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硏 2.5→2.3%···한은도 2.5%로 낮춰엇갈린 글로벌 경기 진단, 기관마다 온도차 추경 효과 해석도 차이···“0.1%포인트 불과”
LG경제연구원은 21일 ‘2019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을 2.3%로 제시했다. 지난해 9월 시점 전망치인 2.5%보다 0.2%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연구원은 “세계경기 둔화 영향이 반도체 경기를 통해 증폭돼 나타났다”며 “국내 경기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하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 하강 조짐이 예사롭지 않다는 진단이다.
한국은행은 앞서 지난 18일 성장률 전망을 2.6%에서 2.5%로 낮췄다. 이주열 총재는 “올해 1분기 중 수출·투자의 흐름을 점검해 본 결과 당초 예상보다 낮은 것으로 파악돼 이를 반영했다”고 하향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총재는 하반기 들어 수출과 설비투자가 회복세를 보이며 경기 흐름이 상저하고(上低下高)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지만, 금융시장은 이를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금융연구원은 내달 초 경제수정전망 발표를 앞두고 작년 말 내놓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2.6%)을 소폭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춘성 금융연 거시경제연구실장은 “투자 등 1분기 지표가 예상보다 좋지 않았던 부분을 고려해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도 다음 달 중 수정전망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1월에 내놨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2.6%)를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초 반도체 경기가 하반기에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반등 시기가 늦춰지고 반등 속도도 예상보다 느릴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1월에는 2.6%를 올해 전망치로 내놨지만 현재 지표로는 2.5%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작년 11월 2.6% 전망치를 내놨던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내달 중 수정 전망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최근 경기인식을 바꾸며 성장률 하향조정을 사실상 예고했다. KDI는 지난 7일 공개한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점차 부진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해 경기진단 표현 수위를 ‘둔화’에서 ‘부진’으로 바꿨다.
반면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돼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등 세계경제가 우려와 달리 부진에 빠지지 않을 수도 있어 경기전망을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10월 내놨던 2.6% 성장률 전망을 그대로 유지했다. IMF는 다만 정부가 제시한 성장률 목표(2.6∼2.7%) 달성의 전제조건으로 대규모 추경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부도 지난해 말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올해 성장률 목표치인 2.6∼2.7%가 여전히 달성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홍 부총리는 1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 및 세계은행(WB)·IMF 춘계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의에선 세계경제와 관련해 모멘텀이 둔화되고 있고 하방리스크가 우려된다는 얘기가 많았다”면서 “(그러면서도) 궁극적으로 글로벌 경제가 ‘리세션(후퇴)’으로 가지 않을 것이며, 하반기 성장 모멘텀이 개선돼 내년부터 반등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는 “경기 침체, 즉 리세션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며 2분기 경기 반등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금투는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을 2.5%, CPI를 1.0%로 예상하면서 이같이 평가했다. 윤창용 이코노미스트는 “금년 상반기를 저점으로 내년까지 새로운 소순환 상승 국면이 시작될 것”이라며 “올해 한국이 2%대 중반 성장을 보인 뒤 내년엔 2.7%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이처럼 엇갈리는 것은 미국·중국경제를 중심으로 한 세계경제 회복세에 대한 시각 차이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는 “미국경제의 성장모멘텀이 약화된 모습이지만 양호한 고용상황과 소득여건에 힘입어 경기확장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춘성 실장은 “미국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는 크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중국도 내수 부양책에 나서고 있는 점은 국내 성장률 전망 하향을 감쇄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LG경제연구원은 “세계경제는 경기추진력 부재가 경제주체들의 실망감으로 이어지면서 하반기 중 본격 하락국면에 접어들 것이고, 반등 모멘텀이 없어 하향국면이 최소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시각 차는 반도체 업황 개선 여부다. LG경제연구원은 세계경기 둔화가 반도체 수출 부진을 통해 국내경기에 ‘증폭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한은은 “올 하반기로 가면서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상품 수출이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상저하고’(상반기 2.3%, 하반기 2.7%)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경기 전망과 더불어 추경 효과도 엇갈린 관측이 나온다. LG경제연구원은 현재 6조∼7조원 규모에서 논의되고 있는 추경이 올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효과는 0.1%포인트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홍 부총리는 “지금 준비 중인 추경을 강력하게 추진해 2.6%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세계 경제가 올 하반기까지 하방 위험에 노출돼 있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추경을 통해 성장활력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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