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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삼성SDI, 지금이 매수 기회”...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

[인터뷰]“LG화학·삼성SDI, 지금이 매수 기회”...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

등록 2021.03.23 14:20

수정 2021.03.23 14:22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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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일주일 만에 17% 급락...“K-배터리 위상 변함 없다”전기차 헤게모니 싸움위해 모험시도 폭스바겐...성공 미지수회사별 전망은 ‘희비’...“LG화학에 소송 진 SK이노 관망해야”

그래픽 박혜수 기자 hspark@newsway.co.kr그래픽 박혜수 기자 hspark@newsway.co.kr

완성차 1위 업체인 폭스바겐이 ‘전기차 배터리 독립’을 선언하면서 K-배터리에 급제동이 걸렸다. 기존 파우치형 대신 각형 배터리에 집중하기로 한 폭스바겐 탓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주가는 연일 급락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증권가는 “시장의 우려가 지나치다”며 지금이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라고 봤다.

폭스바겐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독일 현지에서 ‘파워데이’를 열고 2030년까지 추진할 전기차 기술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번 로드맵에는 배터리 셀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주요 파트너들과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배터리 제조단가를 절반 가량 낮춰 전기차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폭스바겐의 협력 대상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빠졌다는 점이다. 폭스바겐은 일부 배터리 물량을 자체 생산하는 한편, CATL(중국)와 노스볼트(스웨덴)에서 각형 배터리를 공급받을 계획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주로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발표 이후 국내 배터리주들은 힘이 크게 떨어진 모습이다. 지난 15일 96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던 LG화학은 22일 80만1000원(-17%)까지 추락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같은 기간 8.9% 떨어지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시장 지배력 높은 국내 배터리...“폭스바겐 상관없이 성장세 지속”
하지만 22일 여의도 현대차증권 본사에서 만난 강동진 책임연구원은 “K-배터리의 위상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폭스바겐 이슈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게 썩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글로벌 점유율이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LG화학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사수 중이다.

강 연구원은 “이번 파워데이 발표를 보면 노스볼트 공장은 얼음판 위에 짓고 있고 폭스바겐의 자체 생산공장도 땅을 고르고 있는 수준”이라며 “아직 공장도 제대로 안 만들어졌는데 우리 시장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폭스바겐이 자체 배터리를 양산하는 시점은 2023년 이후다.



강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짧은 업력의 회사(노스볼트)가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망간리치 방식의 배터리를 아주 잘 만들 것이라고 가정해야 현재의 주가 하락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폭스바겐과 상관없이 최소 3~4년간은 국내 배터리업체들의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 업체들이 미국을 중심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한다”며 “LG화학과 삼성SDI는 지금처럼 주가가 빠질 때가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말했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의 소송전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진 중립을 유지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노스볼트·CATL 선택은 리스크 떠안은 모험...전략적 헤게모니 싸움
폭스바겐이 노스볼트와 CATL를 전략적 파트너로 정한 건 불가피한 모험이라는 게 강 연구원의 설명이다. 폭스바겐은 전체 글로벌 물량의 40%를 중국 시장에 판매하고 있지만 전기차 성적은 썩 좋지 못한 상황이다.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을 끌어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현지 배터리 업체와의 협력은 당연하다는 이야기다.

특히 강 연구원은 폭스바겐의 배터리 전략을 ‘전기차 헤게모니 싸움’으로 평가했다. 폭스바겐은 자체적인 전기차 진영을 구축하기 위해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배터리 업체들과 손을 잡았다. 점유율이 높은 한국 배터리 업체들에게 끌려다니지 않으면서도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리스크를 감수했다는 뜻이다.

이번 폭스바겐의 결정에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도 영향이 미친 것으로 보인다. 소송전에서 SK이노베이션을 이긴 LG화학은 파우치형 부문에서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파우치형을 계속 쓰면 LG화학에 운전대를 내줄까 우려해 각형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하다.

강 연구원은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들이 70~80% 수준의 글로벌 점유율을 가져가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라며 “유럽 내에서도 자체 배터리를 생산하겠다는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에 매우 높았던 점유율이 어느 정도 내려간다는 건 기정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각형 대비 장점 많은 파우치형...미국서 K-배터리 점유율 확대 기대
따라서 앞으론 단순 ‘점유율’ 보다 배터리 자체의 경쟁력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강 연구원의 설명이다. 중국업체들이 많이 쓰는 각형 배터리의 점유율이 오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파우치형의 효용성과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이에 대해 강 연구원은 “중국이 전체 전기차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어 단순히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보면 각형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외부 하우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각형과 파우치형로 나뉘며, 조립공정에서 스태킹 방법을 똑같이 쓴다”고 설명했다. 이는 각형과 파우치형을 결정짓는 하우징 방법이 자동차 배터리의 핵심은 아니라는 뜻으로 읽힌다.

강 연구원은 “각형은 하우징의 안전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면 파우치형은 상대적으로 에너지 밀도가 높고 다양한 모양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며 “폭스바겐이 이른 시점에 공격적으로 나왔지만 LG화학 등 국내 업체들도 여전히 글로벌 수위권을 다툴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국내 배터리 3사 각각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미국의 완성차 업체 GM과 합작법인을 설립한 LG화학은 향후 미국을 중심으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SDI도 향후 폭스바겐과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소송전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관망세가 짙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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