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롯데캐피탈 두고 신한·KB 맞서수익성 고민되지만 1위 등극 매력적 국민카드, 롯데카드 품고 신한 추월? 하나금융, 롯데손보 인수전 참여 변수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그룹 금융 계열사 매각주관사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오늘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다음달 12일 롯데캐피탈의 예비입찰을 각각 진행한다. 이미 복수의 금융지주는 자문사를 선정하며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마쳤고 기업상세소개서(IM)까지도 받아든 상태다.
관전 포인트는 패키지 매각이 아닌 회사별 개별 매각이 유력하다는 점이다. 롯데로서는 이들을 하나로 묶어 넘기는 게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나 이를 고집한다면 흥행이 어려울 것이란 판단 하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금융그룹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기업에 대한 평가도 엇갈려 롯데 금융 계열사가 어떤 곳에 둥지를 틀지 주목된다.
◇‘알짜’ 롯데캐피탈···KB·신한·BNK ‘눈치전’=롯데의 금융 3사 중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쪽은 ‘업계 3위’ 롯데캐피탈이다. 무엇보다 수익성이 좋고 롯데 계열사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는 게 주된 요인이다.
실제 롯데캐피탈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959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함께 매각되는 롯데카드(700억원)나 롯데손보(619억원)보다 높다. 아울러 사업 포트폴리오도 자동차 금융과 기업대출, 개인신용대출 등에 고르게 분포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덧붙여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제외된다는 점 역시 매력적인 부분으로 꼽힌다.
이렇다보니 금융지주 순이익 투톱인 KB금융과 신한금융은 물론 BNK금융까지 조심스럽게 인수전 참여를 저울질 하는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단순히 실적만 놓고 따지면 누가 가져가도 손해는 없다. 지난해 3분기까지 KB캐피탈은 895억원, 신한캐피탈은 876억원, BNK캐피탈은 524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각각 기록했는데 롯데캐피탈을 손에 넣으면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어서다.
또 리딩 금융그룹 자리를 놓고 다투는 KB금융과 신한금융으로서는 연 1300억원을 남기는 롯데캐피탈을 발판 삼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도 구미를 당기는 부분이다. 특히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 인수 효과를 더해 KB금융을 앞지를 수도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KB금융(2조8688억원)과 신한금융(2조6434억원)의 순이익 격차는 2254억원이었다.
다만 롯데캐피탈이 금융지주사로 편입된 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모든 후보군이 한번쯤 고민해볼 문제다. 수익의 상당 부분이 ‘고금리 신용대출’에서 일어나 평판을 중요하게 여기는 금융지주 하에선 이 같은 전략을 고수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계륵’ 롯데카드, 그래도 덩치 키울 수 있다면=롯데카드를 향한 주요 금융지주의 반응은 대체로 미온적이다. 신한금융의 경우 ‘1위’ 신한카드를 보유하고 있고 KB금융 역시 KB국민카드가 업계 3위를 지키고 있어 인수해야 할 동기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들 금융지주가 단호하게 선을 그을 수 없는 것은 롯데카드 인수 시 분명 득이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순위를 끌어올리고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불황을 버텨낼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상반기 자산 기준으로 국내 카드사 순위는 ▲신한카드(27조4939억원) ▲삼성카드(24조4583억원) ▲KB국민카드(18조4953억원) ▲현대카드(15조6944억원) ▲롯데카드(12조240억원) ▲우리카드(9조1032억원) ▲하나카드(7조6425억원) 순이다. 따라서 신한이나 KB가 자산 12조원대의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업계 1위 싸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KB가 신한을 뒤집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물론 이는 상대적으로 카드사업 규모가 작은 하나금융이나 우리금융도 마찬가지다. 롯데카드를 인수한 뒤 기존 회사와 합병하면 단숨에 상위권으로 도약하게 된다. 인지도를 높일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카드 수수료 인하 등으로 카드사의 경영환경이 악화됐다는 만큼 덩치를 키우면 손해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금융지주 중에서 아직 롯데카드 인수 의지를 내비친 곳은 없다. 복합금융그룹 중에서는 한화그룹이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고 국민카드의 사세 확장을 노리는 KB금융이 물망에 오르고는 있으나 실제 인수전 참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롯데손보는 ‘찬밥’···하나금융·BNK의 선택은?=다른 두 곳과 달리 롯데손보는 흥행에 대한 부담을 짊어진 상태다.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형 보험사인데다 기존 업체와 시너지도 기대하기 어려운 탓에 금융지주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롯데손보의 시장점유율은 3.1%로 13개 손보사 중 9위에 불과한 실정이다. 재무상황도 그리 안정적이지 않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지급여력(RBC) 비율이 157.6%로 금융당국의 권고치(150%)를 간신히 넘었을 정도다. 게다가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대비해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는 과제도 떠안고 있다.
그래도 퇴직연금 시장에서의 입지는 강점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3분기 특별계정 기준으로 롯데손보는 약 5조9000억원의 퇴직연금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화재(7조8000억원)에 이은 두 번째 규모다. 이에 롯데손보를 손에 넣는 곳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일단 30일 예비입찰에는 BNK금융 등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BNK금융은 2023년까지 비은행 비중을 30% 이상, 계열사를 10개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워 M&A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의 행보도 관심사다. 사실 하나금융 측에서는 그간 롯데 계열사 인수에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KEB하나은행이 특허청에 ‘하나손해보험’ 상표권을 출원해놓은 상태라 막판에 깜짝 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물로 나온 롯데 금융 3사를 놓고는 장점과 단점에 대한 업계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면서 “규제가 더욱 까다로워지는 데다 경영환경의 불확실성도 확대되는 추세라 금융지주도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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