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기준, 현행 ‘10억원 유지’로 확정문재인 대통령 사직서 반려···청 ‘재신임’여권 “형식 맞나, 무책임하다” 거센 비판
홍남기 부총리는 이날 오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주식 양도소득세의 대주주 기준과 관련해) 2개월간 갑론을박이 전개된 것에 대해 누군가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라며 “현행대로 가는 것에 책임을 지고 오늘 사의 표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글로벌 정세와 경제의 불확실성이 같이 높아진 상황도 있어 이를 고려해 현행처럼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큰 틀 차원에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홍 부총리는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명확히 했음을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2018년 2월에 이미 시행령이 개정돼 있고, (기준이) 한 종목 3억원이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이런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공평 차원에서 기존 방침대로 가야 한다고 봤다”며 “(10억 유지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서 저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당정은 그간 대주주 요건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왔다.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주식 보유액 기준은 내년부터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아진다.이로써 올해 연말 기준으로 특정 종목을 3억원 이상 보유한 대주주는 내년 4월부터 이 종목을 매도해 수익을 내면 22∼33%의 양도세(지방세 포함)를 내야 한다.
기재부는 정책의 일관성,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정해진 스케줄대로 기준을 3억원으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2023년부터 주식 양도차익에 전면 과세가 이뤄지는데 그 전에 기준 변경으로 시장에 불필요한 충격을 줄 이유가 전혀 없다며 기준 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연말에 매도 물량이 쏟아질 경우 주가 하락을 우려하는 개인투자자 ‘동학 개미’들의 반발도 고려됐다. 민주당의 지적에 당초 기재부는 대주주 요건 판단 때 적용하기로 했던 가족 합산 원칙도 한발 물러서 개인별로 바꾸는 수정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당정 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막바지 조율을 위해 모인 지난 1일 고위당정청 회의에서 민주당의 요구대로 현행 10억원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홍 부총리는 “대주주 요건 확정 시기를 밝혀달라”는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1일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반대의견을 제시했지만 더 큰 틀의 차원에서 10억원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사의 표명을 한 배경에 대해 “아무 일 없었던 것 처럼 ‘10억원으로 갑니다’라고 말하는 건 공직자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누군가는 책임져야 할텐데 기재부에서 그런 의견이 시작됐기 때문에 제가 책임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대주주 주식 양도세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혼선을 야기해 죄송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며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홍남기 부총리가 사직서 제출 사실을 공개하자 “홍 부총리가 오늘 국무회의 직후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으나 바로 반려 후 재신임했다”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둘러싼 논란으로 홍 부총리의 거취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지금까지 잘해 왔으니 앞으로도 잘해 달라”며 힘을 실은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여당을 비롯한 정치권과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홍 부총리에게 힘을 실었다. 위기 상황에서 경제수장을 교체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홍 부총리가 항의의 표시로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정부여당에 대놓고 불쾌감을 표출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무회의는 이날 오전에 있었다. 청와대 설명대로라면 홍 부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의 반려에도 오후 국회 기재위에서 거듭 사퇴 의사를 밝힌 셈이다.
여권은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해 불편해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기재위 소속 기동민 의원은 “이유가 있겠지만 부총리가 지금 사직하겠다 말하니까 몹시 당황스럽다”며 “형식이 맞는 형식인가, 일반적 관행인가 낯선 풍경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홍 부총리의 다음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재신임은 개각 구상과도 맞물려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예산국회가 끝나는 연말에 개각이 단행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적지 않다. 일각에선 올 연말 서울시장 보궐 선거 등을 염두에 둔 대규모 개각과 맞물려 홍 부총리가 결국 교체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지난달 5일 올라온 `홍남기 기재부 장관 해임을 강력히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 청원은 이날 기준 23만9000명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대주주 3억에 대한 폐지 또는 유예에 대하여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기재부장관의 해임을 강력히 요청드린다”라고 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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