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규제·경쟁정책 등 기업지배구조 연구한 학자출신증선위 비상임위원·규제개혁위 의원 거치며 행정 경험김상조 전 위원장 1년 후배···이전 정책 인계 적합인사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조성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를 공정위원장에 내정하는 등 10곳의 장관급 인사를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이번 개각은 7명의 장관을 교체한 지난 3·8 개각 이후 154일 만에 이뤄졌다.
1964년생인 조 내정자는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재벌 규제 등을 연구해 왔다. 이후 미국 뉴욕주립대 경제학과 조교수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고려대 경영학과 부교수를 거쳐 2005년 서울대 경영학과 부교수로 임명됐다.
특히 조 내정자가 2003년 저술한 ‘기업지배구조 및 수익성’ 논문은 세계 3대 재무전문 학술지로 꼽히는 금융경제학 저널(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의 명예의 전당에 올라 있다.
그는 이 논문을 통해 지나치게 높은 부채에 의존한 기업 및 재벌의 기업지배구조가 낙후돼 기업의 수익성이 낮았고, 연쇄적 도산이 발생해 1997년 경제위기를 초래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조 내정자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1년 후배인 점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조 내정자가 전임자인 김 실장이 추진해 오던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해소 등 재벌개혁 기조를 이어받기에 적합한 인사라는 평가가 줄을 잇기 때문이다.
조 내정자는 2013년부터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도 일했다. 문재인 정부는 재벌개혁을 공정거래위원회뿐만 아니라 금융위, 법무부 등 유관부처와 협력해 추진하기 위한 법적 기반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불공정거래 조사와 기업회계 기준 및 회계 감리에 관한 업무, 자본시장의 감독‧감시 등을 맡는 곳이다. 다시 말해 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와 분식회계, 부실감사 등 사안에 대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등 규정에 따라 제재 조치를 내린다.
조 내정자는 증선위 비상임위원 첫 임기(3년) 당시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안을 다뤘고 연임 시기인 지난해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안에 강직한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들은 세간의 관심이 높아 외부에 알려졌지만, 조 내정자는 매달 두 번 이상의 회의를 개최하는 증선위에서 이외에도 수많은 사안들을 다뤘다.
그가 현재 규제개혁위원으로 규제혁신에 나서고 있는 것도 낙점의 배경이다. 현 정부가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지대추구세력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는 규제혁신이 필수적이다. 그는 2012년 ‘대규모기업집단 정책의 새로운 모색’ 논문에서는 정부가 수출대기업보다 국내경제에 전후방 연관효과를 창출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아울러 조 내정자는 38년만에 ‘첫 여성’ 공정위원장에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공정위는 1981년 최창락 1대 공정위원장 이후 김 전 위원장까지 모두 남성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장관급 관료 여성 비율 30%’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어, 조 내정자가 등용되면,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도 들어맞는다는 평가다.
다만 김 정책실장이 현실 참여형 학자였던데 비해 상대적으로 학구파형이었다는 점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조직관리 경험이 없어 650여명의 공정위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지도 과제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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