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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쫓는 KCGI, 막힌 자금줄에 경영권 분쟁 동력 잃나

조원태 쫓는 KCGI, 막힌 자금줄에 경영권 분쟁 동력 잃나

등록 2019.07.23 13:43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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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증권사·저축은행서 자금 융통···고금리 등 부담시장영향력 약화 지표···만료 앞둔 대출 연장도 불투명조 회장 일가, 안정적 경영권 행사···자금력 나쁘지 않아

조원태 쫓는 KCGI, 막힌 자금줄에 경영권 분쟁 동력 잃나 기사의 사진

한진칼 2대주주 KCGI의 자금줄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한진그룹 총수일가와 벌이는 경영권 분쟁이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CGI는 마땅한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서 중소 증권사와 저축은행으로 손을 벌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금 부담이 더욱 가중되면서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유한회사그레이스홀딩스는 전날 한진칼 주식 75만1880주(1.27%)를 담보로 미래에셋대우에서 받은 대출 200억원을 전액 상환했다.

KCGI는 같은날 유화증권과 새로운 주식담보계약을 체결하며 자금을 충당했다. 한진칼 주식 69만847주(1.17%)를 담보로 약 140억원을 대출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달 19일에는 세람저축은행, 남양저축은행, 평택상호저책은행(공동질권설정)과의 신규 담보계약을 체결하며 현금을 확보했다. 한진칼 주식 72만주(1.22%)를 담보로 제공했는데, 약 146억원 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KCGI는 한 달 전인 6월12일에도 미래에셋대우과의 담보계약 만료에 따라 대출금을 상환했다. KCGI는 한진칼 주식 105만6246주(1.79%)를 담보로 빌린 200억원을 모두 갚았다. 지난 3월 첫 계약을 맺을 당시에는 만기 연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미래에셋대우가 이를 거절했다.

KCGI는 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지난달 11일과 12일 더케이저축은행과 KTB증권에 각각 46만830주, 100만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당시 한진칼 주식 종가로 따져볼 때 400억원 가량을 빌린 것으로 계산된다.

KCGI의 이 같은 행보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총수일가와의 경영권 분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대우는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 컨설팅을 맡고 있는 만큼, KCGI에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KCGI는 자금 압박에도 불구, 신규 자금을 확보하며 여전히 2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대출금 상환으로 부족해진 자금을 또다른 대출로 막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대출 돌려막기’인데, KCGI의 자금 동원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거래대상이 대형 증권사에서 중소 증권사로 바뀌었다는 점 역시 KCGI의 시장 영향력이 약화됐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담보계약 내역을 면밀히 살펴보면, KCGI의 다급함이 느껴진다. KCGI는 미래에셋대우와 2차례의 대출계약을 맺으면서 기간을 90일로 잡았다. 미래에셋대우의 대출 이자율은 단일법이 적용돼 기간에 상관 없이 6.0%다. 유화증권은 상환 기간에 따라 이자율을 다르게 적용하는 체차법을 적용하고 있다. 90일까지의 대출 이자는 6.5%로 미래에셋보다 높아 비용부담이 늘어난다.

시중은행보다 고금리가 적용되는 저축은행과의 계약 비중이 늘어난 점도 부담 요인이다. 통상 저축은행의 담보대출 이자율은 연 20%대 안팎이다.

하반기 중 만료되는 증권사들과의 담보대출 연장 여부도 불투명하다. KCGI는 KTB투자증권과 체결한 담보계약이 9월9일 끝난다. KB증권은 11월18일, 유화증권은 11월20일까지다. 증권업계 안팎에서는 미래에셋대우의 대출 연장 거부 이후 금융투자사들 사이에 KCGI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KCGI는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자금 조달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관과의 담보계약 건으로 미뤄볼 때, 기대 이하의 반응이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조원태 회장 일가는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달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의장으로 공식 선출되며 차세대 리더로 인정받았다. 또 고(故) 조양호 전 회장 부인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막내딸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나란히 경영에 참여하며 그룹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복귀도 가시화되고 있다.

대한항공과 협력관계인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사들인 점도 총수일가에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델타항공은 향후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지분 보유 목적으로는 “장기적인 투자”라며 중립을 지키고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조 회장 편으로 노선을 정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현금 유동성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조 회장 일가는 조 전 회장이 생전 재직한 9개 계열사로부터 1000억원 안팎의 퇴직금과 퇴직 위로금을 수령했다. 공개되지 않은 조 전 회장 부동산과 현금 액수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KCGI가 원활한 자금 확보에 실패할 경우, 보유 중인 지분 일부를 매각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KCGI는 현재 한진칼 지분 15.98%, ㈜한진 지분 10.17%를 확보하고 있다. 이날 오전 12시 기준 KCGI가 보유한 주식가치는 한진칼 956억원(주당 2만9300원), ㈜한진 382억원(3만1350원)이다.

하지만 지분 매각은 KCGI의 경영권 개입에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KCGI는 내년 3월 주총에서 사내이사 임기가 완료되는 조 회장의 연임을 막겠다는 목표로 지분율을 늘려왔다. 주식수가 줄어들면, 영향력도 위축되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재계 한 관계자는 “KCGI의 자금난이 불거지면서, 한진그룹을 상대로 한 경영권 경쟁이 허무하게 끝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다만 KCGI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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