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살펴본 결과, 식약처가 인보사를 허가해주는 과정에는 합리적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7일 주장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인보사가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허가받은 날은 2017년 7월 12일로 류영진 전 식약처장 부임 하루 전이자 손문기 전 식약처장이 퇴임한 날이다.
시판허가 서류 결재과정이 시간에 쫓기듯 속전속결로 진행됐다고 정 의원은 지적했다.
담당자는 허가서류 기안을 허가 발표 전날인 7월 11일 업무마감 27분 전인 오후 5시 33분에 올렸고, 담당 연구관은 1시간도 안 된 오후 6시 23분 이를 검토했다.
담당 과장은 다음 날인 7월 11일 오전 8시 24분 출근하자마자 검토를 마치고 곧바로 담당 부장에서 올렸으며 담당 부장은 16분 후인 오전 8시 40분에 전결처리로 결재했다.
정 의원은 또 인보사를 사실상 허가해준 식약처 산하 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중앙약심)의 결정 과정은 더욱더 의문투성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약심은 의약품 등의 안전성과 유효성, 기준 등에 대해 식약처가 자문하는,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기구일 뿐이다. 하지만 식약처가 중앙약심의 심사 결과와 권고에 따라 의약품의 허가 여부를 결정할 만큼 의약품 허가 과정에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인보사는 이례적으로 중앙약심이 두 번이나 열려 애초 '불허'에서 '허가'로 결정이 뒤집어진 사례다.
2017년 4월 4일 인보사 허가 여부를 심의할 1차 중앙약심이 열렸지만 참석 위원 7명 중 1명만 찬성하고 6명이 인보사를 허가하면 위험하다고 반대해 시판이 불허됐다. 하지만 2개월여 뒤인 2017년 6월 14일 열린 2차 중앙약심에서는 허가 쪽으로 바뀌었다.
식약처는 이 과정에서 인보사에 우호적인 인사들을 위원으로 대거 참석하도록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1차 중앙약심 참석 위원 7명(반대 6명, 찬성 1명)뿐 아니라 추가로 인보사 3상 임상시험을 심의하기 위해 2013년 7월 16일 열렸던 중앙약심 때 찬성한 위원 4명과 코오롱생명과학의 임원과 사제 간 인연이 있는 바이오 업체 대표, 인보사 임상시험 병원에 종사하는 대학교수, 교수이면서 바이오벤처 대표로 있는 사람 등 친(親) 인보사 위원들을 대거 포진시켰다는 것이다.
그 결과 2차 중앙약심에서는 1차 때의 반대 결정을 뒤엎고 허가 찬성으로 결론 났다.
정 의원은 "인보사 허가과정에서 중앙약심의 결정이 뒤바뀐 경위를 잘 이해할 수 없다"면서 "2차 중앙약심에서 인보사에 대한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졌을지 국민이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따졌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도 지난 4월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보사 사태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발표자로 참석해 비슷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허가 심사 당시인 2017년 4월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에서는 7명 중 6명이 반대해 인보사를 불허했으나 두 달 만에 열린 중앙약심 회의에선 허가하는 쪽으로 바뀌었다"며 "이 과정에서 코오롱의 로비가 있지는 않았는지, 이들이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보사는 주성분 중 하나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는 신장 세포(293유래세포)로 드러나 논란을 일으켰다.
식약처는 3월 31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어 코오롱생명과학에 자발적으로 인보사의 제조·판매 중지하도록 조처를 내렸다.
식약처는 이후 5월 28일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하겠다고 발표했고, 코오롱생명과학에 해명 기회를 주는 청문 절차를 거쳐 7월 3일 취소 처분을 확정했다.
인보사는 2017년 7월 식약처 허가 후 의약품 성분 논란으로 유통·판매가 중지된 지난 3월 31일까지 438개 병·의원에서 3천707건 투여됐다. 식약처는 무릎 양쪽에 주사하는 경우 등을 고려해 최대 투여환자를 3천14명으로 추정한다.
식약처는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의 안전관리에 힘쓰고 있다. 3천여명으로 추정되는 인보사 투여 환자를 대상으로 이상 반응 장기추적조사 시스템 등록을 마친 뒤, 15년간의 장기 추적조사에 돌입해 암 같은 이상 반응과 인보사와의 인과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뉴스웨이 이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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