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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조 중국 시장 포기할 수 없다···美 바이든 압박에 난처한 삼성 반도체

31조 중국 시장 포기할 수 없다···美 바이든 압박에 난처한 삼성 반도체

등록 2021.04.13 15:50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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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 나서서 현지 반도체 투자 우회적 압박미국 오스틴 공장 ‘차량용 반도체’ 변경 증설까지 거론작년 반도체 매출 중 32% 거둔 중국 시장도 무시 못해

31조 중국 시장 포기할 수 없다···美 바이든 압박에 난처한 삼성 반도체 기사의 사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현지 투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후속 조치로 중국의 압박도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대놓고 어느 편에도 설 수 없는 상황이어서 최고 경영진의 줄타기를 비롯한 묘수가 나와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이 12일(현지시간) 반도체 칩 부족 사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반도체 화상회의를 열면서 사실상 삼성전자의 현지 투자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세계 1~2위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를 비롯해 인텔, GM, 구글 모기업 알파벳 등 19개 글로벌 기업이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나와 “인프라”라고 강조하면서 지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부터 지속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1990년대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37%를 차지했다. 현재는 12% 수준으로 낮아진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검토를 지시했다. 2조2500억 달러(2534조원)의 인프라 투자 계획 중 500억 달러(56조원)를 반도체에 투자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도 내놨다.

삼성전자는 이날 회의에 구속 중인 이재용 부회장을 대신해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화상으로 참석했다.

재계에서는 당장 삼성전자가 미국의 요구에 응답해야 하는 실정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회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고 삼성전자의 발언도 없었지만 상징적인 면만 보더라도 반도체 공장 증설과 추가 투자를 하라는 뜻으로 당연히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그간 차량용 반도체에 집중하지 않았는데 현재 반도체 수급난 핵심으로 꼽히는 차량용 반도체에 투자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서 인텔의 겔싱어 CEO는 “차량용 반도체를 6~9개월 안에 생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미국 정부 요구에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물량이 결국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파운드리에서 추격해야 하는 대상으로 꼽히는 대만 TSMC 물량이 될 것이라는 점에 있다. 이렇게 되면 승자 독식의 시장 구조가 굳어져 삼성전자의 TSMC 추격은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20조원 투자 규모의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증설에 더해 이곳을 차량용 반도체 생산 기지로 구축하는 방법도 고개를 든다.

일각에서는 이참에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의 든든한 후원을 등에 업고 세제 혜택 등의 구체적인 이득까지 챙기며 화끈하게 바이든 대통령 요구에 화답하는 방법을 거론한다.

그러나 문제는 화웨이가 지속적으로 삼성전자를 우회적으로 지칭하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 사슬을 회복해야 한다고 손짓하는 점에 있다.

앞서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에릭 쉬 화웨이 순환회장은 “미국이 중국 기업에 부과한 규제 때문에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며 “미국의 제재로 전 세계 반도체 산업에 형성됐던 신뢰가 파괴됐다”고 비판했다.

뒤이어 화웨이의 칼 송 글로벌 대외협력 및 커뮤니케이션 사장도 “한국, 일본, 유럽 등 반도체 선진국과 다시 글로벌 공급 사슬을 형성하길 원한다”면서 “화웨이는 한국에서 여전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해 여러 기업과 협력 중이고 한국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에도 기여하겠다”고 제시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1250억 달러(140조원)를 투자 계획으로 갖고 있다.

이런 현실을 종합해 류영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대만에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대만(TSMC)에 대한 의존은 위험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며 “현재 TSMC 물량이 대부분 대만에서 생산된다는 점과 주요 고객사들이 대부분 미국 업체라는 것을 고려해 TSMC로서는 미국 내 투자를 공격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를 삼성전자에 대입하면 당장은 미국 정부 요구에 화답하지 않고는 뾰족한 수가 없는 셈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시각에서 보면 전 세계 반도체 산업군을 좌지우지하는 미국 못지않게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시장도 무시할 수 없는 곳이다.

삼성전자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올린 반도체 매출은 31조원으로 전체 반도체 매출 103조원 가운데 32%에 가깝다.

상하이삼성반도체와 삼성차이나반도체 2곳의 법인을 운영하며 주요 고객사로는 화웨이도 빼놓을 수 없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2공장 증설에 약 17조원을 투자했으며 올해 말 가동을 목표로 현재는 장비 설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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