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부회장, 이달 들어 두 차례 반도체 투자 의사 밝혀10.3조 인텔 낸드 이어 반도체 통 큰 투자 나올까 관심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전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에서 열린 월드IT쇼에서 “파운드리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혀 주목 받았다. 박 부회장이 공개적으로 파운드리 투자 확대 계획을 밝힌 것을 이번이 처음이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부터 제조를 위탁받아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양강 구도를 이어오고 있다.
박 부회장은 “국내 많은 반도체 설계 업체들이 대만 TSMC 기술 수준의 파운드리 서비스를 해주면 기술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고 하는데 여기에 공감한다. 삼성이 사업을 하고 있지만 저희도 투자를 많이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지난주에도 ‘농어촌 5G 공동 이용’을 위한 통신 3사 협약식 행사장에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큰 움직임을 준비할 때”라며 “국내에서 작은 반도체 회사를 인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도체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미국에서 큰 움직임을 준비하는 것이 더 급하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박 부회장이 재차 반도체 투자를 강조하는 발언을 하며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대형 투자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언택트(비대면) 관련 제품 판매 증가로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며 공급 부족 상황은 지난해 말부터 지속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에는 부족 현상이 심해지며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도 지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 부회장이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투자 가능성을 재차 언급한 것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파운드리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확실하고 작년말부터 주요 파운드리 회사들의 가동률이 100%를 유지하고 있다”며 “지금 반도체 증설이 파운드리 쪽에 초첨이 맞춰져 있는 만큼 SK하이닉스도 파운드리 분야 투자를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세계 파운드리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 늘어난 946억달러로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주력으로 전체 매출의 94%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파운드리 사업의 경우 SK하이닉스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통해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8인치 웨이퍼 공장에서 이미지센서(CIS), 디스플레이 구동드라이버IC(DDI), 전력관리칩(PMIC) 등을 주력으로 위탁 생산한다. 지난해 매출액 7030억, 영업이익 1179억원을 거둬 2019년 대비 각각 6.27%, 24.55% 증가했다.
당초 국내 청주공장을 이용했으나 중국 우시로 생산공장을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시 공장은 가동 시점을 앞당겨 지난해 말부터 가동을 시작한 상태다.
한편 SK하이닉스가 모회사인 SK텔레콤의 기업분할에 따라 투자 여력이 개선된 점도 SK하이닉스의 대형 투자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단 일부에선 현재 10조3104억원의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빠른 시일 내에 대규모 파운드리 투자 결정을 내리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통해 인적분할을 발표하며 신설회사인 투자전문 회사는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이미 드러냈다”며 “단 파운드리 관련 M&A나 지분투자 등에 당장 나서기 보다 박 부회장이 경영자로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알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결정에도 2년 정도가 걸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D램은 잘 하고 있고 낸드도 M&A를 결정한 가운데 파운드리도 키우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다수의 기업이 대형 투자에 나선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중복투자가 되고 반도체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투자를 해야하는 분야라고 이야기는 할 수 있으나 장기적인 계획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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