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국가 제외에 ‘지소미아’ 연장 거부 방안 검토한일관계 1965년 수교 이후 최악···통상·안보 위협갈등 핵심 강제징용 배상판결 한일 인식차 ‘뚜렷’
한일 양국은 경제 및 안보 협력을 토대로 반세기 이상 관계 발전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일본의 대(對)한국 경제보복 조치로 경제협력의 토대가 무너지고 있다. 또 다른 축인 안보 협력도 위기에 몰렸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조치에 맞서 북한 핵·미사일 정보 공유를 위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을 거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일본의 비합리적인 일방 조치는 한국 내 반일 감정까지 자극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거세지고 일본 여행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도 추가 조치로 한국인에 대한 입국 절차를 까다롭게 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파문이 어디까지 확산할지 가늠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처럼 갈등 상황이 장기화·고착화하면서 수교 이후 반세기 동안 쌓아 올린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문제는 아직도 악재들이 산재한 상황이다. 갈등의 핵심인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둘러싼 한일 간 인식의 괴리는 좁혀들 기미조차 없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기 때문에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은 청구권협정에 위배되며 한국이 알아서 ‘국제법 위반 상황’을 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한국 대법원은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까지 소멸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으며, 정부도 사법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이 해결하라’는 일본의 요구는 ‘일본 전범 기업이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한국 정부가 거스르라는 뜻으로, 그 정당성은 제쳐두고라도 삼권분립에 어긋나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일본이 자국 기업의 피해가 현실화하면 추가 보복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일본 기업이 배상 판결에 응하지 않자 해당 기업의 국내 자산에 대한 강제매각을 신청해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시기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특별한 사정의 변화가 없는 한 매각을 통해 현금화가 이뤄지는 건 시간문제다.
일본은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지금의 경제보복 조치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현금화를 통해 자국 기업의 피해가 실제로 발생하면 보다 노골적으로 보복에 나설 수 있다.
이는 일본이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면서 수출심사에 대략 90일 정도가 걸리게 된 것과도 맞물린다. 그때까지 해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일본이 해당 물자에 대해 실제로 수출을 금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정상 차원의 담판으로 해결해야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연내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만날 기회는 9월 하순 유엔총회, 10월 말∼1월 초 아세안+3 정상회담, 11월 중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등 여러 차례 있다.
아울러 10월 22일 일왕 즉위식을 계기로 한 대일 특사 파견도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본질적인 해법이 요원한 상황에서는 큰 의미를 갖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jhchul@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