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등 자산 5조원 이상 복합금융그룹 감독 대상자본적정성·위험관리상황 당국에 보고·공시해야금융-산업 계열사 부실 전이 막고자 방화벽 강화금융권 “규제 탓에 단기적 혼란 커질 수도” 우려최종구 “당장은 입에 쓴 규제, 약으로 생각해야
금융위원회는 31일 ‘금융그룹 통합감독 도입 방안’을 확정·발표하고 올 하반기부터 모범규준에 따른 통합감독체계를 5조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복합금융그룹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31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손병두 금융위 사무처장, 이세훈 금융위 금융그룹감독혁신단장,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주요 금융그룹 대표자, 민간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을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통령선거 공약이자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였던 금융그룹 통합감독 체계 도입은 금융그룹 감독에 관한 국제규범의 국내 도입과 대기업 소속 금융 계열사의 동반 부실 위험을 관리·감독할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올해부터 도입하게 됐다.
금융당국은 통합감독 활동의 효율성을 위해 총괄부서(그룹 감독부서)와 업권별 감독부서(은행·보험·금융투자 등) 간의 분업·협업체계를 구축해 감독체계를 정비하고 5조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복합금융그룹의 97개 개별 금융사를 감독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여·수신, 보험, 금융투자 등 2개 이상의 업권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그룹 중 자산이 5조원을 넘는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롯데그룹, 한화그룹, 미래에셋금융그룹, 교보생명그룹, DB그룹 등 7개 그룹이 통합감독 시범 시행 대상으로 지정됐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이들 기업 외에도 현대중공업그룹, 태광그룹, KT 등 복수의 금융 계열사를 영위하는 금산복합그룹이 통합감독 시범 대상으로 꼽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들 그룹은 당국이 제시한 시범 감독대상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대상에서 빠졌다.
시범 감독 대상으로 분류된 금융그룹은 그룹 내 최상위 금융회사 또는 그룹 내에서 자산이나 자기자본이 가장 큰 주력 금융회사를 통합관리체계 운영 주체가 될 대표 금융회사로 선정하고 그룹 내 주요 금융 계열사가 참여하는 위험관리기구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아울러 대표 금융회사는 금융그룹의 자본 적정성, 위험요인 관리 상황, 지배구조 현황,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과 주요 내부거래 현황,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신용공여 규모 등을 정기적으로 평가해 그 결과를 감독당국에 보고하고 시장에 공시해야 한다.
당국이 정한 기준에 맞춰보면 각 그룹의 대표 금융회사는 각각 삼성생명, 현대캐피탈, 롯데카드, 한화생명, 미래에셋대우, 교보생명, DB손해보험 등이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중요 보고 항목인 통합 자본적정성은 금융 부문 전체 실제 손실흡수능력(적격자본)을 업권별 자본규제 최소기준 합계(필요자본)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또 그룹 동반부실위험 평가를 통해 비금융 계열사와의 출자관계로 인한 전이 위험을 필요자본에 추가 반영해야 한다.
이와 함께 비금융 계열사의 부실화가 금융 계열사로 전이돼 금융회사에 예치된 고객의 자금이 보호받지 못하는 일을 막기 위한 정책적 제한 장치가 마련된다.
이번 통합감독 도입 방안에서 금융그룹의 동반 부실화 예방 대책으로 언급된 것은 기업집단 소속 금융그룹의 동반부실위험 평가를 토대로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하고 금융 계열사와 비금융 계열사와의 방화벽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금융 계열사 임원의 비금융 계열사 임원 겸직을 제한하고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금융 계열사의 출자를 제한하는 한편 금융 계열사가 비금융 계열사에 출자한 지분에 대해서는 단계적 매각을 추진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통합감독 체계 도입에 대해 환영 반 걱정 반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금융 시장 전체의 안정을 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과 단기적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금융 산업에 대해 당근 없이 채찍만을 들려고 한다는 논란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금융 계열사와 비금융 계열사 사이의 내부거래 현황을 빠짐없이 보고·공시해야 하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거래의 자율성이 제한되고 당국이 기업의 자금 거래 과정에 대해 강도 높게 관여할 경우 관치 금융 논란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산업과 비금융 산업의 방화벽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취지도 각 그룹의 금고 역할을 하고 있는 금융 계열사의 역할이나 지배구조 상의 문제 등을 들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금융 계열사와 비금융 계열사의 동반 부실 위험 여부를 평가한 결과 금융 계열사에 추가 자본금 적립 등 위험회피조치 의무가 부과되면 각 그룹에는 적잖은 부담이 전이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종구 위원장은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의 도입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국제적 흐름”이라고 말하고 “이번 통합감독 체계 도입은 그룹의 명암이 금융 계열사의 운명까지 좌지우지했던 과거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의 규제가 입에 쓸 수 있겠지만 길게 보면 금융그룹을 지켜내는 약이 될 것인 만큼 이해관계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오는 3월까지 모범규준을 공개하는 등 제도의 본격적인 시행을 위한 사전 준비에 나서고 올해 하반기 중으로 모범규준에 따른 통합감독 체계 시범 운영에 나설 예정이다.
아울러 동반부실위험 평가모델을 개발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시장의 의견 수렴 과정 등을 거쳐 올해 말까지 세부 규제수준 확정해 내년부터 본격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금융그룹 감독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금융그룹 통합감독법’ 제정안을 연내 국회에 낼 방침이다.
또한 최소한의 범위로 통합감독 체계를 운영한 뒤 향후 제도 운영 성과를 봐가며 감독 대상의 감독 대상 확대여부 등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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