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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김성회의 경영서재]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등록 2020.12.30 10:58

수정 2020.12.3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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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기사의 사진

혼란기를 헤쳐나간 미국 대통령 4인의 리더십

만일 당신이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과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누구를 택할 것인가. 생존하는 역대 대통령이 교도소에 있거나 재판정에 서있다 보니 딱히 답이 어려운 게 우리의 현실이다.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은 미국 역사의 소용돌이를 헤쳐나간 4명의 대표적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프랭클린 루스벨트, 린든 존슨의 리더십을 다루고 있다. 그들이 거둔 성과 뿐 아니라 막전 막후 이야기가 촘촘히 소개돼 있어 노변정담을 나누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노예제도 갈등으로 국가가 남부, 북부 둘로 분열됐을 때 철학과 공감능력으로 위기를 극복한 에이브러햄 링컨의 변혁적 리더십, 산업혁명 이후 미국에 닥친 경제적 위기와 트러스트를 타파하고 공정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행동하는 리더십을 보여준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위기관리 리더십, 대공황에 고통 받고 민주주의 대한 믿음을 상실한 국민들에게 활력을 되찾아준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회생 리더십, 입법부와 타협하며 위대한 사회의 기초를 놓은 린든 존슨의 비전 리더십. 격동기를 헤쳐나간 리더십이란 주제로 4명의 대통령을 종적, 횡적으로 비교해놓아 대차대조하며 읽을 수 있어 재미를 더해 준다.

저자인 도리스 컨스 굿윈은 47년생의 원로작가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대통령의 통치리더십을 가르쳤고 현재도 정력적으로 저술활동하고 있는 인물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내각을 구성할 때 그녀의 책 <권력의 조건-링컨>에서 영감을 얻어 반대파인 힐러리를 장관으로 발탁하게 되었다. 그녀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인 보스턴 레드삭스의 라커룸에 들어간 첫 여성 스포츠 저널리스트란 이색적 경력도 갖고 있다. 이 책에서 대통령 인물 뿐 아니라 라이벌과의 대결구도, 대세와 판세의 진전과 역전을 긴박하게 서술, 스포츠 게임을 보는 듯한 재미를 주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모든 시대상황에 통하는 만능열쇠 격인 리더십은 없다. 하지만 변화하는 시대 속에도 통하는 공통사항은 있다. 이들 4명 대통령은 성격도, 리더십 스타일도 확연히 달랐지만 확실한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 담대한 야망을 가졌다. 야망하면 권력욕을 연상해 거부감부터 가지기 쉽다. 야망과 야욕은 한끗 차이다. 리더십 없는 권력은 가능하지만 권력 없는 리더십은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비전 실현을 위한 담대한 야망은 추진력을 달아준다. 링컨은 남부 사람들이 주로 정착한 일리노이주에서 지지 기반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노예제도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자신의 비전을 지키겠다는 소명의식을 가졌기 때문에 인기만을 좇는 포퓰리스트가 되지 않을 수 있었다. 담대한 야망은 이쪽저쪽 눈치 보며 판세를 관망하기보다 분명한 목표와 방향을 설정, 리스크 테이킹을 하더라도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게 한다.

둘째, 국민과 적극적 소통을 했다. 이들이 모두 언변이 유창했고 외향적인 성격을 지닌 것은 아니었다. 기질면에서 친화력을 타고난 링컨, 플랭클린 루스벨트 같은 인물도 있고, 사교성이 부족하고 말주변이 부족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 존슨 같은 인물도 있었다. 하지만 나름대로 국민과의 쌍방향 통로를 열고, 어떻게든 통하려 노력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리더의 강점은 국민과의 결속력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1933~45년에 걸쳐 945회의 기자회견을 하며 1주에 1회 이상 국민과 소통하려 노력했고, 부인 엘리너 루스벨트에게 시시콜콜한 소리를 들으며 현장과 통하려 했다.

셋째,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역사를 돌아보면 리더의 탁월함이 오히려 독소로 작용한 경우가 많았다. 역량이 뛰어나면 완벽주의자로서 독단을 하고, 도덕성이 뛰어나면 결벽증에 걸려 독선적이 되기 쉽다. 이들 4명의 대통령 역시 그런 함정에 빠지기도 했지만 몰락과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었다. 금수저 집안 출신인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청‧장년기에 ‘로켓처럼 치솟아 올랐다가 막대기처럼 곤두박질 쳐진 것’은 도덕적 결벽성 때문이었다. 그는 여기서 좌절하기보다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없다면 취할 수 있는 것만이라도 취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존슨 대통령은 “원수는 텐트 밖에 두는 것보다 안에 두는 게 더 낫다”고 말하곤 했다. 혼돈기에 필요한 것은 뺄셈이 아닌 덧셈의 리더십이다.

링컨, 시어도어- 프랭클린 루스벨트, 존슨 대통령의 탁월한 위기극복 리더십은 정신적 가계도를 형성, 맥이 이어져왔다. 링컨은 초대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을 롤 모델로 삼았고, 루스벨트는 링컨을, 프랭클린은 시어도어를, 린든은 프랭클린을 각각 롤 모델로 삼고 적극 배우고자 했다. 늘 이전 시대는 적폐 청산과 타도 대상으로만 치부되는 우리로선 부럽게 읽히는 점이다. 우리에게 언제 역사는 단절이 아닌 전승의, 청산이 아닌 ‘축적의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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