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주가격·특별손해배상청구 한도 등 타협점 찾은 듯대체로 HDC현산 요구 관철···세부조건 놓고 조율 중연내매각 실패 땐 주도권 금호에서 채권단 넘어가불리한 요구 수용할 수밖에···조만간 SPA 체결할 듯
금호 측은 무조건 ‘연내 매각’을 성사 시켜야 하는 만큼, 남은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밑지는 장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13일 재계와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금호와 HDC현산 측은 배타적 협상 기간이 종료되는 지난 12일 늦은 밤 굵직한 쟁점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 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지난달 12일 이사회를 열고 HDC현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한 달 간 우선협상자 지위를 부여한 바 있다.
협상 과정은 쉽지 않았다. 양측은 구주 가격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구주 6868만8063주(31.05%)를 넘기면서 최소 4000억원대을 요구했지만, HDC현산 측은 3200억원 이상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거듭된 협상 끝에 결국 HDC현산이 제시한 가격대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난관인 구주 가격이 확정되면서 매각전은 9부 능선을 넘었다는 기대감이 고조됐다. 하지만 곧바로 특별손해배상한도를 놓고 양측은 충돌했다. HDC현산은 기내식 사건 등 향후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며 최소 10% 이상의 손해배상한도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금호 측은 과도하다며 본입찰 당시 합의한 5%까지만 부담하겠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전날 마라톤 협상을 벌이며 손해배상한도를 구주 가격의 10%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주 가격이 32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손해배상한도 금액은 약 320억원이다.
또다른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연내 매각은 순조롭게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큰 틀에서의 의견 조율을 마친 만큼, 세부적인 계약 조건을 놓고 추가적인 합의만 완료하면 된다. 이후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마치면 장장 8개월간 이어진 매각전은 끝난다.
전반적인 흐름을 살펴볼 때, 이번 협상에서 우위에 오른 쪽은 HDC현산이다. 금호는 구주 매각 대금을 그룹 재건 비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당장 내년 도래하는 금호고속 차입금 3700억원을 갚고, 나머지 대금을 신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차입금보다 적은 현금을 쥐게 되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됐다. 더욱이 기내식 사태로 과징금이 부과되면 오히려 돈을 뱉어내야 하는 만큼, 현금 유동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않다.
금호가 자신들에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인 배경에는 연내 매각 원칙이 있다. 금호는 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 매각방침을 확정하면서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경영 정상화 비용 지원을 약속 받았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키로 한 1억6000억원 중 영구채로 5000억원을 즉시 지원했다.
대신 채권단은 연내 매각을 전제로 달았다. 만약 올해 안으로 매각이 불발되면 주도권이 채권단으로 넘어간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금호 역시 진성매각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새 주인 찾기에 열을 올렸다. 4월 매각 공고 발표 이후 예비입찰과 본입찰, 우협 선정 등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대한 앞당겼다.
하지만 연내 매각 약속은 금호 측 족쇄로 작용했다. 시장에서는 HDC현산이 금호 측 상황을 유리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본다. 채권단으로 매각 주도권을 넘기지 않으려는 금호 측이 HDC현산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금호 측에서 손해 보는 장사를 했다”면서 “자금 흐름 개선에 한계가 있는 만큼, 또다시 빚을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협상 조건이 비공개로 부쳐지는 만큼,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금호 측이 이득을 보는 내용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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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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