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재벌 의결권 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발의재벌家 특별한 경력 없이 임원 선임 불가 제도화기업 간 분할합병 시 총수일가에 유리한 결정 제한이스라엘·홍콩 등 법률 마련···미국은 일종의 관례
법안을 발의한 쪽에서는 최근 총수일가의 전횡이 수면 위로 떠오른 사건인 ‘대한항공 사태’를 예로 관련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6살에 대한항공에 입사해 7년 만인 2006년 33살의 나이로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본부 부본부장 상무보로 승진했다. 동생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도 2007년 3월 대한항공에 과장으로 입사해 2013년 상무로 승진, 30살에 임원에 올라 국내 최연소 대기업 임원이 됐다.
대한항공은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과 조현민 전 전무의 ‘물벼락 갑질’ 의혹이라는 오너리스크가 잇달아 발생했다. 이러한 총수일가의 ‘갑질 사태’로 인해 대한항공의 기업가치가 훼손됐고, 피해는 고스란히 직원들과 주주들에게 돌아갔다.
비단 두 사람만이 아니다.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재벌가의 자식이 대기업 임원 자리에 쉽계 선임되면서 발생한 기업가치 훼손은 셀 수 없이 많다. 이들이 쉽게 임원이 될 수 있는 비결은 총수일가의 지분 때문이다. 따라서 총수일가의 임원 선임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을 위해 총수일가 주식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초 이와 같은 문제제기와 함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일가) 및 특수 관계인은 총수일가와 관련된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의결권 제한 사항은 구체적으로 계열사와의 △합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한 영업의 양수 또는 양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 또는 포괄적 이전 △분할 또는 합병이다. 여기에 △동일인 또는 해당 동일인의 특수 관계인을 임원으로 선임하는 행위 △동일인 또는 해당 동일인의 특수 관계인인 이사의 보수 등도 의결권이 제한된다.
이 경우 그 의결권 없는 주식은 해당 사항에 대한 주총의 결의에 관하여는 발행주식총수에 포함하지 않는다. 따라서 총수일가를 제외한 주주들이 안건을 심사하는 것이다.
박용진 의원은 “독립적 주주들이 총수일가의 임원선임, 보수결정, 계열사간 합병 등의 안건을 결정하게 함으로써 독립적 주주들의 권익을 보다 확실하게 보호하고자 이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법안을 만들게 된 계기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간의 분할합병 사례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대기업집단 계열사 간의 합병이나 분할 합병 시 합병비율이 총수일가에 유리하게 결정되어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하고, 결국 경영권승계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법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 법안에 대해 박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쉽게 말해, 어떤 위원회를 운영한다고 했을 때 제척사유가 되는 경우를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위원회에 소속된 위원이 자신과 연관이 있는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참여하지 못한다”며 이를 주총에 대입시킨 것으로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이스라엘에서 시행하고 있던 제도”라며 “홍콩, 인도 등에서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같은 경우는 법에서 금지하고 있지 않지만, 재벌 총수가 자신과 관련된 안건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며 “미국의 경우는 소송을 당할 우려가 있어서 총수가 주총에 참여를 안한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예로든 그는 “미국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소송전이 벌어졌다면, 재벌총수가 패소했을 것”이라며 “한국은 재벌총수가 승소하는 결과가 나오니 문제”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 법안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현재 이 법안은 아직 국회에서 논의가 된 적 없지만, 경영계의 반발이 예상되는 법안이다. 재벌일가의 경영활동에 제약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볼 수 있어, 이 부분이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의원실 관계자는 보수야당이 법안을 반대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뉴스웨이 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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