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국정농단 상고심···롯데 신동빈 회장이 긴장하는 이유

이재용 선고 결과 신동빈 상고심 판례 적용 예상

‘롯데’ 국적 논란중 파기환송은 최악의 시나리오

사진=이수길 기자 [e-mail]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 등에 대한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상고심 선고가 29일 이뤄진다. 신동빈 롯데 회장도 이 부회장과 함께 ‘부정청탁’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만큼 롯데는 이날 선고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번 판결이 이 부회장과 같은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신 회장의 최종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오후 2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이재용 부회장 등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의 선고를 한다.

롯데는 이날 선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부회장과 신 회장 모두 묵시적 청탁에 따른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 이 부회장의 경우 경영권 승계 현안 해결을 위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다.

만약 대법원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항소심과 같이 묵시적 청탁과 뇌물수수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 집행유예로 풀려났던 이 부회장이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재판은 파기환송돼 2심부터 다시 시작된다. 이럴 경우 같은 혐의를 받는 신 회장의 상고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의 뇌물혐의가 인정된다면 ‘판례’가 생기는 셈이다. 비슷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신 회장에게 참조판례가 된다.

반면, 항소심과 마찬가지로 강요에 의해 수동적으로 진행된 행동이라고 판단하면 이 부회장의 2심 집행유예 선고는 확정된다.

신 회장은 롯데면세점 특허 재취득과 관련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건넸다는 혐의로 1심 선고에서 법정구속됐다.

이로 인해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집행유예로 출소하기 전까지 8개월간 구치소에 수감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자금출연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피해자로 보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 재취득을 위해 부정청탁을 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단, 박 전 대통령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K스포츠재단에 자금출연을 요청한 만큼 기업인인 신 회장이 이를 거절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동빈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있을 롯데에 대한 직간접적 피해를 두려워했다”며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70억원은 이러한 두려움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밝혔다.

신 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는 아직 미정이지만 연내엔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 측은 기존 재판부 판단이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다. 만약 이날 선고가 뒤집혀 파기환송 된다면 롯데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진다. 지난해 롯데는 신 회장의 수감으로 8개월 동안이나 총수 공백기를 겪었다.

게다가 최근 롯데그룹은 일본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국적 논란이 한창이다. 태생이 일본인데다, 지배구조의 정점에 일본 롯데가 있는 만큼 일본 기업으로 봐야 한다는 시선이 커지고 있다. 유니클로, 아사히 등 일본과 합작사를 여러개 소유하고 있어 매출에도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여기에 오너스크가 또다시 부각되면 롯데의 경영 시계는 다시 한 번 멈추게 된다. 호텔롯데 상장 일정에도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 막바지에 다다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또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도 있다.

롯데 관계자는 “오늘 재판이 신 회장의 최종심에 바로미터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며 “재판부가 기존 판단을 유지해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