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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 ‘은산분리 완화’ 기대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갈림길 선 인터넷은행③]케이뱅크, ‘은산분리 완화’ 기대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등록 2018.07.26 15:28

수정 2018.07.26 16:13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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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억 유상증자 불발에 자금 우려 고조상품 판매 중단 반복하며 현상유지 급급카카오뱅크와 달리 KT로는 증자 제한적연말까지 ‘금융 주력자’ 신규영입 총력전

국회에서 ‘은산분리 완화’ 논의가 재개될 조짐을 보이면서 인터넷 전문은행을 붙잡는 걸림돌이 사라질 것이란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케이뱅크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1500억원대 유상증자의 불발로 자금 확보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각종 계획에 차질을 빚은 탓이다. 국내 1호 인터넷 전문은행으로서 ‘금융권 메기’라는 칭송까지 들었지만 자금 압박을 이겨내기는 무리였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당초 1500억원 규모로 계획한 2차 유상증자를 300억원대로 축소해 진행한 뒤 정치권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현 은행법 아래 무리하게 증자를 추진했다간 실권주 발생이 불가피한 만큼 일단 ‘전환주’만 발행해 급한 불을 껐다.

그래픽=박현정 기자그래픽=박현정 기자

또한 앞서 일부 대출의 판매를 중단했던 케이뱅크는 이달 대표 상품인 ‘직장인K 마이너스 통장’의 판매도 멈췄다. 자금 사정으로 인해 뒤늦게 쿼터제를 적용한 것이다. 이렇다보니 2분기 중 선보이려던 ‘비대면 아파트 대출’ 상품 출시 일정도 자연스럽게 연기된 상태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 측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을 지키기 위해 여신 상품 판매에 비례해 자본을 계속 쌓아야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은산분리 규제’ 속에 복잡한 주주 구성으로 출범한 케이뱅크가 인터넷은행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현재 케이뱅크는 ▲KT(10%) ▲우리은행(13.79%) ▲NH투자증권(10%) ▲한화생명보험(9.41%) ▲GS리테일(9.26%) ▲다날(6.61%) ▲KG이니시스(6.61%) 등 20곳을 주주사로 두고 있다.

이는 하나의 경영 현안을 결정하기 위해선 주주 의견 수렴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 중 유상증자는 가장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KT의 보통주 지분율이 한도인 10%에 도달한 상황이라 모든 주주가 이탈하지 않고 지분대로 자금을 투입해야만 은행법을 위반하지 않고도 자본금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그래서인지 케이뱅크의 유상증자는 유독 어려움이 많았다. 지난해 9월 진행한 1000억원 규모의 첫 유증의 경우 19개 주주사에 신주를 배정했으나 9곳이 불참을 선언했고 결국 종합부동산개발 회사 MDM을 20번째 주주로 영입해 우여곡절 끝에 약 140억원(지분율 4%)을 수혈받았다. 올 들어 추진한 1500억원대 2차 유상증자 역시 실권주 발생이 예상되면서 보통주 지분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 300억원 규모의 전환주를 발행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여정은 9개 주주사로 구성된 카카오뱅크와 대조적이다. 카카오뱅크의 보통주 기준 지분율은 ▲한국투자금융지주 58% ▲카카오10%(의결권 4%) ▲KB국민은행 10% ▲SGI서울보증 4% ▲우정사업본부 4% ▲넷마블 4% ▲ebay 4% ▲skyblue(텐센트) 4% ▲yes24 2% 등이다. 특히 금융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든든한 대주주로 자리하고 있어 비교적 은산분리 규제에서 자유롭다.

이에 카카오뱅크의 유상증자는 순조로운 양상을 띠었다. 출범 2주 만인 지난해 8월과 올 3월 각각 결의한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두 번 모두 잡음 없이 끝내며 자본금을 1조3000억원까지 늘리는 데 성공했다.

두 은행의 엇갈린 행보는 성과에서의 차이로 이어졌다. 카카오뱅크는 안정적인 자본금을 바탕으로 여신 규모를 6조900억원(4월24일 기준)으로 늘리는 한편 ‘전세자금대출’ 등 신상품을 연이어 내놓는 등 공격적인 경영행보를 걷고 있다. 반면 케이뱅크는 여신 규모 1조3000억원이라는 괄목할 만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상품의 판매 중단을 되풀이하며 현상유지에 급급한 모습이다.

때문에 심성훈 케이뱅크 대표도 줄곧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은산분리의 기본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터넷은행이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달라는 게 그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 가운데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재개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심 대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케이뱅크 측은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새로운 투자자 찾기에 매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한국투자금융지주와 같은 금융주력자를 앞세워 지배구조를 개편함으로써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그 일환으로 현재 몇 곳의 재무적투자자와 증자 참여 여부를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심성훈 케이뱅크 대표는 “인터넷 전문은행 특별법 등 법안이 마련돼도 케이뱅크로서는 금융주력자의 역할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3대 주주를 주축으로 관련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말까지는 정치권에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건의하는 동시에 새로운 금융 주력자를 탐색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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