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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 개선 요구받는 LG이노텍···정철동 사장 ‘기회 or 위기’

체질 개선 요구받는 LG이노텍···정철동 사장 ‘기회 or 위기’

등록 2019.09.27 14:20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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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기판공장 철수 “검토 중”점유율 하락·중국 추격 첩첩산중 카메라모듈·전장강화···발빠른 전략

체질 개선 요구받는 LG이노텍···정철동 사장 ‘기회 or 위기’ 기사의 사진

올 초부터 제기된 LG이노텍의 변화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정철동 사장은 스마트폰 기판 수요가 줄어들고 중국 업체 추격이 거센 상황에서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문 앞에 섰다.

27일 LG이노텍은 앞서 제기된 스마트폰용 메인기판(HDI) 사업 철수와 인력 이동 예상에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핵심 소재와 부품 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있다”며 “지속가능 성장과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 실행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HDI 사업 철수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는 동시에 새로운 사업 방향을 모색하고 있음을 설명한 것이다.

LG이노텍 관계자도 “올해 초부터 꾸준히 일부 사업 철수와 특정 공장 인력 이동이 제기됐다”며 “현재는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관련 업계는 LG이노텍이 HDI 사업 생산 설비가 있는 충북 청주공장을 연내 폐쇄할 것으로 내다봤다. HDI 생산에 주력하는 청주공장에 있는 설비와 일부 인력도 반도체용 기판 사업을 하는 경북 구미공장으로 옮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LG이노텍은 국내에 청주와 구미를 비롯해 파주, 광주, 평택에 제조 공장을 두고 있다. 상반기 기준 전체 8958명(정규직 7889명·계약직 1069명)이 근무 중이다.

LG이노텍은 광학솔루션(카메라모듈 등), 기판소재(HDI·반도체기판 등), 전장부품(모터·센서·차량통신), LED(조명), 기타 전자부품 사업부문을 나눠 놓고 있다.

기판 소재는 지난해 91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2178억원을 올린 광학솔루션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익을 책임졌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도 기판 소재 부문은 61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239억원의 영업손실을 떠안은 광학솔루션의 수익 악화를 일정부분 상쇄했다.

문제는 HDI가 차지하는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LG이노텍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기판, 테이프 서브스트레이트(Tape Substrate·반도체칩 연결), 포토마스크(Photomask·반도체미세회로 형상화)의 최근 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증가했거나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반면 그와 비교해 HDI는 주춤했다.

LG이노텍의 HDI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15년 3.9%에서 매년 하락해 올해 상반기 기준 1.3%까지 하락했다. 중국과 대만의 거센 추격으로 수익성도 떨어져 사업 철수설이 여기서부터 흘러나왔다.

HDI는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과 회로를 모아놓은 메인 기판이다. IT 자문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이미 전 세계적으로 50억대 이상의 스마트폰이 판매된 것으로 추정돼 그만큼 향후 수요 대응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보이기 어렵다.

가트너는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을 지난해보다 3.2%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는 등 디바이스 부분 중 스마트폰에서 가장 부진한 실적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를 주요 고객사로 둔 LG이노텍의 HDI 사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정철동 사장의 향후 전략은 카메라모듈 강화와 전장 사업 집중이 예상된다.

전장 사업은 LG이노텍이 스스로 “일반 전자제품 대비 제품의 수명주기가 길고 신뢰성과 안정성이 요구된다”며 “친환경 차와 관련된 신규 전자부품 영역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전자업계의 신규 고부가가치 사업이 될 것”이라고 진단한 분야다. LG이노텍은 새로 개발한 차량용 플렉시블 입체조명 ‘넥슬라이드-HD’를 지난달 공개하기도 했다.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 사업도 올 상반기 기준 전 세계 점유율 14.3%로 지난해 18.7%에 비해 다소 떨어졌지만 아직은 든든한 편이다. 최근 애플11이 중국에서 호평을 받는 등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부임 직후 정철동 사장은 임직원들 앞에서 제2의 카메라모듈 사업을 찾을 것을 주문했다. LG이노텍 광학솔루션 사업부는 2016년 4분기 싱글카메라에서 듀얼카메라로 수요가 이동하는 상황에서 11.7%의 최고 마진을 기록했던 경험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최근 듀얼카메라에서 트리플카메라로 상향되는 시점이므로 정철동 사장이 여기에 더욱 힘을 실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광학솔루션이 신모델 트리플 카메라 공급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수율, 판가, 경쟁환경, 환율까지 제반 여건이 이상적”이라며 “예상외로 아이폰11 흥행 가능성이 중국에서 제기돼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 최대 아이폰 유통 채널인 징둥닷컴은 아이폰11 예약 판매 첫날 전작 대비 480% 급증한 100만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반도체 기판이 호황을 맞고 있어 LG이노텍이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 실리콘-인-패키지(SiP)가 5G 확산과 함께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점도 부각됐다.

가트너에 따르면 5G폰의 점유율은 2020년 10%에서 2023년 56%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이노텍은 지난 4월 국제전자회로산업전에서 5G용 기판 관련 SiP 기술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실적 발표를 앞둔 LG이노텍의 3분기 영업이익을 1502억원에서 1811억원까지 비교적 긍정적으로 예상했다. 최대치로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이상 영업이익이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예측 근거로는 고객사 신규 모델에 ToF(3D센서) 카메라 모듈이 채용돼 광학솔루션 사업부 성장이 수혜를 볼 것으로 꼽았다.

관련 업계에서는 내년 하반기까지 LG이노텍의 북미 고객사 출하량을 1억대 내외로 보고 있다. 이런 수요 회복과 트리플카메라 모듈 증가 등이 얽히면 LG이노텍의 외형 증가가 있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의 내년 초까지 실적은 괜찮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그렇지만 그 이후를 내다보고 조금 이른 시점에 체질 개선에 들어가 변화하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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