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식 부회장, 경영권 분쟁 중 돌연 사의 표명이한상 고려대 교수 사외이사 선임이 전제조건‘형제 갈등’ 일단락 보단 본격화 가능성 높아져KL파트너스, 분쟁전문 로펌 세종 출신들로 구성금호석화 ‘조카의난’ 박철완 상무 법률자문 맡아
조현식 부회장은 최근 ‘숙질의 난’을 시작한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와 같은 ‘KL파트너스’를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두 사람 모두 분쟁 중재 전문 로펌에서 법률 자문을 받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조현식 부회장은 지난 24일 입장문을 내고 “이한상 고려대 교수의 한국앤컴퍼니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모시는 것이 마지막 소명”이라며 “이후 대표이사에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조현식 부회장은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주주 기대에 조금이나마 부응하는 길”이라며 “경영권 분쟁 논란도 해소되길 바란다”고도 언급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조현식 부회장이 자진 사퇴가 뜻밖이라는 분위기다.
지난해 한국타이어 3세들간 분쟁이 수면 위로 부상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컸다. 한국앤컴퍼니는 작년 6월 조양래 회장이 차남 조현범 사장에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보유 주식 전량을 매각하면서 3세간 갈등이 시작됐다.
조현식 부회장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 후견 신청을 내며 반발하기도 했다. 성년 후견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다. 같은 해 11월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이 지주사 각자 대표체제를 구축한 점도 두 형제간 힘싸움이 본격화됐다는 증거로 풀이됐다.
조현식 부회장이 노선을 변경한 배경에는 가족간 불화 당사자로 거론되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분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만큼, 의미 없는 싸움으로 흐를 것이란 점을 우려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다고 보기 힘들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조현식 부회장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조현식 부회장은 자신이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 절차가 마무리되면,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표이사 외에 사내이사(이사회 의장)나 부회장직 등의 거취에 대해서는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다. 보유 지분을 처분할지, 유지할지 여부도 밝히지 않았다. 조현식 부회장 측 사외이사의 선임이 무산될 경우, 향후 행보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조현식 부회장은 국내에서 손 꼽히는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인 이한상 교수를 이사 후보로 추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회사 발전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희생하는 대외적 명분을 챙겼다는 것.
일각에서는 이한상 교수와 조현식 부회장의 연관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한상 교수는 “(조현식 부회장 대리인 자격으로) 사외이사 선임 제안을 하지 않았고, 만약 그런 제안이었다면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적극 부인했다.
조현식 부회장 법률 대리인이 법무법인 원에서 KL파트너스로 변경된 점은 의구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법무법인 원을 통해 경영권 분쟁 관련 입장을 밝혀왔다.
2015년 설립된 KL파트너스는 국제 분쟁 해결과 인수합병(M&A)을 전문으로 다룬다. 법무법인 세종에서 독립한 김범수, 김준민, 이성훈, 이은녕 변호사가 창립 멤버이고, 법무법인 세종 출신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이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권 분쟁 분야에서 상당한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만큼, 조현식 부회장의 파트너 변경에 다른 의도가 숨어있을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특히 KL파트너스는 최근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과 경영권 분쟁에 나선 박철완 상무의 법률 대리인으로 언론에 노출되고 있다. 박철완 상무는 작은 아버지인 박찬구 회장과 현 경영진을 비판하며 이사회 진입과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대해석일 수 있지만 금호석화 경영권 분쟁 자문을 맡은 KL파트너스가 조현식 부회장의 법률자문을 맡은 내막을 의심하는 시선이 있다”며 “조현식 부회장이 실리를 챙기기 위해 소송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앤컴퍼니는 25일 주총 안건을 최종 결정하고,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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