계열사 주식이나 채권을 보유할 때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가격(시가)’을 기준으로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하도록 했는데 이것은 유일하게 오로지 삼성생명 때문”이라며 “현행 보험업법에 저촉되는 회사가 삼성 밖에 없다”면서 해당 규제의 불합리함을 강조한 바 있다.
어쨌든 이론상 삼성생명이 이 딜레마를 풀 수 있는 가장 간편한 방법은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하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내 삼성생명의 지분율이 꽤 높기 때문에 이 지분이 시장에 풀리게 되면 삼성전자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방어하고자 삼성 비금융 계열사가 이 지분을 산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있다. 제아무리 삼성 계열사들의 실탄 사정이 탄탄하다고 하더라도 21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지분 매입에 쓰기란 부담이 상당하다.
만약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판다면 삼성생명은 자본 충당의 효과를 입을 수 있다. 증권업계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10%인 106만주를 시중에 매각할 경우 1조4000억원 안팎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순차적으로 지분을 쪼개서 시장에 삼성전자 주식을 내다 판다고 해도 고민이다. 이렇게 될 경우 삼성전자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는 삼성전자에 투자한 주주들에게 간접적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같은 딜레마를 풀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 오너 일가가 구원투수로 직접 나서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도 추측하고 있다.
이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으며 금융권 안팎에서도 매력적인 카드로 분류되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에 대한 경영권 방어에도 나설 수 있고 주력 계열사 지배력 강화를 통해 책임경영 의지를 강화시킬 수도 있으며 삼성의 당면과제인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금산분리 문제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 역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오너 일가가 주도적으로 나서는 것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결국은 당국이 그룹 계열사 출자분에 대한 위험 가중치 적용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관건”이라며 “20조원 이상을 호가하는 삼성전자 지분이 풀린다면 금융사 건전성 유지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시장 전체에는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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