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위험요소는 디플레이션...금리 인하해야”이주열 “연말 물가 오를것” 디플레 우려 일축한은 “부동산 폭락 수반해야···현재는 아니다”
그러나 이같은 저 물가 상태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은 주장대로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낮다 하더라도 당장 견조한 경제성장에 힘입어 물가도 오르는 선순환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디플레이션 논란에 한은이 맞서려면 기준금리를 내려 확장적 통화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28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숀 로치(Shaun Roache) S&P 글로벌신용평가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요소는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한국은행은 금리를 적극적으로 인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경제가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고, 장기적 경기 침체 속에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하는 현상인 디플레이션(deflation) 징후를 보인다”며 “한은이 소비자심리지수 산출에 포함되지 않는 항목인 주택가격을 포함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대신 인플레이션 증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이 내년 초까지 금리를 2번 더 인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올해 8 개월 동안의 평균 물가 상승률은 0.5 %로, 한은의 목표수준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기대비) 기준 2.0%보다 훨씬 낮았다. 주요 신흥국은 물론 선진국 수준에도 못 미쳤다. 국제결제은행(BIS) 통계를 보면 올해 6월 아르헨티나와 터키를 제외한 세계 51개국의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를 기록했다. 한국은 이보다 1.2%포인트 낮은 0.7%다.
LG경제연구원이 26일 공개한 ‘2020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도 우리 경제의 올해 성장률을 지난 4월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내린 2.0%로 전망하고 저성장 기조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내년에는 저성장 기조와 함께 0%대의 낮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면서 우리나라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연구소는 그 근거로 내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본격화되고, 내구재 등을 주심으로 소비활력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데 주목했다. 또 주택 경기 하향에 따른 투자위축으로 건설투자도 마이너스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디플레이션 유발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 연구원의 주장이다.
또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6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열린 '어두운 터널 속의 한국 경제, 탈출구는 없는가' 특별좌담회에서 “사실상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을 비롯한 일본식 장기침체에 진입했다”며 “경기침체형 디플레이션으로 기업 매출과 자산가격이 하락하면서 추가적인 경기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성 교수는 “향후 통화정책방향은 추가적 금리인하의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는 “9월 소비자물가가 공식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해도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은 아니다” 고 이러한 논란에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지난 27일 인천의 한은 인재개발원에서 기자들을 만나 “물가 상승률이 8월에 0%, 9월에 마이너스가 나온다면 디플레 논란이 커지지 않겠느냐”면서 “하지만 지난해 농수산물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고 설명했다. 이어 “디플레는 물가 하락이 장기간 지속되고 그 품목 수도 많은 경우” 라며 “우리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고,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에 물가는 1% 내외로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한은은 과거 전세계적인 물가 하락 발생 시기를 조사한 결과,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가격 하락을 동반하고 물가 하락 품목 수가 많아지며 하락 시기가 길어야 ‘디플레이션’이 발생한다는 연구 보고서를 내놨다. 즉 디플레이션은 ‘물가 지수 전반에 걸친 지속적인 가격 하락 현상’이며, 특ㅎ; 일본처럼 디플레이션이 발생했을 때는 부동산 가격 폭락이 따라왔다는 것이 보고서 결론이다.
30일 한국은행 조사국이 발표한 ‘주요국 물가 하락기의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90년대 초반 일본 부동산 침체처럼 자산 가격 조정 시기에 물가 하락은 품목별 확산 속도가 바르고 성장률 둔화를 일으켰다. 반면 자산 가격이 조정되지 않았던 시기의 물가 하락은 확산 속도가 완만하고 성장률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때 소비자물가 하락 품목 수 비중은 15.5% 포인트 증가했지만, 부동산 가격이 그대로일 때는 7.6%포인트에 늘어났다.
이환석 한은 조사국장은 “물가 하락이 부동산 가격 하락을 동반하는 경우 성장률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 정도로 하락했지만, 부동산 가격이 안 떨어지면 성장률에 유의한 변화가 없었다”며 “1998년과 2009년 일본과, 1998년 홍콩처럼 부동산 가격 폭락을 동반한 물가하락이 외환, 금융 위기에 나타나면 성장률 둔화가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8월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농·축·수산물 가격의 일시적인 기저 효과로 크게 낮아졌지만 11월부터는 이러한 효과가 사라지면서 반등할 것”이라며 한국의 디플레이션 진입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그는 “소비자물가 대상품목 중 가격 하락 품목 비중도 30%이하를 유지하고 있다”며 “일본 홍콩 같이 물가 하락이 장기간 이어진 국가들은 50~70%까지 늘어났었던 것에 비하면 비중이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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