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KCGI發 경영권 분쟁 재점화?··· 검사인 소송 변론 재개

조양호 퇴직금·조원태 회장 선임 적법성 결론

공세꺽인 KCGI, 오너家 불법 확인땐 상황 역전

패소하거나 위법 없다면 경영권 분쟁 동력 상실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퇴직금과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의 회장 선임 적법성을 따져보기 위해 KCGI가 제기한 검사인 선임 소송 판결이 재개된다. KCGI 의도대로 법원이 검사인을 선임한다면, 잠잠해진 경영권 분쟁이 다시 점화될 전망이다.

27일 재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 50민사부는 오는 28일 오후 2시30분에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유한회사그레이스홀딩스가 청구한 한진칼 검사인 소송에 대한 심문을 재개한다. 1차 심문은 지난 6월26일 종결됐다.

그레이스홀딩스는 5월29일 조 전 회장의 퇴직금과 퇴직 위로금 지급 과정이 정당했는지, 한진칼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된 조원태 회장의 ‘회장’ 명칭 사용이 적법한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자신들이 지정한 검사인을 선임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KCGI 측은 조 전 회장과 관련해 총 6가지 사안을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퇴직금과 퇴직 위로급 지급과 관련해 ▲과거 주주총회 결의가 이뤄진 적이 있는지 여부(있다면 그 내역) ▲이사회 결의가 이뤄진 적이 있는지 여부(있다면 그 내역) ▲지급 규정의 제정 주체 ▲한진칼 설립 이후 현재까지 규정에 따라 퇴직금이 지급된 적이 있다면 이사회 결의에서의 구체적인 논의 내역과 결의에 찬성한 이사 명단 ▲조 전 회장에게 퇴직금을 지급했는지 여부와 그 액수 ▲조 전 회장 퇴직금 관련 이사회 결의가 이뤄졌다면 해당 이사회의 구체적인 논의 내역 및 결의에 찬성한 이사 명단이다.

조 회장과 관련해서는 ▲4월24일 열린 한진칼 이사회에서 ‘회장’ 선임 안건이 적법하게 상정돼 결의가 이뤄졌는지 여부 ▲‘대표이사인 회장’ 선임이 이사회 결의를 거쳐 적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면 회장 명칭을 보도자료,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기재한 경위와 지시자 ▲동일인 변경 신청서 등 한진칼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서류에 조원태 대표이사를 회장으로 기재했는지 여부 등 3가지 사안을 쟁점으로 보고 있다.

KCGI의 검사인 소송 청구 배경에는 경영권 분쟁에서 열세에 몰렸다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델타항공은 최근 ‘장기적인 투자’를 목적으로 한진칼 지분 5.13%를 사들였다. 오너일가와 KCGI 중 어느 편도 들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조 회장 측 우호지분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에 KCGI는 검사인 카드를 꺼내며 오너일가를 압박하고 있다. 검사인의 조사결과 조 전 회장 퇴직금 지급과 조 회장 선임 과정에서 불법적인 요소가 발견된다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절차상 문제가 없더라도, 퇴직금 지급에 찬성한 이사들 명단이 공개된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오너일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사들의 의사결정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조 회장의 경우 회장 선임 과정에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 회장 직함을 빼앗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시 주총이 열리고, KCGI가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경우의 수도 가능하다. 관련 법에 따라 검사인은 조사결과를 서면으로 법원에 보고하게 된다. 법원은 검사보고서를 검토한 뒤 필요성이 인정되면 주총 소집을 강제할 수 있다.

반대로, 검사인 선임 소송에서 패하거나 오너일가의 퇴직금·회장 선임건과 관련해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KCGI는 동력을 잃을 수 있다. 이 경우 자금난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KCGI가 전력을 상실했다는 시장 판단에 따라 마땅한 투자자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KCGI는 당장 9월9일 만료되는 KTB투자증권과의 담보계약을 연장하거나 상환해야 한다. KB증권은 11월18일, 유화증권은 11월20일에 만기대출이 종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