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임상시험 아닌 항바이러스 실험으로코로나에 효과 있다는 애매한 주장으로 역풍
14일 남양유업에 따르면 이 회사는 전날 서울 중구에서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을 열고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서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은 “발효유 완제품이 인플루엔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규명했다”며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에 대한 실험 결과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하는 것을 확인했고 코로나19 억제 효과 연구에서도 77.8% 저감 효과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남양유업이 이 같은 주장을 펼치면서 바이오업계와 유업계 모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연구 기관이 공인된 기관이 아니고, 연구 방식 또한 일반적인 바이러스 억제 효과 연구 방식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의 발표만 살펴보면 ‘불가리스를 마시면 독감을 99.999% 예방하고 코로나19를 77.8%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마치 코로나19 치료제 또는 예방약 같은 뉘앙스다. 그러나 실제 의미는 이와 다르다.
우선 남양유업이 이번 연구조사에 사용한 연구 기법 ‘Modified ASTM E1052-11((Plaque assay)’에 대해 회사 측은 “미국의 바이러스 성능평가 테스트 표준 방식이며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의료기기용 바이러스 유효성 평가방법으로 사용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마치 의약품에도 사용되는 방식으로 읽히지만 실제로는 손세정제와 같은 소독제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러스를 사멸 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손소독제는 인체 외부에서 활동하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원리”라며 “손소독제를 먹는다고 해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체를 회복할 수 있느냐는 이런 시험으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남양유업이 코로나19 억제 효과 연구를 위해 사용한 세포는 원숭이 폐세포로 인체 실험을 진행하지는 않았다. 많은 코로나19 백신, 치료제들이 임상실험을 진행하며 실제 효과를 연구하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이 때문에 식품업계에서도 남양유업이 연구 결과를 다소 무리하게 연결시킨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발효유의 기능성을 알리고자 한 의도로 보인다”면서도 “남양유업이 진행한 시험은 인체적용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효과가 있는지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본다”고 전했다.
정부도 남양유업의 발표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전날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잘 통제된 사람 대상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 그 이후에 공유할 만한 효능인지를 검토하는 것이 적절해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연구는 바이러스 자체에 제품을 처리해서 얻은 결과로,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서 실제 효과가 있을지를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남양유업의 이번 발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남양유업은 이미 갑질, 경쟁사 비방, 과대광고 등으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라 소비자들의 신뢰가 바닥을 친 상황이다. 이미 소비자들의 신임을 잃은 상황에서 불가리스 관련 연구 결과까지 논란이 일면서 도리어 남양유업의 이미지를 더 훼손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이번 연구 결과 발표를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할 정도로 공을 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민감한 시기에 무리하게 코로나19와 연관 짓다가 역풍을 맞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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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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