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 국감서 ‘산은-수은 통합론’ 공세 이동걸 “민간에서 논의 이뤄지길” 일축한국GM과 대우조선 노조 향해 ‘쓴소리’“장기적인 시각 갖고 협의에 임해 달라”“상황 악화에도···아시아나, 연내 매각”
이동걸 회장은 의원들의 공세에 “정부가 당분간 검토 계획이 없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일축하면서도 “민간에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정책금융 구조조정 필요성에 대한 소신은 굽히지 않았다.
14일 이동걸 회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각 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지원하고자 성장성 있는 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 정책 금융기관은 여러 개로 분산돼 소액은 잘되지만 거액 지원이 잘 안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4차혁명과 관련해 B2C 투자는 잘 되는 반면 B2B 투자가 부진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라도 정책금융은 조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달 이동걸 회장이 불을 지핀 ‘산은과 수은 통합론’에 대한 부연이다. 당시 그는 “정부의 정책금융도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산은과 수은의 합병을 건의해볼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두 기관의 시너지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면 혁신 기업 지원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복안에서다.
정치권의 반응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산은의 불필요한 기능을 정리하라거나 실무 차원에서의 조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같은날 국정감사를 받은 수은 역시 “각 기관이 가진 핵심역량에 집중하는 게 좋다”며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3년 정책금융기관 역할 재정립방안에 따라 수은은 대외수출능력 역할에, 산은은 대내 역할에 주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동걸 회장은 민간 차원에서라도 논의를 해봤으면 좋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국감장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해당 발언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일례로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은과 수은의 업무중목은 많은 분들이 아는 사실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은 “충분히 검토할 만한 사안”이라며 “민간의 논의를 바라지 말고 방법을 얘기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따라서 이동걸 회장으로서는 사실상 합병론을 철회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으나 추후에도 정치권이나 학계를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동걸 회장은 국감 중 사측과 갈등을 빚는 한국GM과 대우조선 노조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던졌다. 경영정상화가 절실한 시기인 만큼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노사 협의에 임해달라는 게 골자다.
이동걸 회장은 한국GM 노조의 반발에 GM이 한국에서 철수할 명분이 커졌다는 질의에 “협약을 맺어 GM이 철수를 결정하진 못한다”면서도 “(트랙스 등)협약 외 물량을 빼는 부분은 제동을 걸 수 없어 노사 합의를 통해 그 물량이 한국에서 계속 생산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그룹과의 통합 문제로 대치 중인 대우조선 노조엔 “한국의 조선업 부응을 위한 조치에 맹목적인 반대를 안 해줬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대우건설이나 구조조정 전문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 이슈에선 기존의 입장을 거듭 내비쳤다. 대우건설의 경우 2년 후 시기가 좋아지면 기업가치를 높여 다시 매각을 추진하고 KDB인베스트먼트는 산은이 출자·관리하는 기업을 순차적으로 이관해 구조조정 전문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게 이동걸 회장의 계획이다.
이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항공업황 악화에 따른 적자로 환경이 나빠진 것은 사실이나 연내 매각이 성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자신했다. 특히 대기업 등의 참여 여부를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환경이 나빠진 것은 단기적 문제인 만큼 인수의사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밖에 매각이 진행 중인 KDB생명을 놓고 이 회장은 “시장에선 KDB생명의 매각가를 2000억~8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두 차례 유상증자를 포함해 8000억원 정도가 투입됐고 조금 더 받으려 안고 있는 것보다 원매수자가 나왔을 때 매각하는 게 비용을 최소화하고 시장에도 좋다고 판단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KDB생명 임원진에 대한 매각 인센티브 논란엔 “KDB생명 임원진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고 있어 그에 대한 보상 차원”이라며 “매각 가격에 따라 지급하기 때문에 (상한선의) 3분의1 또는 4분의1이라도 받으면 다행”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 CEO는 열심히 하고 있지만 과거에 보면 많은 분들이 3년의 임기를 채우는 데 급급했다”면서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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