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대법원 판례에 따라 자동차사고 피해자의 5년치 상실수익액을 더 지급하려면 현행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해야 하는데 보험료 연쇄 인상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적극 나설 지는 미지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1일 박모씨 부부와 딸이 수영장 운영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총 2억5416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깨고 노동가동연한을 65세로 상향해 손해배상액을 다시 계산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앞서 박씨 가족은 2015년 8월 당시 4세의 아들이 수영장에서 익사 사고로 사망하자 수영장 운영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액과 위자료 등 4억9354만원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보아온 견해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고 이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 60세를 넘어 만 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노동가동연한은 노동에 종사해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령의 상한이다. 사망하거나 노동력을 잃은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된다.
이번 판례에 따라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이 개정되면 손해보험사들은 지급 보험금 증가에 따른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현행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의 대인배상 및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 지급 기준에 따르면 사망 및 후유장해 상실수익액, 부상 휴업손해 등 보험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취업가능연한은 60세다.
육체노동자의 노동가동연한을 60세로 인정한 기존 대법원 판례를 반영해 지난 1996년 8월 이후 23년여간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해왔다.
주부와 학생, 일용직 근로자 등 소득과 정년이 불분명한 이가 자동차사고로 사망하거나 후유장해를 입으면 취업가능연한 60세를 기준으로 취업가능월수를 산정해 상실수익액을 지급한다.
향후 취업가능연한이 65세로 높아지면 보험사는 5년치 상실수익액을 더 지급해야 하고, 이를 반영해 자동차보험료가 인상된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취업가능연한을 65세로 상향 시 자동차보험 대인배상 상실수익액 기준 지급 보험금이 약 1250원 증가해 최소 약 1.2%의 보험료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
손보사들이 이미 올해 하반기 자동차보험료 추가 인상을 검토 중인 상황에서 또 다른 인상 요인이 생긴 것이다.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상위 6개 손보사는 지난달 보험료를 평균 2.7~3.5% 인상했다.
전체 자동차보험료 평균 인상률은 DB손해보험(3.5%), 현대해상·KB손해보험(3.4%), 메리츠화재(3.3%), 한화손해보험(3.2%), 삼성화재(2.7%) 순으로 높다.
이는 지난해 계절적 요인 등으로 인한 손해율 상승과 국토교통부의 적정 정비요금 공표에 따른 정비요금 인상을 반영한 조치다.
하지만 지난달 인상분은 개별 정비업체들과 재계약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책정돼 계약 진척에 따른 추가 인상분이 남아 있다.
업계 1위사 삼성화재의 경우 정비요금 상승에 따른 보험료 인상분 약 3% 중 1.1%만 반영해 나머지 1.9%의 인상분이 존재한다.
취업가능연한 상향으로 예상되는 최소 인상률 1.2%를 가산하면 보험료를 3.1% 올려야 한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삼성화재 자보전략팀장인 김일평 상무는 지난 20일 ‘2018년 결산실적 설명회’에서 “1월 말 보험료를 평균 2.7% 인상했지만 그것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다들 인지하고 있다”며 “보험료 인상 당시 정비원가 인상분은 3% 내외였지만 실제로는 1.1%밖에 반영되지 않았고 나머지는 실적에 근거해서 손해율 상승 요인을 반영한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머지 정비원가 상승분 반영은 당연히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른 추가적인 원가 상승분에 대해서도 실적을 봐가면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업가능연한을 65세로 높이기 위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 작업이 당장 속도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손보업계 안팎에서는 표준약관 개정 권한을 쥔 금융감독원이 정부와 소비자 여론을 의식해 연이은 자동차보험료 인상이나 인상폭 확대에 부담을 느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이미 연내 자동차보험료 추가 인상이 공식화된 상황에서 보험료를 더 올리는 결과를 낳는 표준약관 개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행 표준약관에 대법원 판례를 적용할 때에도 실제 판결 이후 개정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이어 “표준약관 개정 전까지는 기존 취업가능연한 60세를 적용할 수밖에 없어 향후 대법원 판례를 따를 것을 요구하는 소비자들로부터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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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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