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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깜짝 복귀’에 업계 ‘술렁’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깜짝 복귀’에 업계 ‘술렁’

등록 2020.03.27 16:59

수정 2020.03.27 17:02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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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업계 ‘성공 신화’ 주역에서 ‘도박꾼’으로 추락복귀 후 ‘비상 경영’ 가동···경영 효율화 최우선 과제 업계 안팎 기업 이미지 추락 우려···직원들도 ‘당혹’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상습 도박’ 혐의로 구속 수감 됐던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가 5년 만에 깜짝 복귀를 하며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하락세를 걷고 있는 네이처리퍼블릭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정 대표가 심각한 경영난을 해결할 수 있지 관심이 쏠린다. 또 과거 정 대표가 구속되면서 무산됐던 네이처리퍼블릭의 상장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7일 네이처리퍼블릭에 따르면 이날 열린 주주총회에서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정 대표는 네이처리퍼블릭의 창업주이자 75.37%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다.

정 신임 대표는 이날 열린 주주총회에서 “대주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기업 신뢰도를 회복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기회를 찾고자 다시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며 “우선적으로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혁신적 제품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화장품 ‘미다스의 손’에서 ‘도박꾼’으로 추락= 정운호 대표는 ‘화장품 업계의 미다스 손’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왔다. 2003년 정 대표는 더페이스샵을 론칭하며 초기 국내 중저가 브랜드 숍 열풍을 일으킨 주역으로 뷰티업계에서 주목받았다.

더페이스샵은 설립 2년 만에 매출 1500억 원을 돌파하며 업계 1위 브랜드로 올라서는 등 국내 화장품 시장에 새로운 신화를 썼다. 2005년 더페이스샵을 LG생활건강에 매각한 뒤, 2010년 네이처리퍼블릭 지분 100%를 사들이면서 업계에 복귀했다. 이후 네이처리퍼블릭을 브랜드숍 업계 5위권 진입에 안착시키며 그의 성공 신화는 영원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15년 원정도박 혐의로 구속되면서 상황은 급반전 됐다. 이 혐의로 1년의 실형을 선고 받아 2016년 출소 예정이었지만 정 대표가 브로커까지 동원해 법조계에 전방위 ‘구명 로비’를 펼친 혐의가 추가로 포착되면서 사건은 ‘정운호 게이트’로 불릴 정도로 파장을 일으켰다.

여기에 자신이 연루된 원정도박 사건과 민사 소송에서 유리한 결과가 나오게 해 달라며 차량과 100억원 상당의 현금을 건네는 등 현직 부장판사를 비롯한 법조계 전방위에 구명 로비를 벌인 혐의 등으로 기소돼 추가 징역형을 받았다.

한 순간에 성공 신화의 주역에서 ‘상습 도박자’에 이어 ‘뇌물 공여자’의 오명이 붙게 됐다. 그는 4년 4개월의 복역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12월 초 만기 출소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출소 반년 전부터 그의 경영 복귀설이 언급돼왔다. 정 대표가 지난해 7월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사인 오성씨엔씨와 세계프라임의 대표이사 겸 사내이사로 취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소문은 기정 사실화 됐다.

또 지난해 말 곽석간 대표와 정숙진 이사회 의장의 임기가 만료된 상태인데도 재선임과 후임자를 결정하지 않으면서 평소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네이쳐리퍼블릭은 “관련 법규와 정관에 따라 정기주주총회의 종결에 이르기까지 임기를 연장할 수 있으며 이전과 달리 인사를 서두르지 않고 주총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고 결국 이번 주총에서 정대표는 복귀에 성공했다.

◇복귀 직후 ‘비상경영체제’ 선포= 이제 막 친정으로 돌아온 정 대표는 복귀와 동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치열해진 화장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다고 판단, 경영 현황부터 꼼꼼히 살피겠다는 계획이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빠르면 다음 주부터 출근하실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내부 경영 현황부터 보고 받고, 경영 효율화를 위한 비용 절감 등을 위한 방안 마련에 초첨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현재 네이처리퍼블릭의 경영 실적에는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정 대표가 대형 ‘오너리스크’를 촉발시킨 시점 이후 네이처리퍼블릭은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물론 사드 악재 등 대내외적인 대형 암초를 만난 탓이 컸지만 어려운 시기에 오너 부재는 더욱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네이처리퍼블릭은 2016년 9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후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2018년에는 190억원 가량의 영업 적자를 냈다. 지난해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91억원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 감소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정 대표는 악화된 재무 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이후 네이처리퍼블릭 상장에도 재도전할지도 주목된다. 네이처리퍼블릭은 2014년 말 기업공개(IPO)를 시도했으나 정 대표의 구속으로 상장이 불발된 바 있다. 상장 추진 이전에 제품 개발에도 속도를 높여야 하는 점도 숙제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자연주의 컨셉을 내세우며 2010년대 초반까지 ‘수딩젤’, ‘아쿠아 수분크림’ 등 히트제품을 탄생시키며 매출 고공 행진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새로운 메가급 히트 상품은 부재한 상태다. 내부에서도 정 대표가 올해 제품 개발로 경쟁력 확보에 힘 쓸 것으로 예측했다.

계속되는 불황에 내부 경영 일선을 책임지는 임직원 사이에서는 정 대표의 복귀에 일부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최근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어려운 시기가 계속되고 있어 어느정도 정 대표의 경영 복귀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워낙 어려운 시기기도 하고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컸다”이라며 “정 대표는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판단력과 강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경영 정상화에 최선을 다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현장의 일부 직원들은 정 대표의 복귀가 달갑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화장품의 경우 소비자와의 밀접한 도박·뇌물 등 부도덕한 혐의에 연류된 만큼 기업 신뢰도가 추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뷰티 시장에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오너리스크가 자칫 불매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도 지적했다.

익명의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관계자는 “회사 대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한 신뢰도 중요하지만 기업 이미지가 직접적인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이번 정 대표의 선임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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