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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4대소재 이미 국산화···‘파우치’ 대량생산은 과제

[극일! 기술독립]배터리 4대소재 이미 국산화···‘파우치’ 대량생산은 과제

등록 2019.08.07 07:17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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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재 등 핵심소재, 日 의존도 낮고 국산화 전환 빨라일부 비핵심 80% 일본산···파우치필름은 100% 육박율촌화학·BTL첨단소재 관련기술 보유···당장 생산 불가소재대체 따른 고객사 승인도 걸림돌···엄격한 품질규정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배제한 가운데, 추가 규제 대상으로 전기차용 배터리가 거론되고 있다. ‘제2의 반도체’로 불리며 성장성이 높아 일본발(發) 보복 규제의 사정권에 들어있다는 분석이다.

핵심소재는 일본산 의존도가 크지 않고,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 이미 시작됐다. 문제는 비핵심소재다. 기술 진입장벽은 높지 않다. 하지만 상당 기간 소요되는 인증 절차와 높은 공급단가, 고객사의 신뢰 등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핵심소재 의존도 ‘낮음’···국산화 작업 가속화=전기차용 배터리 4대 핵심소재로 꼽히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은 국산이나 중국산 조달 비중을 늘린 덕분에 당장 수급 차질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SNE리서치가 최근 발간한 ‘리튬이온 2차전지 재료의 일본 의존도’ 보고서에 따르면 4대소재의 일본 의존도는 낮음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4대소재 국산화율을 더욱 높이기 위해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경북 구미에 약 5000억원을 투자해 연산 6만톤 규모의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 공장은 내년 착공을 시작해 오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LG화학은 기존 2만5000톤 규모의 청주공장 생산능력도 2배 이상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국내 생산업체와의 계약을 늘리는 등 내재화를 통한 국산화율 비중을 3~4년내 약 5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04년부터 분리막 시장에 진출했다. 소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 4월에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분할 설립했다. 일본 아사히카세이에 이어 글로벌 2위 업체다.

이 회사의 현재 생산 케파는 연간 3억6000만㎡ 수준이다. 오는 10월 충북 증평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5억3000만㎡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창저우와 폴란드 실롱스크주에도 분리막 공장을 건설 중인데, 완공 이후 분리막 총 생산량은 연간 12억1000만㎡로 대폭 늘어난다.

포스코케미칼은 양극재·음극재를 생산하던 포스코켐텍과 포스코ESM이 합병된 회사다. 양극재의 경우 전남 광양 율촌산업단지와 경북 구미공장에서 연간 1만5000톤을 생산할 수 있다. 내년 1분기 광양공장 2단계 증설이 완료되면 총 생산량은 연산 8만톤 규모로 확대된다.

음극재는 지난 6월 포스코그룹 차원에서 2차전지소재연구센터를 세우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북 포항공장의 천연흑연 음극재 생산능력을 올해 말 4만4000톤에서 2022년 7만4000톤으로 늘릴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2만톤 규모의 인조흑연 음극재 투자 계획도 세웠다.

배터리 4대소재 이미 국산화···‘파우치’ 대량생산은 과제 기사의 사진

◇비핵심소재, 사실상 일본 의존···파우치 생산까지 수년 걸릴 듯=배터리 셀을 감싸는 파우치, 양극재와 음극재를 접착시키는 바인더, 전해액 첨가제 등 일부 비핵심 소재는 일본산 비중이 80% 수준으로 파악된다. 특히 파우치와 바인더는 일본산 의존도가 100%에 육박한다.

리튬폴리머전지 외장재인 파우치는 전세계 점유율 70%의 일본 DNP와 쇼와덴코에서 물량을 받고 있다. 이들 회사는 연구개발(R&D)에만 매년 2000억~3000억원을 투입하며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왔다. 특히 한국 기업에 가격 특혜를 제공해 왔다. 중국 시장에는 ㎡당 최고 6.5달러에 공급하면서 국내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수준으로 판매했다.

국내에서는 농심그룹 계열사인 율촌화학과 범LG가(家) 희성그룹의 희성화학으로부터 배터리 소재 관련 사업을 인수한 BTL첨단소재 등이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생산까지는 최소 6개월~ 최대 3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율촌화학의 파우치 기술력은 일본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 율촌화학은 소형전지용을 주력으로 만드는데, 전기차 배터리는 중대형전지용이 필요하다. 만약 전기차용 파우치필름 생산을 결정하더라도 개발과 테스트, 생산설비 구축 등을 거쳐 양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BTL첨단소재는 지난 3월 파우치필름 시제품을 만들어 중국 배터리 제조사(고객사)의 인증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희성화학이 2차례 관련 인증을 받은 덕분에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다만 양산이 본격화되기 위해선 최소 6개월 가량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국산 배터리에 활용될 수 있다.

가격적인 우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 납품 받는 가격보다 비싸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일본이 한국에서 저가방침을 유지한 것도 국산화를 막기 위한 의도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대량으로 물량을 쓸어담는 중국이 높은 가격에 구매하는 만큼, 한국에서의 수익 하락분을 상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바인더와 전해액 첨가제 등은 국내 업체의 의지에 따라 국산화로 전환할 수 있다. 바인더는 접착력과 응집력이 관건인데, 일본 쿠레하와 제온 등에서 납품 받고 있다. 음극집전체로 쓰이는 동박은 KCFT와 일진머티리얼즈 등 국산 업체가 생산하고 있지만, 동박 제조에 쓰이는 티타늄 드럼은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술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다른 소재에 비해 국산화가 쉽게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LG화학은 바인더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상용화한 NCM811은 열에 강한 바인더를 자체 개발해 분리막 양쪽 면에 코팅한 것이다.

전해액 첨가제 원천기술은 일본 업체들이 가지고 있고, 천보와 리켐 등 국내 일부 기업이 생산하고 있다. 수출규제 시 제약이 존재하지만, 생산은 가능하단 얘기다. 또 SK케미칼은 2016년 국내 최초로 전해액 첨가제를 자체 개발한 바 있다.

◇까다로운 완성차 업체 기준···대체 소재 승인 여부 미지수=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자체 기술 개발과 국산 업체 납품으로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하더라도, 고객사 승인이라는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일본산 소재를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는데, 대체 소재 사용을 허용할 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완성차 업체들이 엄격한 품질 규정을 가지고 있어 안정성을 검증하는 과정에만 수년이 요구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 업체들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 때문에 국내 부품 업체와 접촉하기 보다는, 이미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중국이나 대만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해외 공장 생산 비중이 늘고 있어 국산 소재 비중이 중요하지 않다는 점 역시 해외 납품사를 찾는 이유로 꼽힌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부터 수입처 다변화 등으로 외부 리스크를 관리해 왔다”면서도 “일본의 수출 규제가 배터리 분야로까지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비핵심소재의 경우 당장 국산 제품으로 대체가 힘들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로 배터리 업계의 탈(脫)일본이 시작되는 분위기”라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고공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국내 기술력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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