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당국, 나란히 금호 측 자구안 긍정평가최종구 “박찬구 협력설은 박삼구 뜻 해치는 것”이동걸 “박삼구, 회사 위한 책임감 보였다” 언급
박삼구 전 회장은 지난 15일 장남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과 함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5000억원의 유동성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수정 자구안을 제출했다. 이에 산업은행 측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7일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회 지식재산 금융포럼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박삼구 회장의 진정성을 믿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 위원장은 “박 전 회장이 평생 일군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고자 회사 매각을 직접 결정한 것은 진정성 있는 결단이라 생각한다”며 “박 전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인수 협력설과 우회 인수설은 박 전 회장의 진정성을 해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정된 수요를 갖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매출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는 국적 항공사”라며 “경영 능력을 제대로 갖춘 인수자가 곧 나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의 말은 아시아나항공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매수자가 회사를 원활하게 인수하도록 정부가 돕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인수 후보군 중 하나로 분류된 금호석화에 대해서는 적격 대상이 아니라는 쪽으로 당국이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최 위원장과 비슷한 어조의 발언은 지난 16일에도 나왔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박삼구 전 회장이 책임자로서 어려운 시점에 회사를 위하는 게 무엇인지를 보여줬다”며 박 회장을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박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과 회사 직원의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차원에서 매각을 결정한 것”이라며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산업, 대주주가 진정성을 보였다고 생각한다”며 매각 결정 과정의 뒷얘기를 전했다.
최 위원장과 이 회장은 그동안 박삼구 전 회장을 향해 개인이 아닌 금호아시아나 전체를 살릴 수 있는 진짜 대책을 내놓으라고 압박해 왔다.
박 전 회장의 퇴진 후 장남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경영 승계를 우려했던 점이나 “3년의 시간을 더 두고도 정상화가 안 되면 아시아나항공을 팔겠다”고 했던 박 전 회장의 호소를 거부했던 것도 이같은 압박의 과정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최 위원장과 이 회장 모두 박 전 회장의 진정성을 두둔한 것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통해 그룹 전체를 다시 한 번 살려보겠다는 박 전 회장의 의지를 높이 산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2대 주주인 금호석화의 인수 참여를 다소 비관적으로 바라본 대목에서는 금호석화보다 규모 면에서 더 큰 매수자가 아시아나항공을 원활히 인수할 수 있게끔 돕겠다는 구조조정 당국의 의중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관측이다.
따라서 구조조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산업은행과 정부가 금호그룹 측의 정상화 의지를 높이 산 만큼 금호 측이 희망하는 그룹 정상화 방안은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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