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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한국재벌 치부 밝힌 김상조, 왜?

유럽서 한국재벌 치부 밝힌 김상조, 왜?

등록 2019.03.12 15:59

수정 2019.03.12 16:02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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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 국제경쟁정책워크숍 재벌정책 강연“韓 재벌, 집중심화···규제 안되면 경제역동성 소멸”“개인적인 추측일뿐···국가 이미지에 악영향 끼쳐”한국 특수한 경제여건 설명하기 위한 예시 중 하나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글로벌 경제정책 동향 점검 차 유럽행에 나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해외경쟁당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준비한 연설문에서 한국 재벌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논란이 일고있다.

김 위원장은 12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리는 ‘제23회 국제경쟁정책 워크숍’에 참석해 기조 강연을 한다. 이 워크숍은 공정위가 개발도상국에 경쟁법 집행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1996년부터 매년 여는 행사다.

12일 공정위가 미리 배포한 강연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기조 강연에서 ‘한국의 경쟁법 도입 역사 및 집행경험’, ‘재벌정책’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그는 재벌의 문제점으로 크게 경제력 집중, 소유지배의 괴리 등을 꼽았다.

김 위원장은 “과거 한국은 한정된 자원을 대기업에 우선적으로 배분하는 전략으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뤄냈는데, 그 과정에서 삼성·LG·현대 등 소위 ‘재벌’이라 불리는 거대 기업집단이 탄생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한명의 기업가가 여러 개의 사업을 동시에 일으키면서 그 계열사들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대기업집단을 이루는 것이 우리 경제에서 나타났던 모습인 바, 대기업집단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음도 부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 재벌들의 부정적 측면이 더 부각되고 있다. 상위 10대 재벌의 자산총액이 GDP의 80%에 달함에도 이들에 의해 직접 고용된 사람은 94만명(3.5%)에 불과하다”며 “즉, 재벌들의 성장이 한국경제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으며, 재벌들로의 경제력 집중은 고용의 대부분을 창출하는 중소기업의 성장마저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단순히 경제현상으로 그치지 않고, 재벌들이 관료와 정치인을 포획하고 언론마저 장악하는 등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확대되고 있다”면서 "재벌들의 경제력 남용을 규율하지 못한다면 경제 전체의 역동성을 소멸시킬 수 있으며 이는 경쟁당국과 경쟁법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문제를 두고 재계 관계자는 “재벌들이 관료와 정치인을 포획하고 언론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은 개인적인 추측에 불과하다”며 “장관급 공무원이 해외 관료들 앞에서 이것을 객관적 사실인 것처럼 말하면 국가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강연문에 따르면 공정위는 한국의 특수한 경제여건에 따른 재벌정책에 대한 강연을 위해 일종의 예시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에서는 시장메커니즘 및 상법 등의 내외부 감시 장치가 실효적으로 작동해 이러한 사익추구행위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으나, 한국의 시장상황은 그러하지 못하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위원장은 강연 이후 밀로에 오브라도비치 세르비아 경쟁보호위원장과 만나 공기업 경쟁법 집행과 관련한 한국의 경험을 공유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오는 17일까지 세르비아를 시작으로 벨기에와 독일을 잇달아 방문한다.


다음은 연설문 전문이다.

안녕하십니까 참석자 여러분.

우선, 공정위 대표단을 따뜻하게 환영해주신 밀로예 오브라도비치(Miloje Obradović) 세르비아 경쟁보호위원회 위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바쁘신 와중에도 공정위 대표단의 강연을 듣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세르비아 경쟁보호위원회 직원들과 발칸지역의 학계․법조계 경쟁법 전문가들께도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1996년부터 개최된 국제경쟁정책워크숍이 벌써 23회를 맞이했습니다.

동 워크숍은 법집행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함으로써 개도국들이 경쟁법과 경쟁문화를 정착시키는데 도움을 주고자 하는 취지로 시작됐습니다.

몇 년 전부터 세르비아 경쟁보호위원회가 공정위의 기술지원을 꾸준히 요청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양 국이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이제야 세르비아를 방문하게 된 것을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오늘 워크숍이 세르비아 경쟁보호위원회를 비롯하여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경쟁과 경제발전


저는 ’17년 6월 공정위원장에 취임하기 전까지 24년간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교수였음. 시장경쟁의 효용과 장점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쟁은 일국의 경제가 발전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더 낮은 가격으로 더 많은 양의 생산이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사회후생을 제고하고, 경쟁압력을 통해 기술 혁신을 촉진합니다.

OECD 및 세계은행 등의 연구결과, 선진국과 개도국에서 공히경쟁정책이 국가경제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한국에서도 경쟁과 경제발전의 관계에 대한 20년 동안의 시계열 분석결과, 경쟁이 촉진될수록 1인당 실질소득과 교역규모가 상승하는 등 양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르비아는 ’00년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한 이후, 수차례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최근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동 체제의 장점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경쟁정책을 펼쳐나가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한국 공정위와 관련된 두 가지 주제, 즉 한국의 경제발전과정에 따른 경쟁법 도입 역사와 집행경험, 한국의 특수한 경제여건에 따른 재벌정책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한국의 경쟁법 도입 역사 및 집행경험


한국은 ’70년대까지는 국내 시장보호와 기업지원시책 등 정부주도의 경제성장 전략을 추구했습니다.

이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국내 산업을 육성할 수 있었으나, 대내외 경쟁이 차단되어 독과점 구조의 형성 등 시장의 왜곡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구체적으로 ’63년 설탕․밀가루․시멘트를 생산하던 소수의 독과점 사업자들이 가격담합을 통해 폭리를 취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를 계기로 공정거래법 제정 논의가 촉발됐습니다.

