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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나간 자리 꿰찬 경방···조원태號 ‘아군인가 적군인가’

KCGI 나간 자리 꿰찬 경방···조원태號 ‘아군인가 적군인가’

등록 2020.04.16 15:30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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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방, ㈜한진 4대주주 등극···관계 전무KCGI 주요출자자 조선내화, 경방 지분 보유경영권 분쟁 재점화, 주가 부양 목적 가능성일각선 전략적 우군 관측···조 회장 대학 동문

섬유업과 복합쇼핑몰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경방이 ㈜한진 4대 주주로 등장하면서 경영참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섬유업과 복합쇼핑몰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경방이 ㈜한진 4대 주주로 등장하면서 경영참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한진그룹 물류 계열사 ㈜한진을 둘러싼 불안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KCGI가 지분을 처분하며 한진칼과의 전쟁에 집중하는 사이, ㈜한진과 접점이 없는 경방이 새로운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경방그룹은 지난달 3일부터 이달 7일까지 12차례에 걸쳐 ㈜한진 주식 77만808주를 장내 매수했다. 경방과 김담 대표이사 사장, 특별관계사 에나에스테이트 주식회사가 각각 4.76%, 0.51%, 1.17%를 확보했다. 에나에스테이트 주식회사는 김담 사장 여동생 김지영씨가 대표로 있다.

이에 따라 경방의 ㈜한진 지분율은 6.44%가 됐다. 한진칼(23.62%)과 국민연금(7.37%), GS홈쇼핑(6.87%)에 이어 4대 주주로도 이름을 올렸다.

KCGI 산하 엔케이앤코홀딩스는 ㈜한진 지분 10.17%(121만8030주)을 보유한 2대 주주였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보유 주식 절반인 60만주를 시간외 매매로 처분했다. 현재 지분율은 5.16%이고, 5대 주주로 내려왔다.

경방은 동아일보 창업자인 고(故) 김성수 선생과 삼양사 창업주 고 김연수 전 회장이 1919년 설립한 경성방직을 전신으로 한다. 김성수 선생의 여동생과 결혼한 고 김용완 전 명예회장이 경영권을 넘겨받았고, 아들인 고 김각중 명예회장으로 이어졌다. 김각중 명예회장은 현 오너인 김준 회장과 김담 사장 형제의 부친이다.

경방의 최대주주는 김담 사장이고, 김준 회장과 함께 회사를 이끌고 있다. 각자 담당하는 사업 부문은 다르다. 김준 회장은 섬유사업을 총괄하고, 김담 사장은 타임스퀘어 등을 담당한다.

경방과 ㈜한진의 사업적 관계는 사실상 전무하다. ㈜한진은 육상운송과 하역, 택배사업 및 물류창고 사업, 렌터카사업 및 정비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경방은 우선 지분 매입 목적을 ‘단순 투자’로 밝혔다. 하지만 경방이 KCGI와 함께 ‘조선내화’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경영 참여 가능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있다. 내화벽돌 제조가 주력인 조선내화는 KCGI 주요 출자자이면서, 경방 지분 2.89%를 보유 중이다.

조선내화는 케이씨지아이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지분율 12.52%), 케이씨지아이 제1호의1 사모투자합자회사(96.12%), 케이씨지아이 제1호의11 사모투자합자회사(76.01%) 등에 투자했다. 특히 조선내화 100% 종속회사인 타코마앤코홀딩스는 KCGI 산하 투자회사 중 ㈜한진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진 회사였다.

조선내화는 2016년부터 ㈜한진에 투자했다. 2만원대 후반대에 주식을 매수했지만 주가는 하향세를 탔고 시세차익을 누리지 못했다. 조선내화는 2018년 말 자신이 투자한 KCGI에 ㈜한진 지분을 5만원대에 블록딜 처분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냈다. 지난해 말 기준 조선내화의 ㈜한진 지분율은 4.85%다.

KCGI는 한진칼 지분 확대를 위해 조선내화로부터 넘겨받은 주식을 팔았고, 경방을 우호세력으로 끌어와 주식을 다시 사들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선내화 입김이 경방에 미치는 만큼, KCGI가 끝내지 못한 경영권 분쟁 이슈를 이어가 주가를 부양시키려 한다는 추측이다. KCGI와 같이 블록딜을 시도할 수도 있다. ‘전략적 시세차익’이라는 공동 목표를 세웠다는 것. 이인옥 조선내화 회장과 김준 경방 회장이 미국 브라운대 동문으로 인연이 있다.

정반대의 시각도 있다. 김담 사장은 인하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학연으로 맺어진다. 또 경방이 ㈜한진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은 KCGI가 주식을 처분하기 이전이기 때문에 KCGI와 연관 짓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설명이다.

경방의 핵심사업이 섬유업에서 유통업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섬유사업본부 매출은 1750억원, 영업손실 147억원인 반면 복합쇼핑몰 사업부는 매출 1813억원, 영업익 465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가공사 생산공장인 반월공장은 문을 닫았다.

회사 차원에서 유통업에 더욱 힘을 싣기 위해 ㈜한진과 손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경방은 ㈜한진이 보유한 전국 거점 물류창고를 적극 활용하고, 신속한 택배 배송 등 시너지를 노릴 수 있다.

전례도 있다. GS홈쇼핑은 지난해 고 조양호 전 회장의 ㈜한진 소유 지분은 전량 매입하며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백기사로 나선 바 있다. GS홈쇼핑은 ㈜한진 지분 확보로 강력한 협력 관계 구축하면서, 조 회장을 향한 경영권 위협 부담을 낮췄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방의 투자 목적이 단순한 시세차익인지, 조 회장 측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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