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26일 ‘3자매입’ 최종 합의 서명식 예정권익위 당사자에 수차례 의견 묻고 합의문 완성 이견 없다던 서울시, 별안간 문구 바꾸자고 요구시의회 부동의 가능성에 부담 느꼈다는 합리적 의심대한항공, 매각무산되고 공원화 강행땐 대금 못받아
26일 재계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서울시가 당초 이날 진행할 예정이던 송현동 부지 매각 조정 최종 합의 서명식이 연기됐다. 이번 서명식은 권익위 주재로 열릴 예정이었다.
권익위는 그동안 서울시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송현동 부지를 매입하고, 이를 다시 시유지와 맞바꾸는 ‘제3자 매입’ 방식으로 중재해 왔다.
양 측 조정문은 상당수 합의가 이뤄졌지만, 서울시는 돌연 서명 하루 전에 문구를 수정하자고 요구했다. 지자체의 극심한 반발로 시의회 부동의 가능성이 제기되자, 조정문의 구속력을 배제하자는 식의 제안을 한 것.
업계에서는 서울시가 보인 태도가 조정안을 다시 만들자는 의미라고 항의하고 있다. 합의가 지연되더라도 공원화를 우선 강행하고, 매입대금 일시 납부 부담을 낮추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권익위가 작성한 조정문에는 계약 시점과 대금지급 시점이 명기돼 있다. 권익위 법상 조정은 민법상 ‘화해’의 효력을 지니는 만큼, 이행청구권에 대한 조항도 포함돼 있다. 권익위는 조정문을 지난 16일 각 당사자에 공문으로 송부했고, 수정 의견을 반영해 두 차례에 걸쳐 의견을 조회했다.
서울시는 이 과정에서도 계약 시점, 대금지급 시점, 이행청구권 등에 대해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대한항공과 LH도 지난 23일 최종 조정문에 대해 이견이 없다는 의사를 공문으로 전달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서명식 전날 “계약시점을 특정하지 않으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계약 체결하도록 노력한다”는 문구로 교체하자고 제안했다.
대한항공 측은 “서울시의 요구는 조정문의 구속력을 배제하자는 취지이며 한마디로 ‘안되면 어쩔 수 없다’는 태도나 다름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서울시는 LH가 사들인 송현동 부지와 맞바꿀 토지로 고른 서부면허시험장 부지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된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시의회가 조정문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부각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조정문 서명을 위해서는 시의회의 사전·사후 동의가 필요한데,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전언이다.
서울시의 문구 수정 주장이 향후 시의회의 부동의를 방패삼아 조정문을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선언으로 봐야 한다는 부정적 해석도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법률자문을 거쳐 25일에야 최종 입장을 정했다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8일 감정평가에 관한 문구를 수정하자는 의견만 회신했을 뿐, 다른 문구는 지적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인 17일 권익위 주재로 대한항공과 서울시 담당자가 만난 회의 석상에는 서울시 고문변호사를 대동하기도 했다. 서울시 정보소통광장에서 확인되는 송현동 부지에 대한 법률자문 관련 공문도 13일이 마지막인 것으로 나타났다.
권익위가 지난 16일부터 수차례에 걸쳐 의견을 조회했음에도 불구, 이제서야 조정문 수정을 요청한 이유가 따로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앞서 대한항공은 권익위 고충민원으로 서울시의 공원화 강행을 중단하고, 민간매각의 기회를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3자 매수를 먼저 제안한 쪽도 서울시다.
더욱이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부지 매입 대금을 해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은 큰 걸림돌이다. 서울시는 이미 장기미집행 공원을 위해 1조2902억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할 예정이고, 장기적으로는 14조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
서울시가 문화공원을 지정한 다음 곧바로 보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대한항공은 공원 결정 고시가 난 후 10년이 지나야만 서울시에 부지 매수를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올 상반기 채권단으로부터 1조2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받으며 내년까지 2조원의 자본 확충을 약속한 상태”라며 “이번 매각이 무산되고 공원화가 취소되지 않으면 송현동 부지를 매각할 방법이 더이상 없다”고 토로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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