’80년대부터는 정책기조를 자율·개방·경쟁으로 전환하고, ’81년도에 드디어 공정거래법을 도입하였음. 이후 공정위는 규제개혁, 경쟁법 집행 등을 통해 시장 경쟁촉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공정위의 설립초기에는 조직의 규모가 작을 뿐 아니라 집행 경험도 충분하지 않았으므로 법집행보다는 경쟁주창 기능에 중점을 뒀습니다.

그러다 경쟁의 편익과 경쟁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제고된 이후, 공정위의 주된 활동이 경쟁법 집행으로 옮겨 갔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보면, 교복 등 국민생활 밀접분야 담합을 적극 적발·제재하여 공정위를 홍보하고 경쟁의 편익을 알리는데 노력했습니다.

이후 점차 경제분석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경쟁제한적 기업결합 규제 등으로 확대하게 되었습니다.


재벌정책


과거 한국은 한정된 자원을 대기업에 우선적으로 배분하는 전략으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뤄냈는데, 그 과정에서 삼성, LG, 현대 등 소위 ‘재벌’이라 불리는 거대 기업집단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재벌은 기본적으로 여러 개의 회사가 계열사(affiliates) 형태로 이루어진 대기업 집단(Business Group)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오너일가라는 특정 가문이 대를 이어 지배하는 대기업집단을 지칭합니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한명의 기업가가, 여러 개의 사업을 동시에 일으키면서 그 계열사들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대기업집단을 이루는 것이 우리 경제에서 나타났던 모습인 바, 대기업집단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음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가령, 경제발전 초기에는 금융시장의 불비를 대기업집단 내부자본시장(Internal Capital Market)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며, 특히 한국의 재벌은 기업가 정신을 가진 리더를 중심으로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 재벌들의 부정적 측면이 더 부각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30대 재벌집단의 자산총액이 한국전체의 GDP보다 커질 정도로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상위 10대 재벌의 자산총액이 GDP의 80%에 달함에도 이들에 의해 직접 고용된 사람은 94만명(3.5%)에 불과합니다. 즉, 재벌들의 성장이 한국경제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으며, 재벌들로의 경제력 집중은 고용의 대부분을 창출하는 중소기업의 성장마저도 방해하고 있습니다.

또한,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이 단순히 경제현상으로 그치지 않고 재벌들은 관료와 정치인을 포획하고 언론마저 장악하는 등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재벌들의 경제력 남용을 규율하지 못한다면 경제전체의 역동성을 소멸시킬 수 있으며 이는 경쟁당국과 경쟁법의 존재이유이기도 합니다.

재벌의 두 번째 문제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소유지배의 괴리입니다. 한국 재벌들의 소유구조는 controlling minority structure라고 불리는데, 소위 오너라고 불리는 이들이, 실상은 평균 5% 내외의 주식지분을 가지고 있는 minority shareholder임에도 피라미딩 출자구조를 이용해 재벌집단 전체를 지배합니다.

이러한 소유지배의 괴리로 인해 오너일가는 주주전체의 이익이 아닌 오너일가만의 이익을 위한 사익추구행위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재벌의 경영권이 2세를 지나 3세로까지 승계되면서 이들 재벌 3세들은 창업자들과는 달리 위험에 도전하여 수익을 창출하기보다는 사익추구행위를 통한 기득권 유지에만 몰두하고 있어 한국경제의 역동성과 발전을 저해합니다.

선진국에서는 시장메커니즘 및 상법․회사법 등의 내․외부 감시 장치가 실효적으로 작동하여 이러한 사익추구행위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으나, 한국의 시장상황은 그러하지 못합니다.

이에 경쟁당국인 공정위가 본연의 경쟁정책 뿐 아니라 재벌의 경제력 집중 문제까지 규율하게 된 것 입니다.

일례로 현행 상법상 모회사의 자회사는 모회사의 지분을 소유할 수 없는데, 공정거래법은 더 나아가 대기업집단 소속의 모든 회사들에 대하여 계열사간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세르비아의 경우도 ’00년 시장경제로 전환하면서 공기업 민영화, 해외 투자 유치 등 시장경제 체제로의 변혁을 과감히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직면하는 문제가 민영화 과정에서 형성된 시장의 독과점과 이러한 독과점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사회 전반의 부패일 것 입니다.

세르비아를 비롯한 동구권 국가들의 경우도 과거의 한국과 마찬가지로 아직은 시장메커니즘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업들에 대한 내․외부 견제와 감시 장치도 많이 미흡한 것으로 보입니다.

세르비아와 한국은 그 역사적 배경과 경제발전 과정에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한국의 사례가 유일한 해법은 아니긴 하지만, 향후 세르비아가 유사한 문제에 봉착했을 때, 한국의 사례가 하나의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 정부주도의 경제에서 출발하여 시장경제를 꽃피우는 모범사례를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이 과정에서 공정위와 공정거래법이 혁혁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세르비아는 ’25년 EU 가입을 목표로 경제성장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세르비아 경쟁보호위원회의 역량과 위상이 점차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공정위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응할 것이며, 워크숍이 끝난 후 개최될 밀로예 오브라도비치 위원장님과의 양자협의에서 공정위의 기술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 입니다.

금년은 한국과 세르비아(舊 유고슬라비아)간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에서 오늘의 워크숍이 더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 워크숍을 계기로 공정위와 세르비아 경쟁보호위원회의 협력관계가 더욱 공공해 지기를 희망함.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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