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은산분리 완화’ 논의 재개 움직임 인터넷銀 한해 ‘34~50%’ 지분 보유 허용 與 입장 선회···최종구·윤석헌도 ‘한목소리’은행 사금고화 우려 여전···사전논의 필요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산분리 완화’를 둘러싼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올 연말에는 규제가 해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한 여당이 입장을 선회한데다 금융당국 역시 규제 완화 의지를 꺾지 않고 있어서다.
현재 국회 정무위에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가 은행 지분 50%를 보유할 수 있게 하는 ‘은행법 개정안’과 인터넷은행에 대해서만 34%까지 지분 보유를 허용한 뒤 5년마다 재심사를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등 5건의 법안이 계류돼 있다.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은행의 지분을 10%(의결권 있는 주식 4%)로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정’으로 인해 IT기업 중심의 인터넷은행이 성장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인식에서 마련됐다. 이 중 인터넷은행을 위한 특례법을 제정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공산이 크다.
이들 법안은 인터넷은행 도입을 논의하던 지난 2016년 발의됐지만 은행 사금고화에 대한 정치권과 사회 전반의 우려로 인해 탄력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은산분리 유지’ 당론을 지켜온 더불어민주당 측이 태도를 바꾸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20대 국회 하반기 원 구성에서도 은산분리 완화를 주장하는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무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되고 비슷한 법안을 발의한 정재호 의원이 여당 간사를 맡는 등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두 의원은 지난 11일 인터넷은행 관련 토론회를 주최하며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금융당국도 거들고 나섰다. 시민단체의 반발에도 “할 일은 하겠다”던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당시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경제규모 확대와 경제시스템 선진화 노력이 이어지면서 은산분리 원칙 적용 방식을 재점검할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규제 완화를 밀어붙이겠다는 소신을 또 한 번 드러낸 셈이다.
여기에 그간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했던 윤석헌 금감원장도 “특례법 형태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며 모처럼 한 목소리를 냈다.
만약 이들의 바람대로 은산분리 규정이 완화된다면 자금 확보에 난항을 빚은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은 부담을 덜어낼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이달에도 1500억원 규모의 추가 유상증자에 실패하면서 보통주 지분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전환주 발행으로 300억원을 수혈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주요 주주인 KT(지분율 10%)가 은산분리 규제로 더 이상 보통주를 사들일 수 없었던 탓이다.
그러나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는 점은 변수다. 앞서 규제 완화가 예금보험제도의 안정성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한 참여연대는 시민·사회단체와 꾸린 ‘금융소비자 연대회의’를 통해 공동 대응에 착수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도 “은산분리 완화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이를 강행한다면 총력투쟁으로 저지하겠다”는 성명을 내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역시 “인터넷은행 도입 후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았고 중금리 대출 활성화 효과도 없었다”며 반대 논리를 펴고 있다.
아울러 여당 일부에서도 은산분리 완화가 정책의 정체성과 맞지 않다며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국회가 특별법 제정을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충돌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의 부진이 은산분리 규제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규제 완화가 금융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전에 이해관계자들 간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