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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체제 1년···특명 ‘한진그룹을 지켜라’

조원태 체제 1년···특명 ‘한진그룹을 지켜라’

등록 2020.04.24 07:47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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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회장 오른지 1주년···별도 행사 없어IATA 의장 맡고 재계회의 참석···총수입지 구축사내문화 혁신·직원복지 향상으로 전폭적 지지비핵심 사업·자산 처분 결단···지배구조 개선도경영권 공격 방어·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제 남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4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그래픽=박혜수 기자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4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지난해 4월8일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장남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을 넘겨받은지 1년이 됐다. 조 회장은 부친 작고 약 보름 만에 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재계 안팎에서는 조 회장의 취임 1년간 성과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위협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주축인 3자 주주연합의 경영권 공격을 막아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 회장 취임 1주년을 맞는 24일 별도 기념 행사는 열리지 않을 계획이다. 조 회장 명의의 담화문도 없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 전반이 존폐기로에 놓인 만큼, 경영위기 극복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조 회장은 취임 당시에도 별도 행사없이 곧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다만 서면 취임사를 통해 “선대 회장님들의 경영이념을 계승해 한진그룹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현장중심 경영, 소통 경영에 중점을 두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회장에 오른지 얼마 되지 않아 가족간 불화가 새어나왔다. 조 회장의 차기 동일인 지정을 두고 조 전 부사장 등이 반발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총수) 지정’이 연기된 것이다. 조 회장은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식 총수로 올랐다.

이후 조 회장은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나갔다. ‘항공업계의 UN회의’로 불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총회 의장으로 선출되며 글로벌 항공업계에 데뷔했다. 조 회장은 IATA 의장과 집행의원 뿐 아니라 항공동맹체 ‘스카이팀’ 회장단 의장을 맡았다.

미국 델타항공으로부터 지분 투자를 이뤄내며 KCGI 등 외부 세력에 대한 지분 방어도 시작했다. 델타항공은 조인트벤처를 맺고 있는 대한항공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모기업에 투자했다고 밝혀지만, 사실상 조 회장 백기사를 자처한 셈이다.

조 회장은 보수적인 사내문화를 혁신하고 직원 복지를 향상하는데 노력했다. 운항·객실승무원들의 업무 편의 향상을 위해 인천 운영 센터(IOC) 신규 건립을 결정했다. ‘노 페이퍼’ 회의를 선언했고 완전 복장 자율화를 채택했다.

재계 내 위상도 쌓아갔다. 조 회장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제31차 한미재계회의 총회’에 함께했고,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초청 조찬 간담회에는 한진그룹 대표이자 대한상의 관광산업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취임 7개월 만인 11월에는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자신의 측근들을 요직에 배치하며 세대교체를 단행하는 동시에, 임원수를 20% 이상 감축하며 조직 슬림화를 꿰했다.

복귀가 예상되던 조 전 부사장은 임원인사에서 배제됐다. 그러자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이 ‘공동 경영’이라는 조 전 회장 유훈을 어겼다고 공개 항의했고 올해 1월에 KCGI, 반도건설과 3자 연합군을 형성했다.

외부세력의 위협은 오히려 한진그룹 내부결속으로 이어졌다. 직원들은 3자 연합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냈고, ‘한진칼 주식사기 운동’을 추진하는 등 조 회장을 전폭 지지했다. 조 회장이 중국 우한으로 향하는 교민 수송 전세기에 직접 탑승하며 솔선수범하는 모습도 사내 입지를 다지는 기회가 됐다.

조 회장은 고강도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적자사업인 호텔과 레저사업을 접고, 유휴자산인 송현동 부지 등을 처분키로 했다.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해서는 대표이사가 맡도록 한 이사회 의장을 선출식으로 바꿨고, 스스로 의장직에서 내려왔다.

조 회장은 3월 열린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3자 연합과 맞붙었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상정된 상황에서 조 전 부사장 측은 연임 부결을 노렸다. 또 7명의 이사 후보를 추천하며 이사회 장악을 시도했다. 하지만 조 회장은 반대세력을 완전히 제압하며 승기를 거머줬다.

조 회장은 끝나지 않은 3자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 대비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3자 연합이 이르면 오는 7월께 임시 주총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한다. 3자 연합의 현재 지분율은 43.75%로, 조 회장 측 우호지분 41.80%보다 앞선다.

코로나19가 촉발한 경영위기 돌파구 마련도 시급하다. 2월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 사태로 대한항공의 매출 94%를 차지하는 국제선 운항은 대부분 중단됐다. 144대의 항공기 중 10여대만 운영하고 있다.

대한항공 보유 현금은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수입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고정비로만 매달 6000억원씩 빠져나가고 있다. 비용절감을 위해 전직원을 대상으로 6개월간 순환휴직을 실시하고, 임원진은 급여의 최대 50%를 반납하고 있다. 하지만 자체적인 노력만으론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조 회장은 최대 1조원대 규모의 대한항공 유상증자 등을 검토하고 있다. 또 추가적인 자산 매각으로 현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정부로부터 조 단위의 대규모 금융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올해 갚아야 하는 부채만 4조원대를 웃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은 지난 1년간 숨가쁘게 달려왔다”면서 “3자 연합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키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으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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