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집계 이래 처음···통계청 ‘디플레 아닌 일시적인 저물가”정부 “공급측·정책 요인에 의한 일시적 저물가···연말 0% 중후반 회복”
작년 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기저 효과에다 올해 작황 호조로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고 국제 유가도 내린 영향 때문으로, 디플레이션은 아니라는 게 통계청 설명이다.
정부는 최근 저물가 흐름은 공급 측 요인과 정책 요인에 의해 나타난 일시적 현상으로, 기저효과 등 특이 요인이 완화되는 연말에는 물가상승률이 0% 중반대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20(2015년=100)으로 1년 전보다 0.4% 하락했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0.038% 하락해 사실상 마이너스를 가리켰지만, 소수점 한 자릿수까지만 따지는 공식 상승률은 0.0% 보합에 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하락한 것은 1965년 전도시 소비자물가지수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전년비 상승률은 1966년부터 집계했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지난달 사실상 마이너스라고 하지만 물가상승률은 비교 가능성, 오차를 고려해 소수점 첫째자리까지 보는 것이 매뉴얼”이라며 “(이번이) 최초의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은 1월 0.8%를 기록한 이후 줄곧 0%대를 기록하다가 이번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물가상승률이 이처럼 장기간 1%를 밑돈 것은 2015년 2∼11월(10개월) 이후 처음이다.
8월 0.0%를 보인 후 지난달 고교 무상교육 확대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정부 정책이 물가상승률 추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또 폭염의 영향이 이어졌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기상이 양호해 농·축·수산물 생산량이 늘었고 가격은 떨어졌다.
품목성질별로 보면 농·축·수산물 가격이 1년 전보다 8.2% 하락하며 전체 물가를 0.70%포인트 끌어내렸다.
채소류가 21.3% 떨어지는 등 농산물 가격이 13.8% 하락했고, 축산물도 0.7% 내렸다.
무가 45.4% 떨어졌고, 상추(-37.1%), 파(-35.7%), 토마토(-28.4%), 배추(-16.7%)도 크게 하락했다. 반면, 생강(70.4%), 현미(18.4%), 찹쌀(16.4%) 등은 올랐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가격 변화가 예상되는 돼지고기는 전월 대비 5.9% 오르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3.7% 하락했다. 통계청은 돼지열병 확산 여부에 따라 물가 상승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석유류 가격은 5.6% 떨어졌다. 이는 전체 물가를 0.26%포인트 끌어내렸다.
휘발유가 작년 9월에 비해 6.3%, 경유와 자동차용LPG는 각각 3.7%, 12.4% 떨어졌다.
서비스 가운데서는 공공서비스가 1.2%, 집세는 0.2% 하락했다.
공공서비스는 버스·택시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적용 확대, 신학기 무상교육(고3) 도입 등으로 하락 전환했다.
고3 무상교육 전면 시행의 영향으로 고등학교 납입금(-36.2%)이 크게 하락했고, 경기 지역의 무상급식 전면 실시로 학교 급식비(-57.8%)도 크게 떨어졌다. 병원검사료(-10.3%), 보육시설 이용료(-4.3%) 가격도 내렸다.
지출목적별로 보면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가 4.1% 하락했고 통신과 교통비도 각각 1.8%, 1.6% 떨어졌다. 오락·문화(-1.3%), 교육(-0.8%)도 하락했다. 반면 음식·숙박(1.4%), 가정용품·가사서비스(1.4%), 주택·수도·전기·연료(1.1%) 등은 상승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공급 측 요인이 9월 물가상승률을 1.01%포인트 하락(농산물 -0.76%포인트·국제유가 -0.26%포인트)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건강보험 적용 확대, 무상급식·무상교육(고3)과 같은 정책 요인이 물가상승률을 0.26%포인트 하락시키는 요인이 됐다.
그러나 개인서비스 등이 가격 상승세를 지속하며 9월 물가상승률을 0.84%포인트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공급측·정책 요인을 상쇄하며 -0.4%의 물가 수준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정부는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예년(과거 4년 평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면 9월 물가상승률은 1%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어류·조개·채소·과실 등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15.3% 하락했다. 2008년 10월(-15.6%) 이후 최저 기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한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0.5% 상승했다. 상승률은 1999년 12월(0.1%) 이후 가장 낮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0.6% 올랐다. 이는 1999년 9월 0.3% 이후 최저다.
체감물가를 파악하기 위해 전체 460개 품목 중 자주 구매하고 지출 비중이 큰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0.9% 내렸다.
통계청은 이번 마이너스 물가가 일시적인 저물가 현상이라며 디플레이션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이 과장은 “고교 무상교육 정책과 농산물 가격 기저효과 등 정책적·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며 “소비자심리지수가 전월보다 4.4포인트 상승하는 등 소비부진으로 인한 디플레이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일시적·정책적 요인을 제외하면 물가상승률이 0.9% 수준이라며 연말부터는 기저효과 등이 완화해 0% 중후반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재부도 참고자료에서 “9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농산물가격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특이 요인이 완화되는 연말부터는 0% 중후반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며 “물가 상·하방 요인 등 향후 소비자물가 흐름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 점검하고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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