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변동성 원흉' 낙인에 부담 커진 운용업계업계 상징적 인물이 부정적 인식 더 확산시켜시장 설득보다 공세에 힘 보탠 셈···"신중했어야"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지 말라"는 글을 올리자 여의도가 술렁였습니다. 글은 곧 삭제됐지만 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한 듯 보입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배 대표의 발언이 투자자 보호 차원의 소신이었다고 설명합니다. 평소에도 자신의 SNS를 통해 투자자들과 소통해 온 배 대표가 음의 복리 효과 등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특성을 알리고 싶었다는 건데요.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투자자들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읽힙니다.
실제 자산운용업계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장기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투자 위험이 큰 만큼 개인 투자자들이 상품 특성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는 점에도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업계가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최근 정치권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증시 변동성을 키운 핵심 원인으로 지목하며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는 정책 실패라는 표현과 함께 상장폐지와 국정조사 필요성까지 거론됐고 금융당국도 기본예탁금 상향과 신규 상품 상장 중단 등 보완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운용사들은 관련 발언 자체를 최대한 아끼며 몸을 사리는 분위기였습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시장 변동성의 '원흉'으로 여겨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상당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수급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글로벌 반도체 업황 등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는데도 모든 화살이 단일종목 레버리지로 향하고 있다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적지 않았습니다.
업계 전체가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둘러싼 논란이 더 커질까 말을 아끼던 시점이었던 만큼 배 대표의 발언은 업계 안팎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결과적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더 키우는 계기가 된 측면도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보다 직설적인 반응도 나왔습니다. 상품을 운용하는 회사 대표가 공개적으로 "투자하지 말라"고 말하는 모습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겁니다. 이미 손실을 떠안고 있는 투자자 입장에서 "그럼 우리는 뭐가 되느냐"는 허탈감이나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런 반응에는 최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겪은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이상 급등 사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8일 SK하이닉스 주가가 7.68% 하락했지만 해당 ETF는 장 막판 49.70% 급등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한투운용은 시장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당시 한투운용은 장 마감 직전 LP(유동성공급자)의 호가 제출 의무가 없는 시간대에 주문이 체결되면서 발생한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호가 제출 의무가 없을 뿐 금지된 것은 아닌 만큼 투자자 신뢰를 위해 가격 왜곡을 막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투운용이 이 같은 홍역을 치른 만큼 무엇보다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 집중했어야 했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국내 ETF 시장을 개척해 '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배 대표의 발언은 개인 의견을 넘어 업계를 대표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층 신중했어야 했다는 얘깁니다.
정치권에선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두고 "코스피를 카지노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넘어 한국거래소를 강원랜드에 빗대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쏟아지고 있습니다.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면 이런 공세를 키우는 데 힘을 보탤 것이 아니라 시장을 설득하고 투자자 신뢰를 지키는 역할을 했어야 합니다. 지금 시장에 필요한 것은 "투자하지 말라"는 경고가 아니라 왜 이 상품이 존재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책임있는 목소리가 아닐까요.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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