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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항공이 조원태 공격한다고?···과거 관계 들여다보니

델타항공이 조원태 공격한다고?···과거 관계 들여다보니

등록 2019.07.24 17:30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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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투자 이유로 한진칼 주식 확보···KCGI 연대설 확산지주사 투자 전례 비지배지분 인수···한진칼과 결 달리해조양호 전 회장과 ‘혈맹’ 관계 구축···총수家 힘 실어줄 듯이사회 합류 등 직접적인 경영 참여 가능성 열어둬야

델타항공이 조원태 공격한다고?···과거 관계 들여다보니 기사의 사진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칼 2대주주인 KCGI와 연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장기적인 투자’를 목적으로 내건 만큼, 향후 이익 제고를 위해 KCGI의 편을 들어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델타항공과의 과거 관계를 따져볼 때 한진그룹 총수일가를 공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24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의 추가 매수를 추진 중이다.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인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5% 이상 보유하려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이 필수적인데, 현재 이 절차가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델타항공은 지난달 21일 8900만 달러(한화 약 1048억원)를 투입해 한진칼 지분 4.3%를 인수했다. 동시에 델타항공은 SEC 승인을 얻는대로, 한진칼 지분을 최대 10%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시장 안팎에서는 델타항공의 깜짝 지분 인수를 두고 오랜 기간 협력관계를 다져온 조원태 회장 일가의 경영권을 지켜주기 위해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더욱이 조인트벤처(JV)를 맺은 대한항공이 아닌, 모기업 한진칼 지분을 사들였다는 데서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했다.

델타항공 측은 “장기적인 투자 전략에 따른 것일 뿐, 한진칼이나 KCGI 어느 편에도 서 있지 않다”며 중립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CEO 역시 이달 중순 진행된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대한항공과의 합작사업의 안정을 위해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며 경영권 개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진칼과 KCGI의 경영권 분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델타항공이 자사 이익 극대화를 위해 한진칼 지분을 취득했다고 볼 때, 델타항공은 캐스팅보트로서의 위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때에 따라 KCGI 측과 접촉하는 등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행동도 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하지만 델타항공의 투자 성향과 관계를 살펴볼 때 이는 원론적인 입장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델타항공은 항공사를 보유한 지주사 투자 경험이 몇 차례 있다. 델타항공은 에어로멕시코의 모기업인 그루포 에어로멕시코의 지분 51%, 버진애틀란틱의 모기업 버진애틀란틱 리미티드의 지분 49%를 보유 중이다.

그러나 이는 한진칼 투자와는 결이 다르다. 델타항공이 보유한 그루포 에어로멕시코나 버진애틀란틱 리미티드 지분은 지배력이 없다. 보유 지분으로 회사의 경영방식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의미다. 반면 한진칼은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를 사들였다. 이전 행보와는 상반된다는 점에서 경영권 개입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다. 만약 이익 향상이 최우선 목적이었다면, 우선주를 매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고(故) 조양호 전 회장 생전부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점은 델타항공이 한진칼 경영권을 결코 넘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델타항공은 조 전 회장이 지난 2000년 창설을 주도한 글로벌 얼라이언스 ‘스카이팀(Sky Team)’의 창립 멤버다. 지난해 5월에는 항공업계에서 ‘혈맹’이라고 표현되는 JV를 설립해 한·미 직항 노선을 비롯해 아시아 80개와 미주 290개 노선에서 공동 운항하고 있다.

조 전 회장 별세 당시 스티븐 시어 델타항공 국제선 사장이 직접 장례식장을 찾아 한 시간 가량 머물며 유족을 위로한 것은 한진칼과의 사이를 짐작케 한다.

조 전 회장 별세 이후 바스티안 CEO는 조원태 회장과의 끈끈한 우정도 과시했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IATA 연차총회에서 조 회장과 나란히 앉은 그는 “조 전 회장이 별세했지만 대한항공과의 협력은 굳건하다”며 “조 회장은 믿을수 있는 사람”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한진그룹 내부에서도 델타항공과 KCGI 연대설을 개의치 않아 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델타항공이 조 회장 측 백기사라는 데 암묵적인 동의가 형성됐다”며 “회사 내부에서도 델타항공이 KCGI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델타항공이 보유 지분을 빌미로 한진칼 경영에 직접 참여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델타항공은 현재 에어프랑스-KLM 지분 9%, 브라질 골항공 지분 9%, 중국동방항공 지분 3%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에어프랑스의 신임 CEO 선임을 두고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또 에어프랑스 이사회에 임원을 합류시키며 직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동방항공이 에어버스의 특정 기종을 구매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조 회장 편에 서는 대신, 이사회 진입을 요구하거나 이득이 되는 제안을 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

델타항공의 영향력은 내년 3월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휘될 전망이다. KCGI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조 회장의 연임을 저지할 목적으로 지분을 확대해 왔다. 이 과정에서 델타항공이 누구 편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조 회장과 KCGI의 운명은 갈리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델타항공이 표면적으로는 중립을 지키고 있지만, 내년 주총에서 어느 한 편에 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면서 “KCGI를 새 파트너로 맞기보다는 그동안 합을 맞춰온 총수일가와 협력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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