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 대한항공·한진칼 이사회 소집조현아측 격차 1%p대···개인주주 표심에 달려파격적 수준의 주주친화책 발표해 포섭 나설 듯유휴자산 즉시 매각, 자사주 매입해 주가부양 시도경영투명성 확보 위한 ‘사외이사 독립성’ 보장 관건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주축으로 한 반(反) 조원태 연합과 지분 격차가 미미해 최대한 많은 일반주주를 포섭해야 한다.
5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한진칼은 각각 오는 6일과 7일 각각 이사회를 개최한다. 이번 회의는 각사 이사회 의장인 조 회장이 소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사회에서는 주주 이익환원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조 회장이 선대 회장인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공동경영 유훈’을 어겼다며 반기를 들었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은 KCGI, 반도그룹과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다음달 열리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
조 회장은 3자 연합군의 등장으로 코너에 몰리는 듯 했다. 하지만 이 고문과 조 전무가 공식적으로 조 회장을 지지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두 모녀는 지난 4일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한진그룹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면서 “외부세력과 연대한 조 전 부사장에게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현재 세력별 한진칼 지분율을 살펴보면, 조 회장 측은 ▲조 회장 6.52% ▲이 고문 5.31% ▲조 전무 6.47% ▲재단 등 특수관계자 4.15% ▲델타항공 10.00% ▲카카오 1% 등 총합은 33.45%다. 반면 조 전 부사장 측은 ▲조 전 부사장 6.49% ▲KCGI 17.29% ▲반도그룹 8.28%(의결권 유효 기준 8.20%)로 총 31.98%다.
양 측간 지분차는 1.47%포인트다. 조 회장 측이 근소한 차이로 앞섰지만,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는 아니다. 4%대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국민연금과 나머지 30%대의 소액주주 표심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향방이 결정나는 셈이다.
조 회장은 한 표가 아쉬운 입장이다. 되도록 많은 주주를 자신의 편에 세워야 하기 때문에, 파격적인 수준의 주주가치 제고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조 회장이 선친이 생전 발표한 ‘한진그룹 비전 2023’을 토대로 하되, 이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조 전 회장은 지난해 2월 한진칼과 대한항공 주총을 앞두고 종로 송현동 부지 매각과 이사회 독립성 강화 방안 등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조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작고로 중장기 비전 실천은 더디게 진행됐다.
조 회장은 우선 송현동 부지 등 비핵심 부동산의 ‘즉시’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발표한 ‘연내 매각을 위한 일정과 방안 검토’에 추진력을 더한 것이다.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만성적자인 제주도 파라다이스 호텔, 와이키키리조트 등의 처분도 유력하다. ‘비전 2023’에서는 재개발 방안을 우선 검토한 뒤 가치에 따라 매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사업구조 단순화 계획은 한층 구체화될 수 있다. 이전에는 ‘유사한 사업 내용을 갖고 있는 그룹 계열사간 합병을 검토,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는데, 이보다 명확한 정리 계열사와 사업군을 제시할 것이란 관측이다.
대표적으로는 제동레저(골프장)와 왕산레저개발(요트장)을 처분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왕산레저개발은 대한항공으로부터 매년 자금지원을 받지만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밑빠진 독’이다. 렌터카 사업이나 광산업, 민속촌 등 항공운송사업과 연관이 낮은 사업군도 정리 대상으로 분류된다.
비주력 자산 매각으로 유입된 자금으로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다. 또 이 자금을 자사주 매입에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으로 꼽힌다. 배당성향 확대와 관련한 비책도 던져야 한다.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도 고심해야 한다. 한진칼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 총 6명으로 구성됐다. 대한항공은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5명 총 8명이다.
이들 회사의 사외이사는 과반수 이상으로, 외부에서 바라볼 때 독립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조 전 회장을 비롯한 오너가 측 인사들이어서, 기존 경영진 입김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회장은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자리에 시장의 충분한 동의를 얻을 수 있는 객관적인 인물을 선임하거나 사외이사 수를 확대해 독립성을 강화할 것으로 추측된다.
또 지난해 말 설치한 거버넌스위원회와 보상위원회 구성원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대주주와 밀접한 로펌 관계자들이 위원회 구성원이나 위원장을 맡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이사회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주주친화안을 내놓을 것”이라며 “다만 조 회장 중심의 경영체제를 유지하려면 반대세력의 ‘전문경영인 체제’보다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sj@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