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연말 정기인사 실시하기로 가닥박삼구 전 회장 장남 박 사장, 그룹 합류 관측 우세항공 매각 불발·총수 공백 장기화···조직 재정비 시급금호리조트 매각 절차, 딸 박세진 상무도 이동 가능성
27일 재계에 따르면 금호그룹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께 그룹 정기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매각 이슈로 인사를 건너뛴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인사를 단행하기로 가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기 인사는 금호고속과 금호산업 등 일부 계열사에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나항공과 6개 계열사가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체제에 돌입한 만큼, 그룹이 인사권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다.
시장의 관심은 박 사장의 거취에 쏠리고 있다. ‘오너3세’인 박 사장이 그룹 재건을 위해 경영권을 공식 승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1975년생으로 올해 만 45세인 박 사장은 2002년 아시아나항공 자금팀 차장으로 입사하며 경영수업을 밟기 시작했다. 2005년 금호타이어로 옮겨 경영기획팀, 한국영업본부, 영업총괄, 기획관리총괄 등을 역임했고 2016년 1월 그룹 핵심 사업을 관리하는 전략경영실 사장에 올랐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아시아나세이버 대표이사로도 근무했다.
박 사장이 아시아나IDT를 이끌기 시작한 것은 2018년 9월이다. 그룹은 그해 4월 불거진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갑작스럽게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김수천 전 아시아나항공 사장의 퇴진으로 공석이 된 자리에 아시아나IDT 대표이던 한창수 사장이 이동했고, 박 사장은 한 사장 후임으로 발탁됐다.
지난해 4월 박 전 회장이 경영 퇴진을 선언할 당시 박 사장이 그룹 경영진으로 합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그룹은 총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 경영위원회를 운영했다. 박 사장이 총수를 맡기엔 경영 능력에 대한 시장 의구심이 적지 않고, 경영환경도 불안정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시기 박 사장은 이동걸 산은 회장을 만나거나, 예비 매수자들과 접촉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그룹 경영에 관여할 공식적인 권한은 없지만, 오너가 일원으로서 아시아나항공 회생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 것이다.
당초 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연내 매각을 목표로 경영 관련 주요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매각 대금이 유입된 이후 재무구조를 개선한 뒤 사명 변경과 신사업 비전 등을 세운다는 방침이었다. 지난해 별도의 인사가 없던 이유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매각 권한이 채권단으로 넘어간 만큼, 그룹은 재도약을 위한 조직 재정비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은 박 사장의 금호산업 합류다.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를 제외한 그룹 지배구조는 ‘금호고속→금호산업’으로 단순화된다. 금호고속은 지배구조 최상단에 자리잡고 있지만, 핵심 경영진은 금호산업에 포진해 있다. 그룹 미래 방향도 금호산업 이사회가 결정한다.
리더십 공백이 길어질수록, 경쟁력이 약화되고 리스크에 취약해진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임시로 경영을 총괄하는 이 부회장은 등기임원이 아니여서 실제 영향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내부에서도 상징적인 역할만 맡고 있다.
그룹 인사는 통상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사장단 교체와 임원 승진·보직변경도 동시에 발표되기 때문에 박 사장이 아시아나IDT를 떠나기엔 최적의 시기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통매각이 재성사될 때까지 아시아나IDT를 이끌 것이란 의견도 존재한다. 현 상황에서 아시아나IDT를 떠나게 될 경우 주주들로부터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등기임원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9월까지는 자리를 지킬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박 전 회장 딸인 박세진 상무가 근무 중인 금호리조트는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매각 주관사 선정을 마쳤고, 조만간 잠재적 인수자들에 티저레터(투자안내서)를 발송할 계획이다.
금호리조트는 아시아나항공 통매각 대상이다. 하지만 그룹과 채권단은 분리 매각으로 우선 유동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박 상무 역시 이번 인사에서 그룹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점처진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sj@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