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의결권 72% 행사···지분 94%는 찬성표에 쓰여
이사회는 전체 안건의 99.5%를 원안대로 의결하는 등 ‘거수기 역할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2020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공개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올해 5월 기준 58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총수일가 이사 등재·이사회 작동현황 등을 담았다.
대기업집단 가운데 총수가 있는 51곳의 소속회사 1905개사 가운데 총수일가가 한 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16.4%(313개)였다.
이들 가운데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되지 않은 집단은 삼성,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대림, 미래에셋, 금호아시아나, 효성, 코오롱, 이랜드, DB, 네이버, 한국타이어, 태광, 동원, 삼천리, 동국제강, 하이트진로, 유진 등 20개였다. 절반은 총수를 포함해 2·3세조차 단 한 곳의 계열사에서도 이사를 맡지 않았다.
5년간 연속으로 공정위 분석대상에 기업집단 21곳을 중심으로 비교하면, 총수일가가 이사로 오른 계열사 비율은 13.3%로 2016년(17.8%)이나 2019년(14.3%)보다 낮아졌다.
총수일가가 등기임원을 맡을 경우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는 만큼 이를 회피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기업집단의 주력회사(자산 규모 2조 원 이상 상장사)나 지주회사의 경우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되어 있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력회사의 39.8%, 지주회사의 80.8%,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54.9%는 총수일가가 이사로 올라가 있었다.
58개 기업집단 소속 266개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864명으로 전체 이사의 50.9%를 차지했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96.5%에 이르지만, 최근 1년(2019년 5월∼2020년 5월) 사이 이사회 안건 중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인해 원안대로 통과되지 못한 것은 0.49%에 불과했다.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 99.51%는 원안대로 가결됐다. 계열사 간 대규모 내부거래 안건(692건)의 경우 1건을 제외한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넘어갔다.
266개 상장사는 이사회 안에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등을 두고 있었다.
이들 역시 1년간(2019년 5월∼2020년 5월) 상정된 안건(2169건) 중 13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원안대로 처리했다.
이사회 내 위원회의 원안 가결률은 총수 없는 집단(97.1%)보다 총수 있는 집단(99.6%)에서 높았다.
58개 대기업집단 가운데 19개 기업집단의 35개 회사는 계열사 퇴직임원 출신 42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공정위는 퇴직임원이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 대상 기간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 257개사의 주주총회에 참여, 의결권을 행사했으며 국내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있는 주식 대비 행사 의결권 비율은 72.2%였다.
기관은 의결권을 행사한 지분 가운데 94.1%는 찬성, 5.9%는 반대쪽으로 행사했다.
소수 주주의 권리 행사를 돕는 장치인 전자투표제를 도입·실행한 사례는 증가했다.
266개 상장사 중 49.6%가 전자투표제를 도입했고, 이 방식으로 의결권이 행사된 경우는 48.1%였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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